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적자 내다 신약 하나에 3525억.."바이오는 장기 투자"

최은경.박수련 입력 2016. 7. 1. 02:18 수정 2016. 7. 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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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선 IT보다 투자금·기간 10배바이오 창업보육기관도 90개 넘어한국은 24개뿐, 사무실 제공 그쳐

김선영(61) 서울대 생명공학부 교수(바이로메드 R&D 최고전략책임자)는 1996년 봄 실험실에서 있었던 일을 잊지 못한다. 수년간 매달린 끝에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었다. 김 교수는 바로 대형 제약사 문을 두드렸다. 임상시험과 상품화 등을 거치려면 적잖은 자금이 들어서다. 그는 내로라하는 국내 제약사 7곳을 돌며 공동 개발을 제안했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김 교수는 “ 협업은 고사하고 내가 무슨 얘길 하는지도 알아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기술을 썩히기 싫었던 김 교수는 대학원생 두 명과 연구실에서 서울대 첫 학내 벤처 바이로메드를 설립했다. 이후 몇 번의 자금난을 거친 끝에 회사는 시가총액 2조300억원의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 반열에 올랐다.▷여기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바이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다. 특히 교수·의사 출신 창업이 두드러졌다. 성영철 제넥신 회장(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전 선문대 미생물학과 교수), 천종윤 씨젠 대표(전 이화여대 생물학과 교수),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전 삼성서울병원 임상병리과 전문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벤처 붐이 꺼지자 바이오 벤처 창업도 확 줄었다. 창업을 위한 인프라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고 황우석 박사 사태를 거치며 도전정신도 실종됐다.

공간부터 문제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282개 창업보육센터 중 24개가 헬스케어 특화센터로 운영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데다 사무용 공간 제공에 그치고 있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산업혁신연구본부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은 실험할 수 있는 실험대와 배수시설 등이 꼭 필요하다”며 “현재 서울대 유전공학특화 창업보육센터와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일부 이런 시설이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연구실 성과를 상업화로 연결할 고리도 부족하다. 연구개발 전문가가 기업 운영까지 책임지려니 시행착오도 많다. 창업 전문가가 필요한 이유다. 헬스케어 전문 벤처캐피털(VC)을 운영하는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자본시장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바이오 산업의 성과를 이해하고 투자하는 VC, 액셀러레이터(창업보육기관)가 드물다”고 말했다. 기술을 알아보더라도 헐값에 사들이는 것을 실력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난 10여 년 동안 영세한 제약업계에 팽배했다.

반면 글로벌 바이오제약 을 주도하는 미국엔 헬스케어 전문 액셀러레이터만 90개가 넘는다. 뉴욕에서 헬스케어 스타트업 눔을 창업한 정세주 대표는 “미국 VC나 액셀러레이터는 바이오 산업의 기회가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정보기술(IT)보다 열 배 더 많은 돈을, 더 오랜 기간 투자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창업 후 매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16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매달린 덕에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초 미국 회사에 3525억원 규모의 백혈병 신약 기술을 수출한 덕분이다. 이 회사의 조중명 대표는 “R&D에 투자하며 회사를 유지하는 것만도 쉽지 않은 게 바이오”라고 말했다.미국 등지에선 바이오 벤처를 창업해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이들이 재창업을 하거나 다른 벤처를 육성하고 투자하는 모델도 많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에 체외진단기기 업체 나노엔텍을 매각한 장준근씨는 바이오벤처 전문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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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의사들, 진료실 나와 창업하라…바이오 벤처 3년 내 1000개 나와야”
전문가들은 대학이 첨단기술의 산실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대학마다 학내 벤처의 특허를 관리하는 기술지주사가 있지만 보여주기식 성과에만 매달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기술지주회사에 전문가를 영입해 액셀러레이터 같은 창업 조직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려면 대학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한 현직 대학교수는 “창업을 하면 정년 심사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 대학 문화가 공무원 못지않게 관료적”이라고 비판했다.

최은경·박수련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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