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오름기행] 이끼·덩굴·고사리 빽빽한 원시림, 태고의 신비 그대로

손민호 입력 2016. 7. 1. 00:09 수정 2016. 7. 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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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오름 분화구 안 풍경. 깊은 숲이서 어둡다. 마침 비 내린 다음날이어서 초록색이 번져 보인다. 곶자왈의 나무는 이렇게 서로 엉켜서 산다.
거문오름 분화구 안 풍경. 깊은 숲이서 어둡다. 마침 비 내린 다음날이어서 초록색이 번져 보인다. 곶자왈의 나무는 이렇게 서로 엉켜서 산다.
거문오름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주변 오름 밭 풍경.[중앙포토]
거문오름 탐방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 이름처럼 숲이 검다.[중앙포토]
거문오름 분화구 바닥의 풍경. 세계자연유산센터의 안내로 탐방로 아래 이끼 밭까지 내려갔다. 한 발 내디디가 힘들 정도로 이끼가 숲을 덮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원시림 못지 않은 비경이었다.[중앙포토]
거문오름 분화구 바닥의 풍경. 세계자연유산센터의 안내로 탐방로 아래 이끼 밭까지 내려갔다. 한 발 내디디가 힘들 정도로 이끼가 숲을 덮고 있었다. 전 세계 어느 원시림 못지 않은 비경이었다.[중앙포토]
중앙일보는 2011년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신문 최초의 탐방이었다. 직접 들어가본 용천동굴은 기괴하고 신기하고 웅장했다.[중앙포토]
중앙일보는 2011년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신문 최초의 탐방이었다. 직접 들어가본 용천동굴은 기괴하고 신기하고 웅장했다.[중앙포토]
중앙일보는 2011년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신문 최초의 탐방이었다. 직접 들어가본 용천동굴은 기괴하고 신기하고 웅장했다.[중앙포토]
중앙일보는 2011년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신문 최초의 탐방이었다. 직접 들어가본 용천동굴은 기괴하고 신기하고 웅장했다.[중앙포토]
중앙일보는 2011년 제주도청의 도움으로 비공개 지역인 용천동굴에 들어갈 수 있었다. 국내 신문 최초의 탐방이었다. 직접 들어가본 용천동굴은 기괴하고 신기하고 웅장했다.[중앙포토]
거문오름 탐방로 끄트머리에 있는 35m 깊이의 수직동굴. 제주도 용암동굴 중에서 수직동굴은 드물다. 이 수직동굴에서 솟구쳐 나온 용암이 일대에 20개가 넘는 용암동굴을 만들었다.
일제가 파놓은 진지동굴. 1945년 8월 기준으로 거문오름 일대에 일본군 6000여 명이 주둔했다고 한다. 사진과 같은 진지동굴은 거문오름에서 10여 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중앙포토]
거문오름 분화구 숲은 고사리 밭이다. 고사리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거문오름 분화구 숲은 고사리 밭이다. 고사리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거문오름 트레킹 행사가 열린다. 수직동굴 근처에서 동굴 카페 ‘다희연’까지 5㎞ 구간의 용암길이 행사 기간에 개방된다. 제주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용암길을 먼저 걸었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거문오름 트레킹 행사가 열린다. 수직동굴 근처에서 동굴 카페 ‘다희연’까지 5㎞ 구간의 용암길이 행사 기간에 개방된다. 제주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용암길을 먼저 걸었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거문오름 트레킹 행사가 열린다. 수직동굴 근처에서 동굴 카페 ‘다희연’까지 5㎞ 구간의 용암길이 행사 기간에 개방된다. 제주관광공사의 도움을 받아 용암길을 먼저 걸었다.
거문오름을 품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마을은 블랙푸드를 테마로 특산품을 만들어 판다. 오메기떡은 거문오름블랙푸드육성사업단이 처음 선보인 특산품이고, 선흘리 할망이 하는 식당에서 내는 모둠 수육은 제주 흑돼지로 만든 것이다.
거문오름을 품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마을은 블랙푸드를 테마로 특산품을 만들어 판다. 오메기떡은 거문오름블랙푸드육성사업단이 처음 선보인 특산품이고, 선흘리 할망이 하는 식당에서 내는 모둠 수육은 제주 흑돼지로 만든 것이다.

| 제주오름기행 ⑦ 거문오름

제주도는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정확히 말하면 제주도 면적의 약 10%에 해당하는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한라산 기슭 해발 800m 이상의 천연보호구역과 성산일출봉 일대, 그리고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이다. 여기에서 의문이 생긴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은 알겠는데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모르겠다. 거문오름과 용암동굴이 왜 묶여야 하는지, 동굴계(係)는 또 뭔지 모르겠다. 바로 이 의문을 푸는 일이 거문오름의 가치를 아는 일이다. 어마어마한 자연의 신비가 숨어 있다.

별볼일없는 오름

유네스코에 등재된 제주도 세계자연유산의 정확한 이름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이다. 이 이름에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를 이해하는 힌트가 다 들어 있다. ‘제주 화산섬’은 제주의 경관적 · 지질학적 가치를 증명하는 한라산 자락과 성산일출봉 일대를 의미하고, ‘용암동굴’은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를 가리킨다. 세계자연유산 제주도를 구성하는 두 요소 중에서 거문오름이 당당히 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의미가 각별하다는 터인데, 제주에서 거문오름의 위상은 그다지 각별하지 못했다.

사실 거문오름은 딱히 내세울 것이 없는 오름이었다. 제주 동부 중산간지역에 울퉁불퉁 솟은 수많은 오름 가운데 하나일 따름이었다. 거문오름의 해발고도 456m이고 비고는 112m다. 낮은 오름은 아니지만, 산굼부리(437m) · 우진제비오름(411m) 등 주변의 오름보다 두드러지지도 않는다. 거문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에 속하며, 구좌읍 송당리와 경계를 이룬다. 조천과 구좌 일대에만 100개 가까운 오름이 몰려 있다.

거문오름은 성산일출봉 · 산방산처럼 주변을 압도하는 모습도 아니고, 당오름(송당) · 영주산(성읍)처럼 마을과 끈끈한 연을 맺은 오름도 아니다.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바굼지오름이나 사진작가 고(故) 김영갑(1957∼2005)의 용눈이오름처럼 인물과 함께 기억되는 오름도 아니며, 다랑쉬오름 · 윗세오름처럼 탐방객이 줄을 잇는 오름도 아니었다.

이름도 그 흔한 거문오름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거문오름이라 불리는 오름이 세 개 있다. 옛날에는 거문오름과 검은오름이 섞여서 쓰였다. 사려니숲길 안에 있는 물찻오름도 원래 이름은 거문오름(또는 검은오름)이었다. 조천읍 선흘리의 거문오름과 곧잘 비교되는 오름이 구좌읍 종달리의 거문오름이다. 이 두 거문오름도 한때는 검은오름이라 불렸다. 두 거문오름을 구분하기 위해 제주에서는 이름 앞에 동서 방향을 넣었다. 조천의 것은 서쪽에 있어 ‘서거문이(서검은이)’, 구좌의 것은 동쪽에 있어 ‘동거문이(동검은이)’라 했다. 최근 들어 조천의 거문오름만 거문오름이라 하고, 구좌의 것은 동거문오름이라 따로 이른다.

거문오름은 산이 검어서 거문오름(검은오름)이다. 실제로 거문오름은 산이 검게 보일 만큼 숲이 깊다. 그러나 어원으로 보면 해석이 달라진다. 거문은 ‘검’에서 왔고 그 ‘검(儉)’은 신(神)을 뜻한다. ‘단군왕검’의 그 ‘검’으로, 검은 곰 · 감 · 거미 등의 글자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고 한다. 이렇게 해석하고 나니 구좌의 동거문오름이 이해가 된다. 동거문오름에는 깊은 숲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거문오름 · 검은오름 · 거미오름은 하나같이 신성한 산을 가리킨다. 현재 거문오름은 세 개뿐이지만, 검은오름 · 거미오름 등 유사 이름을 합하면 10개 가까이 된다.

동굴의 어미

한참을 돌아서 왔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거문오름은 별볼일없는 오름이었다. 적어도 땅 위에서는 그랬다. 그런데 땅 속에서는 아니었다. 제주 사람도 땅 속 사정은 몰랐다. 아니 전문가도 거문오름의 가치를 최근에야 알았다.

거문오름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가 2005년이다(한라산은 1966년 천연기념물이 됐고, 1976년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됐던 성산일출봉은 2000년 천연기념물이 됐다). 그리고 2007년 거문오름은 한라산 · 성산일출봉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오늘의 지질학자는 한라산 분화구 백록담보다 거문오름이 더 중요한 지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으로부터 10만 년에서 30만 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다. 거문오름에서 다시 화산 활동이 발생했다. 약 25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제주도가 생성되면서 거문오름도 솟아났지만, 거문오름과 같은 소화산체는 한 번 생성된 뒤에도 크고 작은 분화를 수시로 일으켰다.

10만∼30만 년 전 거문오름의 화산 활동은 규모가 크지 않았다. 대신 토해낸 용암은 많았다. 거문오름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북쪽의 중산간지대를 지나 제주도 동북쪽 해안을 통해 바다로 흘러나갔다. 거문오름에서 구좌읍 월정리 해안까지 약 14㎞에 이르는 지역에 용암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여러 화산 지형이 형성됐다. 이때 생겨난 화산 지형이 거문오름 북쪽의 선흘곶자왈과 벵뒤굴 · 대림굴 · 만장굴 · 김녕사굴 · 용천동굴 · 당처물동굴 등 20여 개 용암동굴이다. 그러니까 거문오름은 선흘곶자왈과 20여 개 용암동굴을 낳은 어미인 셈이다.

다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이름을 보자.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다. 거문오름으로 인해 생성된 용암동굴들이란 뜻이다. 20여 개 용암동굴 중에서 앞서 나열한 6개 동굴, 다시 말해 벵뒤굴 · 대림굴 · 만장굴 · 김녕사굴 · 용천동굴 · 당처물동굴이 거문오름과 함께 세계자연유산에 오른 동굴이다. 이제야 밝히지만, 거문오름은 이들 6개 동굴 덕분에 세계자연유산이 될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자식들 덕을 제대로 본 셈이라 할 수 있다.

용천동굴의 발견은 차라리 극적이었다. 2005년 5월 11일 구좌읍 월정리에서 전신주 교체 작업 중에 땅이 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뚫린 구멍 아래에는 미지의 세계가 숨어 있었다. 전체 길이 3.4㎞, 최대 폭 14m, 최대 높이 20m의 거대한 동굴이 발견됐다. 제주도에 120개가 넘는 용암동굴이 있다고 하지만, 새로 찾아낸 동굴은 놀라운 비경을 품고 있었다. 해안에서 불과 3㎞밖에 안 떨어진 지역에 들어선 용암동굴이어서 용암동굴과 석회암동굴의 특성을 동시에 띤 것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유사(Pseudo) 석회동굴’ 용천동굴은 이렇게 어느 날 불쑥 세상 밖으로 나왔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현장 심사를 맡은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제주도의 지질학적 가치에서 가장 주목한 대상이 용암동굴이었다. 특히 용천동굴의 발견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심사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제주의 용암동굴을 극찬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전 세계 용암동굴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며 중요도가 높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그 다양성과 풍부함에서 세계 어떤 용암동굴도 단연 압도한다. 이런 종류의 용암동굴들을 이미 수없이 보아온 실사단들에게조차 엄청난 시각적 충격과 감동의 파장을 일으킨다. 총천연색의 탄산염 생성물이 동굴 바닥과 천장을 장식하고 있고 탄산염 침전물들이 곳곳에서 어두운 용암 벽에 벽화를 그려놓은 듯 퍼져 있어 특유의 장관은 이루 형언할 수가 없다(유홍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133쪽).’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는 거문오름과 앞서 열거한 6개 동굴이다. 일대 면적은 약 22㎢나 된다. 이 중에서 일반인에게 개방된 곳은 거문오름과 만장굴뿐이다. 만장굴도 전체 길이 약 13㎞ 중에서 1㎞ 정도만 개방되어 있다. 거문오름도 지정된 방식에 따라 지정된 탐방로만 다닐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깊은 숲

이제 거문오름을 오를 차례다. 거문오름은 해발 456m 높이고 둘레는 4551m다. 전체 면적은 약 80만㎡에 이른다. 높지는 않지만 넓은 오름이라 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아무 때나 오를 수 있는 오름이 아니다. 최소 이틀 전에는 예약을 해야 하며 자연유산해설사와 동행해야 한다. 하루 탐방 인원도 450명으로 제한돼 있다.

이와 같은 규칙은 세계유사 보존 원칙을 따른 것이다. 원래는 하루 300명만 입장이 가능했는데 2013년부터 450명으로 늘렸다. 맨 처음에는 지역 주민만 자연유산해설사가 될 수 있었다. 지금은 해설사 26명 중에서 18명이 지역 주민이다.

탐방로도 정해져 있다. 모두 3개 탐방코스가 있다. 거문오름 정상만 갔다오는 정상 코스(약 1.8㎞, 1시간), 분화구 안쪽을 걷는 분화구 코스(약 5.5㎞, 2시간 30분), 분화구 능선에서 시작해 분화구 안쪽을 둘러본 뒤 다시 분화구 능선을 도는 전체 코스(일명 태극길 코스, 약 10㎞, 3시간 30분)다. 각자 시간과 체력에 맞게 고르면 된다.

추천 코스는 분화구 코스와 전체 코스다. 세상의 모든 산은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맛에 오른다고 한다. 제주 오름도 마찬가지다. 예외가 있다면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 정상에 오르면 발 밑으로 짙푸른 녹색 물결만 보인다. 거문오름 주변의 다른 오름도 조망할 수 있지만, 이런 조망은 다른 오름에서도 흔하다. 거문오름의 진짜 모습은 분화구 안쪽, 그러니까 녹색 물결 일으키는 숲 안에 있다. 분화구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거문오름이 품은 숲은 깊고도 깊다. 제주도의 천연 숲을 곶자왈이라 하는데 곶자왈의 진수가 거문오름 안에 있다. 곶자왈은 숲을 뜻하는 제주어 ‘곶’과 자갈을 뜻하는 제주어 ‘자왈’이 합쳐진 말이다. 다시 말해 자갈이 깔린 숲이다. 딱딱한 용암 지대 위에 오랜 세월 흙이 쌓이고 그 흙에 풀과 나무가 뿌리를 내려 숲을 이룬 것을 말한다. 제주도가 화산이 터져 생긴 섬이니 제주도의 천연 숲은 원래 다 곶자왈이다. 지금은 중산간지대에도 개발의 바람이 불어 곶자왈이 많이 남지 않았다.

곶자왈은 뭍의 숲과 전혀 다른 풍경을 연출한다. 바닥의 흙이 얇으니 나무도 풀도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한다. 그래서 곶자왈의 나무 대부분이 뿌리를 드러내놓고 산다. 하여 곶자왈에 들면 나무의 뿌리를 먼저 봐야 한다.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생명의 도저한 몸부림을 지켜봐야 한다. 곶자왈의 나무는 엉클어진 머리카락처럼 뒤섞여 있다. 도열한 듯이 서 있는 삼나무와 편백나무는 인간이 부러 심은 나무다.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주로 오름 어귀에서 보이는 까닭이다. 곶자왈의 나무는 제 형편에 따라 옆 나무에 기대기도 하고 제 능력에 따라 옆 나무를 받치기도 하면서 살아간다. 뿌리를 품은 흙이 튼튼하지 못하니 나무끼리라도 의지하며 연명하는 것이다.

거문오름의 생태계는 여느 오름의 생태계하고도 다르다. 이 숲 안에서 아열대·난대·온대기후의 식물이 함께 살고 있다. 현재 파악된 거문오름의 식물 종은 모두 319종이다. 구슬잣밤나무 · 산딸나무 · 때죽나무 · 붉가시나무 · 상산나무 · 자귀나무 · 머귀나무 · 붓순나무 · 참식나무 등 뭍에서는 보기 힘든 난대기후의 나무들이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이름도 외우기 힘든 나무에 이름 모를 이끼가 덮이고 덩굴이 감긴다. 거문오름에서 마주하는 숲은 전 세계 어느 원시림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원시의 모습을 하고 있다. 거문오름에 들면 왜 숲이 경외의 대상이어야 하는지 비로소 알 수 있다.

화산탄 · 풍혈 등 화산 지형도 특이하고 일본군이 조성한 동굴진지도 인상적이다. 탐방로가 끝나갈 지점에 있는 35m 깊이의 수직동굴도 잊을 수 없다. 이 수직동굴에서 흘러나온 용암이 지금의 용암동굴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 건 온갖 종류의 고사리다. 고사리를 비롯한 양치식물이라고 써야 옳지만 고사리라고 통칭한다. 고사리는 태고의 모습을 여태 간직하고 사는 식물이다. 거문오름의 역사를 이 고사리는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여느 꽃보다 곱고 미뻤다.

● 여행정보=거문오름 탐방 예약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홈페이지(wnhcenter.jeju.go.kr)에서 할 수 있다. 전화도 가능하다. 064-710-8981. 하루 탐방 인원 최대 450명. 탐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에 모두 9차례 진행된다. 해설사가 매번 동행한다. 화요일 휴무. 탐방비 어른 2000원 어린이 1000원. 거문오름 입구에 있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도 들를 만하다. 제주의 역사를 4D 영상으로 제작한 20분짜리 영화가 볼 만하다. 입장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거문오름 트레킹 행사가 열린다. 평소에는 개방되지 않던 일부 코스를 행사 기간에 걸을 수 있다. 거문오름 탐방로 끝의 수직동굴 근처에서 동굴 카페 ‘다희연(064-782-0005)’까지 이어지는 5㎞ 길이의 ‘용암길’이 행사 기간에 개방된다. 자연유산 해설사가 동행하지 않는 자율 탐방도 실시된다.

거문오름이 들어선 선흘리의 주민이 힘을 합해 거문오름블랙푸드육성사업단(jejublack.kr)을 구성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예산 30억 원을 지원받아 ‘까망고띠(‘검은 숲에서’라는 뜻)’라는 브랜드의 제주 특산품을 만들어 판다. 블랙푸드육성사업단이 처음 만든 특산품이 오메기떡이다. ‘오메기’는 차조(찰좁쌀) 가루를 반죽해 만든 찰떡에 팥고물을 묻힌 제주 전통 떡이다. 김상수(56) 사업단장이 “제주 토종 차조 품종인 삼다찰을 기본으로 감귤 · 녹차 · 우도땅콩 · 검은깨 · 팥 · 블루베리 등 6가지 토종 재료를 넣어 오메기떡을 만든다”고 자랑했다. 1개 1500원. 064-782-0200. 블랙푸드육성사업단이 들어선 ‘까망고띠 하우스’ 옆에 ‘방주할머니 식당(064-783-1253)’이 있다. 제주 할망이 손수 만드는 해수 두부가 맛있는 집이다. 흑돼지보쌈 4만원.

글·사진=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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