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온난화에 쌀마저 위태롭다

무안/조홍복 기자 2016. 7. 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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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쌀 생산, 2040년엔 14% 감소 국내에서 재배 '온대 벼' 웃자라.. 낱알 줄면서 수확량도 크게 줄어 - 열대과일 재배지는 매년 北上 안동에서 망고, 경주선 신라봉.. 강원도가 사과·포도 명산지로 열대과일 생산 작년 53% 급증

지구온난화가 국내 쌀 생산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미 기후변화 때문에 전통 과일의 재배지는 계속 북진(北進)하고 있으며, 그 빈자리를 아열대·열대 과일이 채우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30일 "2040년에는 국내 쌀 생산량이 1000㎡당 408.7㎏이 될 것"이라면서 "이는 쌀 생산량이 정점에 올랐던 1990~2000년의 473㎏(1000㎡당)에 비해 13.6% 줄어든 수치"라고 밝혔다. 진흥청은 현 추세대로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2060년엔 생산성이 22.2%, 2090년에는 40.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벼는 기온이 높을수록 잘 자란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열대 벼' 품종에만 해당하는 얘기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온대 벼'의 경우 벼 알이 성숙해지는 시기에 평균 기온이 27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벼가 웃자라면서 낱알을 채우지 못한다.

국내에서도 날씨가 선선한 지역에선 벼꽃이 빨리 피는 조생종을 심고, 따뜻한 지역에서는 중·만생종을 심는다. 농촌진흥청은 기온이 높을수록 중·만생종의 피해가 훨씬 크다고 설명했다. 이건휘 농진청 작물재배생리과장은 "앞으로 고온에 적응할 수 있는 벼 품종과 재배법을 개발하고, 보리·콩·감자 등 다른 작물이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도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일 재배 지도가 바뀐다

경북 안동시 와룡면의 황순곤(54)씨는 파파야·바나나·망고·용과 등 다양한 열대 과일을 기른다. 2010년 사과 농사를 접고 열대 작물을 심었다. 황씨는 "고온 다습한 여름에는 밭에 열대 과일을 재배하고, 겨울에는 온실 재배로 전환한다"며 "기후변화에 대비해 전통 과수를 포기했는데, 열대 과일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입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경주 천북면의 이상환(63)씨는 2010년 제주에서 들여온 한라봉 재배에 성공해 '신라봉'이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 작년부터는 기존 토마토 농사를 접고 신라봉만을 기르고 있다고 한다.

열대 과일 재배 지역은 해마다 조금씩 북쪽으로 올라가고 있다. 2014년까지 열대 과일 재배 실적이 없었던 대구·부산·전북·충남·충북 등엔 지난해부터 열대 과일 농가가 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열대 과일 재배 면적은 106만6000㎡, 재배 농가는 264호로 집계됐다.

2014년(58만㎡·174호)보다 면적은 83.7%, 재배 농가는 51.7% 늘었다. 지난해 국내 열대 과일 생산량은 1174t으로, 전년(769.6t)보다 52.5% 급증했다. 품목별로는 패션프루트(408.7t), 망고(398t), 파인애플(167t), 용과(86t), 파파야(62.9t) 순이었다.

◇강원도가 사과·포도 주산지로

경북은 현재 전국 사과 생산량의 62%를 차지하는 사과의 고장이다. 하지만 2090년대엔 경북에서 사과가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사과 재배지는 이미 강원도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과일산업대전에선 강원도 양구군의 사과와 영월군의 포도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강원도는 기후변화 대체 작목으로 사과와 포도를 중점 육성하고 있다.

사과는 물론 복숭아도 경기·강원까지 재배지가 북상했다. 제주의 감귤 농가들은 아예 열대 과일을 새 작목으로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2070년 무렵이면 아열대 과일인 감귤의 재배 가능지는 강원도·남해까지 이동할 전망이다. 1985년 전까지 제주 지역에서만 났던 월동 배추와 겨울 감자가 지금은 전남 해남·보성 등 남부 해안 지방에서 재배되고 있다.

열대 과일 재배 농가가 늘고 있지만 판로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예전에 국내산 바나나와 파인애플은 값싼 외국산 때문에 시장에서 밀려났다"며 "열대 과일은 첫 수확까지 3~4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만큼 면밀하게 준비한 뒤 재배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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