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자존심' vs 경찰 '과학적 검증'.. 진실게임 미궁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홍석호 기자 2016. 7. 1.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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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화백 기자회견.. 수그러들지 않는 위작 논란
이우환 화백이 3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작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이우환(80) 화백의 단색화 13점을 놓고 경찰과 작가가 정반대 입장을 보여 위작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위작 수사를 진행하는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진품이 아니다”고 밝히고, 이 화백은 “명백한 진품”이라고 주장해 25년째 진위 논란 중인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사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화백은 3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에서 압수한 작품 가운데 위작은 한 점도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 화백은 “작가는 척 보면 자신의 작품을 알 수 있다”며 “저만의 호흡이나 리듬, 색채로 그린 작품을 내가 직접 확인한 결과 틀림없이 내 그림이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가 생존해 있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경찰이 위작이라고 발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국가권력이 한 작가를 떡으로 만들고 있다. 경찰이 13점 중 4점을 위작이라고 해달라고 회유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절대 회유한 적이 없다. 이 화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밝혀 양측의 감정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이 화백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품과 위작으로 의심되는 그림을 비교 분석한 결과 안료가 다르고 물감에서 유리조각이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그는 “나는 여러 가지 안료를 섞어 쓴다. 국과수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감정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두 내 작품이라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진품확인서를 써준 작품에 대해 그는 “내 작품이 맞으니까 써준 것”이라고 말했다. 위작 감정서가 첨부돼 경매에서 5억원에 낙찰된 작품에 대해서도 “작품은 내가 그린 게 맞는데 감정서 사인은 내가 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검거된 위조범에 대해 그는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내 앞에서 직접 그림을 그려보는 대질심문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간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정황과 전문가·과학 감정 결과 모두가 위작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경찰이 “벗어날 수 없는 진실”이라며 위작으로 보는 결정적 근거는 제작기법, 물감 성분이 진품과 다르다는 전문가 감정 결과다. 경찰은 추가 위조범과 유통 경로를 계속 추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미술계는 ‘미인도’에 이은 이 화백의 위작 논란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면서도 이 화백이 초기에 대처를 잘못한 측면도 있다는 견해다. 유명 작가의 경우 위작이 나올 수 있는데 자존심 때문에 숨긴다는 것이다. 감정협회에서 위작이라고 판단한 작품을 작가가 진품이라고 주장한 뒤 “내가 본 작품 중에는 가짜가 없다”는 발언을 뒤집기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미술계 인사는 “천경자 ‘미인도’는 작가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이우환 화백은 반대로 작가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경우”라며 “잇단 위작 논란으로 미술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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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형 문화전문기자, 홍석호 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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