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휘둘린 과학.. '2020년 달 착륙' 결국 후퇴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16. 7.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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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우주로켓 시험발사, 기술 문제로 10개월 연기] - 추진제 탱크 개발 기한 넘겨 두께 균일하게 만드는 정밀 기술 문제 해결에 상당한 시간 걸려.. 연소 불안정 문제 해결하느라 75t급 엔진 개발 일정도 늦춰져 - 공약으로 5년 당겨진 달탐사 계획 정부 "예산만 충분히 보장되면 일정 단축 가능하다고 판단" 전문가들 "시간 더 걸리더라도 우리 기술 확보하는 것이 중요"
75t급 엔진 연소 시험 - 지난 8일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한국형 발사체에 사용할 75t급 엔진의 연소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부가 한국형 우주로켓 시험 발사를 10개월이나 늦출 수밖에 없는 것은 핵심 부품인 엔진과 연료탱크 개발이 예상보다 지연됐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우주로켓 발사를 위해서는 엔진 연소가 최소 120초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연료탱크도 초정밀 용접 기술이 적용되어야 하지만 기술 개발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일정에 맞추느라 서두르는 것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점을 확실히 짚고 가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소 문제 해결했지만 기한 넘겨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지금까지 한국형 발사체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8일에도 "1·2단에 들어갈 75t급 엔진은 연소 불안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했다"면서 "대형 로켓의 추진제 탱크 제작의 어려움도 극복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10개월 늦어졌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그랬던 항우연은 29일 열린 미래부 차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정부 우주개발진흥실무위원회에서 추진제 탱크 개발에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실토했다. 우주로켓은 위로 올리는 힘인 추력(推力)을 높이기 위해 자체 무게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켓의 부피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료나 산화제 탱크는 산업용 탱크보다 훨씬 얇고 가벼워야 한다. 또 금속판의 두께가 조금이라도 일정하지 않으면 로켓이 하늘로 올라가다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실무위원회에 참석했던 한 민간 위원은 "대형 선박을 건조할 때 필요한 용접 기술 수준으로 로켓 탱크 용접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상당한 애로를 겪은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우주 로켓의 핵심인 75t급 엔진 개발도 늦어지고 있다. 엔진은 연소 시 일정 시간 불꽃이 일정한 모양으로 유지돼야 한다. 1단에 들어가는 75t급 엔진 4기는 120초 이상, 2단에 들어가는 75t급 엔진 1기는 140초 이상이 기준이다. 6월 초 현재 75t급 엔진은 기준치에 한참 못 미치는 75초 정도만 안정적인 연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최근 최양희 미래부 장관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연소 시험도 당초 예정보다 훨씬 짧은 시간 동안만 진행됐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으로 달 탐사 5년 당겨

사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은 처음부터 급격한 일정 단축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1년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안은 2018년 12월 시험 발사체를 쏜 뒤 2020년, 2021년 두 차례 위성을 실은 로켓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달 주위를 도는 궤도선은 2023년, 달 착륙선은 2025년 발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2020년 달에 태극기를 휘날리겠다"고 공약하면서 급작스럽게 단축됐다. 첫 안이 나온 지 2년 만에 시험 발사체 발사는 박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17년 12월로 1년 당겨졌다. 본 발사체 발사도 2019년 12월과 2020년 6월로 1년 3개월가량 빨라졌다. 달 착륙선은 무려 5년을 당겨 2020년 발사하기로 했다. 무리라는 의견이 많았지만, 정부는 계획을 밀어붙였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개발을 총괄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측에서 예산만 충분히 보장되면 일정을 단축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축적된 기술이 일천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쫓았다가는 로켓 발사 실패는 물론 기술 축적의 기회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로켓 엔진 전공 교수는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보여주기식 로켓 발사보다는 해외에서 가져오지 못하는 극한 기술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정치적인 이유로 일정이 단축되면서 독자 개발에서 러시아산 로켓 수입으로 급선회한 나로호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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