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야모야병 여대생母 "제발 얼굴만이라도.."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입력 2016. 7. 2. 00:03 수정 2016. 7. 4.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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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비 눈덩이처럼 불어.."정상 생활 힘들어"
지난 5일 오후 11시 53분쯤 경기도 의정부시내의 한 골목길에서 강도행각을 벌이고 달아나는 B(30)씨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됐다. (사진=의정부경찰서 제공 영상 캡처)
"부모 부담 덜어주겠다며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던 딸이었는데 강도만 안 만났어도…"

부모 속을 한 번도 썩인 적이 없을 정도로 착한 딸이었던 A(19) 양.

A 양은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요리사 또는 제과제빵사의 꿈을 키우기 위해 수업이 끝나면 다른 친구들과 달리 요리학원을 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는 용돈도 벌고 부담도 덜어주기 위해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제과제빵사와 양식자격증을 취득한 A 양은 수도권의 한 대학교 호텔조리학과에 입학했다. 바쁜 대학생활 중에도 주말에는 집 근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이어 나갔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A 양의 가정은 이웃들이 시샘을 할 정도로 화목한 가정이었다.

아버지는 많은 월급을 받지는 못했지만 서울에서 버스기사를 하며 가장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어머니는 10년 넘게 법무부 소속 한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

하지만 그날 이후 행복했던 가정은 하루 아침에 풍비박산났다.

지난달 5일 밤 11시 50분쯤 경기도 의정부시내의 한 식당.

A 양은 아르바이트를 마친 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집으로 향했다. 걸어서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였기 때문에 마중을 나온다는 어머니의 말을 한사코 거절했다.

골목길에 들어서는 순간, 한 남성이 A 양을 붙잡고 목에 흉기를 들이댔다.

A 양은 비명을 지르며 강도를 뿌리치고 죽을 힘을 다해 뛰어 집까지 도망쳤다. 집에 도착해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112에 신고했다.

그런데 A 양은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을 호소하더니 의식을 잃고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A 양은 뇌혈관이 좁아져 뇌경색이나 뇌출혈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에 걸렸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듣도 보도 못한 병에 믿을 수가 없었다. A 양은 학교 계주에 나갈 정도로 달리기도 잘했고 지금까지 비슷한 증상이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병명까지는 밝혀졌지만 처음 옮겨진 병원에서는 수술이 어려웠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으로 옮겨진 A 양은 뇌에 물이 차는 증상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찾지 못했다.

어머니는 충격에 혈압이 급상승해 딸과 함께 2주 간 병원에 입원했다. 아버지는 근 한 달간 일손을 놓고 가족들의 옆을 지켰지만 다시 일을 나가야 했다.

부대에서 비보를 접한 오빠는 일주일 간 휴가를 받고 나왔지만 여동생의 의식이 깨어나는 모습을 모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다시 복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A 양은 뇌에 물을 빼는 수술을 세차례나 받았다.

2주 동안 나온 병원비만 무려 1800만 원. 희귀질환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도 비급여 대상이 많다 보니 이 가운데 600만 원을 가족이 부담했다.

하지만 딸이 언제 깨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앞으로 병원비가 얼마나 더 나올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 심지어 피의자 측으로부터는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

A 양의 어머니는 "병원비가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면서 "딸이 의식을 회복해도 정상 생활이 힘들다고는 했지만, 빨리 깨서 가족 얼굴만 알아봤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의정부지검 범죄피해자지원센터는 A 양 가족에게 긴급 생계비로 140만 원을 지급했다. 오는 7일에는 범죄피해자 경제적 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A 양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범행 이틀 뒤 경찰에 검거된 B(30) 씨에 대해 강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후원계좌: 신한은행 110 235 656673 이행순 (인터뷰 이후 후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어 기자가 피해자 어머니와의 상의 후 공개합니다.)

[CBS노컷뉴스 고무성 기자] km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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