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 통제' 파문]길환영 "윤창중 성추문 줄이고, 국정원 댓글은 방송 말라"
[경향신문] ㆍ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비망록에 나타난 ‘노골적 개입’
ㆍ대통령 뉴스 앞쪽 배치 원칙
ㆍ청와대, 해경 비난 말라 요청
“대통령 관련 뉴스는 러닝타임 20분 내로 소화하라는 원칙이 있었다.” “청와대에서 해경을 비난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요청했다.”
2014년 5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이 밝힌 길환영 전 사장과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개입 사례들이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직후 세월호 희생자 수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비교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안전불감증에 대한 뉴스 시리즈물을 기획해볼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얘기했고 교통사고로 한 달에 500명 이상 숨지고 있는 만큼 교통사고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워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전 국장은 청와대 및 경영진 등으로부터 사임을 종용받게 되자 기자협회 총회 자리에서 길 전 사장이 수시로 보도에 개입했다고 폭로했다. 김 전 국장은 이 폭로로 인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김 전 국장이 2013년 초 취임한 뒤로 1년간 작성한 비망록이 공개됐다.
비망록에는 길 전 사장과 이 전 수석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KBS 보도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황이 등장한다. 비망록에 따르면 길 전 사장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워싱턴 성추문 사건 보도를 축소하고, 국가정보원 댓글 작업 관련 리포트를 방송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박근혜 대통령 관련 리포트를 뉴스의 앞에 배치하라거나 특정 친박계 정치인의 발언을 다루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관련 리포트가 뉴스 맨 뒤에 배치되자 이 전 수석이 직접 전화해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4월 서울남부지법은 김 전 국장이 낸 징계무효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이 비망록을 근거로 “길 전 사장의 뉴스 보도개입과 그 내용, 김 전 국장 등 간부들과의 관계에 비추어볼 때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편파적 보도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김 전 국장과 친분이 있는 김주언 전 KBS 이사는 “김 전 국장이 청와대가 공영방송 보도에 개입하는 데 문제의식을 느껴 비망록을 작성한 것”이라며 “징계무효소송 과정에서 조언을 구해와 진실을 밝히라고 설득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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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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