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추천작] 조성진·하현우..내공은 감출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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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기자]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됐다. 굳이 치장하려고 하지 않아도 빛이 났다. 커 보였다.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무대 위 주역들의 내공은 거대한 극장의 위세를 누르고도 남았다.
지난해 10월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승전보를 알리며 한국사회에 클래식 붐을 몰고 온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드디어 돌아왔다. 오매불망 그의 무대를 손꼽아 기다리던 클래식 마니아는 열광했다. 비단 마니아뿐만이 아니었다. 조성진으로 인해 클래식에, 피아노에 눈 뜬 대중도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클래식부문에 조성진이 있었다면 콘서트부문에는 하현우가 있었다. TV 음악경연프로그램에 나서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던 그가 국카스텐의 멤버로 돌아와선 공연장을 뒤흔들었다. 한여름 강렬한 소나기 같은 ‘스콜’이 쏟아졌다.
명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의 이름값은 묵직했다. 해외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한다고 해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판인데 국내 오케스트라를 처음 지휘하다니. 안정적이고 노련한 그의 지휘봉이 끌어낸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선율은 교감 이상의 감동이었다.
가수 이소라는 언제부턴가 보여주기가 돼버린 대중음악공연의 외피를 들려주기란 본연의 자세로 돌려놨다. 이소라는 부르기만 했고 관객은 듣기만 했다. 혹여 소음이라도 만들까봐 관객은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안무가로, 단단한 실력을 내세운 현대무용가로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고 활약하는 김용걸과 차진엽은 고정관념을 깨는 시도로 관객을 기죽였다. 엄격함을 벗어나 육체의 움직임만으로 ‘클래식발레 죽이기’에 나섰는가 하면, 관객에게 굳이 객석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권리를 부여하기도 했다.
상반기에 건진 뮤지컬계 보석은 ‘마티하리’와 ‘뉴시즈’다. 각각 창작과 라이선스를 대표하듯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마타하리’에선 대형 해외뮤지컬과 견주어 결코 밀리지 않는 압도적인 무대를, ‘뉴시즈’에선 열정으로 똘똘 뭉친 젊은 배우들이 깨버린 흥행공식을 봤다. 연극은 시대의 정신적 희망이어야 한다는 일깨움은 ‘보도지침’이 던졌다.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는 가족의 무게감은 군더더기 없이 잘 빼낸 연극 ‘만리향’이 덜어냈다.
내년 2월 시상식을 앞둔 ‘제4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이 올해 상반기 추천작을 냈다.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관객과 만난 공연예술작품 중 연극·클래식·무용·국악·뮤지컬·콘서트 등 6개 부문에서 두 작품씩 선별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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