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만에 채점 뒤집힌 '동북아 역사 지도' 미스터리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호섭)의 감독 소홀인가, 재야 학계의 공세에 '굴복'한 것인가.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위원장 유성엽) 업무 보고에서는 동북아역사재단의 동북아 역사 지도 편찬 사업 '파기' 결정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동북아 역사 지도는 중국·일본의 한국사 왜곡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역사재단이 지난 8년간 45억원을 들여 추진한 사업이다. 최근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도학적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기존 사업을 파기하고 원점에서 재추진하기로 해 국고 낭비 논란을 빚었다.
유은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제출받은 '사업 중간·결과 보고서 심사 결과'에 따르면, 동북아역사재단은 사업을 추진한 2008년부터 매년 두 차례씩 16차례에 걸쳐 자체 심사를 했다. 2008년 8월부터 2015년 7월까지 15차례는 평점 84.8~95점으로 모두 합격점(80점)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5일 최종 결과 보고 심사에서는 평점 14점에 그쳤다. 같은 해 7월 심사(평점 84.8점)보다 무려 70점이 떨어진 것이다. 유 의원은 "불과 5개월 만에 70점 이상 점수가 하락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동북아역사재단의 관리 감독 소홀로 45억원짜리 '불량품'이 나온 셈"이라고 말했다. 김호섭 이사장은 "저도 어이가 없다. 특별 감사 요청 여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9월 취임했다.
5개월 만에 동북아역사재단의 사업 평가가 뒤집힌 배경에 대해서는 또 다른 해석도 있다. 고대사 문제를 둘러싼 주류 역사학계와 재야 학자들의 첨예한 시각차가 이면(裏面)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사군(漢四郡) 위치를 한반도 북부로 표기한 동북아역사지도의 고대사 부분이 지난해 일부 공개된 이후, 재야 학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012년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보낸 고대사 관련 자료가 이런 내용이 담긴 동북아역사지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국회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도 시정을 요구했다. 결국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난해 10월부터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동북아역사재단은 지도 제작을 맡았던 연세대·서강대 산학협력단에서 10억원을 회수하고, 참여 학자들의 재단 연구비 신청도 향후 5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이 사업을 맡았던 재단 직원 16명(중징계 1명, 경징계 7명, 경고 8명)도 징계하기로 했다. 재단 내부에서 다시 지도를 제작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지도 편찬에 참여했던 학자들은 동북아역사재단의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A 교수는 "교육부 산하 공공 기관이 학문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재야 학자들의 주장을 사실상 무책임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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