[한 젓가락 하실랭면] 장충동파 수장 ②평양면옥

2016. 7. 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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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젓가락 하실랭면’은 매주 토요일, 네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뙤약볕에 서서 오랜 시간 줄을 서도 시원한 냉면 한 그릇 먹을 생각에 힘을 내는 사람들을 대변하고자 합니다. 다만 어느 곳의 냉면이 제일이라고 설전을 벌이기보다, 이제 막 평양냉면에 입문한 이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와 지극히 주관적인 냉면 썰 그 어디쯤을 지향합니다.>


[HOOC=신보경 인턴기자] “젊은 아가씨들이 이런 것도 먹을 줄 알고 기특하네.”

앳된 여자 두 명이서 냉면 한 젓가락에 소주를 홀짝이는 모습이 진기했었나 보다. 뚜벅뚜벅 계산대로 향하던 한 노신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소주에 냉면 안주 만한 게 없죠.”

평양냉면이 음식프로그램의 단골 소재로가 된 요즘도 평양냉면집의 주고객은 백발이 성성한 노년층이다. 그래서일까. 일면식도 없는 할아버지와 말을 섞게 만드는 음식이 바로 평양냉면이다. ▶관련기사 평냉역사의 산증인 ①우래옥

지난화 '우래옥' 편에 이어 두 번째 여정지는 장충동 평양면옥이다./ 유현숙 디자이너


2화. 장충동 평양면옥

서울 평양냉면의 양대 산맥은 ‘장충동파’와 ‘의정부파’다. 이번 여정은 평양냉면의 장충동파의 수장, 장충동 평양면옥. 평양의 대동문 앞에서 시아버지와 함께 ‘대동면옥’을 운영했던 변정숙 할머니가 6·25전쟁 때 월남해 1985년 이곳을 개업했다.

국내 평양냉면이 의정부파와 장충동파로 갈리기 시작한 건 원조 점포를 중심으로 가족들이 분점을 냈기 때문이다. 장충동파는 원조인 장충동 평양면옥(현재는 할머니의 큰 아들이 운영 중)에서 논현동 평양면옥(둘째 아들 운영), 도곡동 평양면옥(큰 아들의 딸과 사위가 운영), 분당 평양면옥(딸이 운영)이 갈라져 나왔다. 일부 냉면 호사가들은 창업자인 변정숙 할머니가 현재 논현동 평양면옥에 계시다는 이유로 논현동을 원조로 보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1) 육수


대개 냉면 위에 올라간 고기 고명을 보면 해당 냉면 육수의 주재료를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평양면옥은 예외다. 이곳은 고명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모두 올라가는 반면, 육수에는 돼지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왜 굳이 돼지고기가 올라갈까? 예로부터 이어진 평양 사람들의 식습관 때문이다. 평양 사람들은 돼지고기 편육을 메밀면으로 돌돌 감아 먹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고명으로 소고기, 돼지고기가 모두 쓰이는 것은 이 맛을 느껴보라는 주인장의 배려인 것.

하지만 1화에서 언급한 우래옥 평양냉면 육수에 비해 평양면옥의 육수는 더 맑고 밍밍하다. 하지만 한 입, 두 입 먹다보면 은은한 육향과 감칠맛 때문에 도무지 헤어 나올 수가 없을 정도로 중독성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놓치지 않을 거에요, 마지막 한 방울까지)

(2) 면

평양면옥은 가게 내부에 제분소를 두고 있다. 하루 동안 사용 할 메밀가루를 직접 빻아서 사용한다. 금방 갈아낸 메밀가루를 쓰면 찰기가 있기 때문에 전분을 적게 넣어도 된다고 하는데, 이 때문인지 평양면옥의 면은 메밀 함량이 80%~90% 정도로 다른 곳에 비해 높다. 면을 한 입 가득 넣고 메밀의 구수한 곡향을 천천히 음미해보시라.

(3) 고명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기 고명으로 소고기와 돼지고기 편육이 올라간다. 그 밖에 오이절임, 무절임, 파, 달걀 반쪽의 단출한 구성으로 밋밋한 육수에 리듬감을 더한다. 그 옛날 평양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편육에 면을 돌돌 말아 한 젓가락 먹으면, 구수한 메밀향과 쫀득한 고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입 안을 가득 메우는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별 다섯 개 만점에 네 개! 늘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방문 할 때마다 육수의 간이 오락가락 하는 것이 흠이다.



- 가격 11,000원
- 위치 서울 중구 장충단로 207
- 영업시간 오전 11시 ~ 오후 9시 (명절과 매월 첫째 셋째 주 일요일 휴무)
- 특징 들이켤수록 올라오는 은은한 육향이 매력적인 육수, 메밀 함량이 높은 면, 단출하지만 조화로운 고명 구성

- Tip
①냉면과 함께 즐길 사이드 메뉴로 접시 만두(11,000원)를 추천. 반 접시로도 판매한다. 김치 없이 숙주나물, 돼지고기, 두부 등 만두소가 가득한 이북식 만두 역시 이곳의 별미 중 하나다.

②평양면옥의 평양냉면 역시 소고기만으로 낸 육수이기 때문에 겨자보다는 식초의 비중을 높일 것. 새콤한 맛이 맛의 균형을 잡아준다. 취향에 따라 고춧가루를 첨가해도 좋다. 하지만 담백한 평양냉면의 참맛을 즐기기 위해 식초와 겨자를 넣지 않는 걸 더 추천한다. (너님의 취향을 존중합니다.)

③평양냉면은 10분 안에 먹는 게 좋다. 메밀면은 찰기가 없기 때문에 오래 두면 육수에 금세 풀어지고 만다. 마지막까지 탱탱한 면발을 즐기고 싶다면 빠른 시간 내로 냉면을 해치울 것.

bb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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