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간' 언급 거슬렸나..군 마트서 책 5종 퇴출

2016. 7. 1.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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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월부터 군에서 팔던 역사책 등 5종
갑자기 ‘판매 중단’ 통보
저자·출판사 “군 심기 거슬렀나”

군 마트에서 판매되던 책 가운데 5종이 갑자기 퇴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방부의 심의까지 통과했던 책에 판매중단이라는 이례적 조처가 왜 내려졌을까?

국방부가 지난달 말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와 <칼날 위의 역사> <숨어 있는 한국현대사 1>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글자 전쟁>등 5권의 책을 군 마트에서 판매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판매 중단 조처가 내려진 뒤 남은 책들을 반품하겠다고 5월말 관련 도매업체에 통보했다. 5권의 책은 모두 국방부의 ‘정훈문화활동훈령’에 따라 심의를 거쳐 지난 1월부터 군 마트에서 판매되던 책들이다.

저자와 출판사 쪽에선 “군에서 심의에 한번 통과된 책이 다시 (심의) 취소되는 경우는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저자이자 출판사 페이퍼로드의 대표인 최용범씨는 “군에서 2월24일과 4월11일 100부씩 추가 주문을 하던 책을 갑자기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판매 중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출판사 쪽에선 대통령 등에 관련된 부정적 서술이 군 고위 관계자의 ‘심기’를 거스른 탓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 언론이 ‘군 마트에서 책도 판다’는 기사를 보도한 뒤 군 고위 관계자가 군 마트에 도서 시찰을 나왔고, 그 이후 판매 중단 조처가 이뤄진 것이 이런 의혹의 ‘불씨’가 됐다. 페이퍼로드 쪽 관계자는 “고위 관계자의 도서 시찰 뒤 윗선에서 이 책을 다시 검토해보라고 했다는 얘기가 업계 쪽에서 돌았다”고 말했다. 출판 업계에선 “판매 중단 조처가 이뤄진 이유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에는 ‘1961년 5월16일, 박정희를 비롯한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했다’는 서술을 통해 박정희 정권의 ‘빛’은 ‘경제성장’이고 ‘그림자’는 ‘독재’와 ‘인권유린’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숨어있는 한국현대사>의 경우 ‘이승만 전 대통령과 군 상층부가 한강 다리를 끊고 지나갔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특히 현대사가 아닌 조선시대를 다룬 <칼날 위의 역사>까지 퇴출 대상에 포함된 것을 두고, 출판계에선 조선시대 ‘임금의 시간’과 ‘대통령의 시간’을 비교한 게 문제시 된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책에는 ‘조선 국왕에게 사생활이 없었듯이 21세기 대통령에게도 근무 시간에는 사생활이 없어야 한다…세월호 사태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져 있던 때, 그 시각 대통령의 행적을 국민은 알 권리가 있다. 조선 같으면 이런 논란 자체가 벌어지지 않았다. 국왕의 동정은 공개가 원칙이었기 때문이다’라는 서술이 포함돼 있다.

또 <만화로 읽는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이 책의 기초가 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우파 진영에서 공격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또 김진명 작가의 소설 <글자전쟁>은 내용 가운데 ‘방산비리’ 등의 내용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판매 제외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백원근 출판평론가는 “군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맥락을 무시한채 부분적 묘사 등 만으로 문제삼는 건 본말이 전도됐다”고 짚었다.

국방부 쪽에선 윗선 개입으로 해당 도서들이 퇴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확인되지 않는 얘기”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심의통과된 책을 새로 심의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가 저녁엔 “(도서 판매)사업이 급히 진행돼 초기에 심의에 누락된 부분이 있었고, 나중에 훈령 기준에 위배되는 점을 발견해 해당 책들에 판매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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