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페트병 에어컨' 과학적으로 검증해보니

김필규 2016. 6. 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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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에 '페트병 에어컨'이라는 게 상당히 화제가 됐습니다. 화면으로 잠시 보시죠. 저렇게 페트병을 재활용해서 창문에 붙이기만 해도 실내온도를 5도 내릴 수가 있다는 건데, 50만 회 이상 조회되면서 '획기적인 발명이다', '에어콘이 필요 없겠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과학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페트병 에어컨이 정말 가능한 건지 오늘(30일) 팩트체크에서 직접 실험을 해보면서 체크해 봤습니다.

김필규 기자, 저 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국내 매체에서도 소개가 많이 됐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전기를 쓰지 않는 에어컨이라고 해서 '에코쿨러'라는 이름도 붙었는데요.

국내 신문을 비롯해서 각 방송사 아침 프로그램에서도 이 내용을 소개했고, 직접 실험까지 하면서 실제 방 안 온도가 5도 이상 내려가더라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앵커]

앞서 화면을 보니까 과학적인 원리를 설명하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가능하다는 겁니까?

[기자]

보통 추울 때 지금 보시는 화면처럼 입을 벌리고 바람을 하, 하고 불면 더운 공기가 나오지만, 오므리고 불면 시원한 바람이 세게 나오지 않습니까?

이와 비슷한 효과라고 보면 되는데 여기엔 이제 몇 가지 물리법칙이 있습니다.

일단 '베르누이의 원리'에 의해 페트병같이 넓은 통로를 지나던 공기가 좁은 통로를 만나면 흐름이 빨라지면서 압력에 변화가 생깁니다.

그러다가 이 좁은 통로를 빠져 나오게 되면은 갑자기 팽창되면서 공기 온도가 내려가게 되는데 이걸 '줄-톰슨 효과'라고 하는거죠.

실제로 에어컨이나 냉장고에서 공기를 냉각시키는 것도 기본적으로 이런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

[앵커]

에어컨이 그런 원리를 이용한 거라면 페트병 에어컨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기자]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임춘택 교수/카이스트 양자공학과 : 결론적으로 이야기 해서, 별로 효과 없는 장치에요. 근본적으로는 압력을, 대기압보다도 수십배 정도 높게 해야만 겨우 냉각효과가 생겨요. 선풍기를 틀어봤자 (대기압의) 1천분의 1도 안 되거든요. 그런 것 복잡하게 하지 말고 그냥 문 열어놓는 게 더 시원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과학적인 원리는 맞는데, 실생활에서 부는 바람 정도로는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투페이즈라는 과학 블로거가 처음 지적을 했었는데요.

줄-톰슨 효과에 따라 1기압의 압력차가 생길 때 내려가는 온도가 0.2도입니다.

그렇다면은요. 앞서 화면에서처럼 5도까지 온도가 내려가려면은 무려 25배의 압축공기 필요한건데요, 이건 태풍 매미(60m/s)급의 바람이 불어도 불가능한 겁니다.

그래서 선풍기보다 센 바람을 페트병에 일부러 흘려보낸다 하더라도요, 온도를 고작 0.00008도 내리는 데 그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임춘택 교수도 이런 이유로 실질적인 냉각효과가 없다는 결론이었던 건데, 다만 에어컨이나 냉장고는 어떻게 급격하게 온도를 내릴 수 있는 것이냐, 그건 압축기와 냉매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그런데 방글라데시에서도 그렇고, 다른 실험에서도 실제로 온도가 내려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혹시 실제 실험을 해보면 온도가 내려가는 거 아닐까요?

[기자]

그래서 저희도 이론에 그치지않고 직접 실험 해봤습니다. 화면 보면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저희 팩트체크팀이 경기도 파주의 한 컨테이너집에 가서 방글라데시 영상에 나왔던 방식대로 장비를 만들어 봤습니다.

저렇게 지금 합판에 구멍을 뚫고 페트병을 잘라 이른바 '에코쿨러'를 직접 만든건데, 그런 뒤 창문에 붙여서 온도를 재봤습니다.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이 지난 오후 2시 40분부터 시작했는데요. 처음엔 29.3도였는데 구멍을 통해서 시원한 듯한 바람이 조금씩 들어오는 듯 하더니 온도계에는 변화가 없었고, 오히려 점점 온도가 오르더니, 급기야 10분 만에 30도를 넘어섰습니다.

팀원들이 더운 날씨에 고생이 많았는데요, 사실상 냉방 효과는 전혀 없었던 셈입니다.

[앵커]

저도 이것을 딱 보았을 때, 에어컨 안 켜고 전기값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많은 분들이 실망이 크겠군요?

[기자]

사실 방글라데시같은 곳에선 이런 획기적인 연구가 필요하고 또 정말 성공적이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 이런 보도가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하는 효과도 생각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눈길을 확 끄는 신기술을 소개할 때는 역시 면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해프닝이었습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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