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대세가 된 VR.. "도대체 넌 정체가 뭐냐?"

박세환 기자 2016. 6. 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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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료·교육·스포츠 등 전방위 분야로 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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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에 탑승하니 가상현실(VR) 기기가 하나씩 주어진다. 기기를 쓰자 양 옆으로 날개가 보인다. 흡사 용을 탄 기분이다. 공중회전을 돌면 몰입감은 배가 된다. 놀이 기구엔 변화를 주지 않고 해당 기구의 움직임에 맞게 연출된 VR 영상을 감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유명 테마파크 ‘식스플래그’에 선보인 VR 롤러코스터다. 놀이공원을 넘어 VR은 의료, 교육, 스포츠 분야 등 전방위로 세를 불리고 있다.

특히 2016년은 VR 대중화의 원년이라 불린다. 오큘러스와 HTC 등의 VR 기기 제작 업체가 올해 처음으로 소비자용 VR 헤드셋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다만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은 최근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평소 겪기 어려운 환경을 체험하고 싶다는 인간의 욕구는 70여년전부터 싹터왔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센서 기술의 발전이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다만 더 정교한 기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VR의 인기도 거품일 수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1차 VR 붐(1990년대)

VR의 효시에 대한 설은 분분하다. 그러나 업계에선 1940년 미국 공군이 개발한 ‘비행 시뮬레이터’가 VR의 시작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후 68년 미국 유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연구하던 이반 서덜랜드가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를 고안했다. 머리에 쓰는 형태의 VR 기기가 최초로 도입된 것이다. 양쪽 눈으로 보는 디스플레이와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장치 등을 달았지만 크기와 무게 탓에 혼자 자유롭게 쓰고 벗기는 불가능했다. 또 몇 개의 선으로 이뤄진 입체 도형을 만드는 수준의 화면에 불과했다.

VR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립된 건 87년 가상현실의 아버지라 불리는 ‘재런 래니어’에 의해서다. 그는 가상현실을 ‘컴퓨터에 의해 제작된 몰입적인 시각적 경험’으로 규정하며 머리에 쓰는 HMD과 함께 손에 끼는 ‘데이터 글러브’를 개발했다. 손의 움직임을 가상현실 화면에 반영하기 위한 시도였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92년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 ‘론머맨’이 개봉하면서 1990년대 1차 VR 붐이 일기 시작한다.

95년 대중 보급형 헤드셋이 처음으로 등장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포르테사의 ‘VFX1’과 버추얼 IO사의 ‘아이글래스’ 등이 이때 나온 제품이다. 그러나 낮은 해상도와 30도에 불과한 시야각, 헤드셋 착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디스플레이에 반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 어지러움이 심했다. 결국 90년대 후반 들어 VR은 대중화에 실패했다.

2차 VR 붐(2012년∼)

VR은 디바이스와 플랫폼, 네트워크와 콘텐츠 등 4가지 요건으로 구성된다. 우선 VR 영상을 볼 수 있는 기기가 있어야 한다.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필요하고, 이를 개인이 다운로드 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통로(플랫폼)도 필수적이다. 또 사람의 움직임을 영상에 즉각 반영하기 위한 빠른 네트워크도 절실하다. 2차 VR 붐은 이러한 4가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2012년 ‘천재’ 팔머 럭키가 VR업체 오큘러스를 창업하며 시작됐다.

영화 매트릭스에 영감을 받은 14살의 팔머 럭키는 여러 VR 헤드셋을 시험 삼아 만들었고, 제품이 게임 개발사 ‘이드 소프트웨어’의 창업자 존 카맥의 눈에 띄며 본격적인 VR의 인기가 시작됐다. 2014년 20만대 넘게 헤드셋을 팔며 승승장구하던 오큘러스는 그해 페이스북에 인수되며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현재 HTC와 소니, 구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도 VR 기기 제작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각 업체가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조금씩 다르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 리프트’라는 막강한 기기를 바탕으로 자사의 SNS를 플랫폼화하고 있다. 구글도 2014년 카드보드라는 VR 기기를 내놨지만 제품 판매 보다는 ‘구글 플레이’와 ‘유튜브’를 통한 플랫폼 생태계 확산에 주력 중이다. 반면 소니(플레이스테이션 VR) 삼성전자(기어 VR), LG전자(360 VR) 등은 콘텐츠와 플랫폼 보다는 기기 생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애플·아마존 등도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VR 전쟁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침체된 하드웨어 시장의 돌파구이자 소프트웨어 시장의 새로운 활력소로서 VR은 기업에게 중요한 먹거리로 부상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올해 67억 달러(7조7940억원)에 머물렀던 전세계 VR 시장이 2020년 700억 달러(81조4170억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VR의 미래

VR의 폭발적 성장에도 걸림돌은 있다. ‘오큘러스 리프트’ 등 프리미엄 급 제품의 높은 가격대가 첫번째다. ‘기어 VR’ 등 보급형 제품은 낮은 해상도와 정밀도 해결이 시급하다. 스마트폰·PC·게임 콘솔 간 호환성과 표준화도 문제로 남아있다. 5G 이동통신으로의 빠른 전환과 구글·페이스북의 플랫폼 독점, 성인용 영상이나 게임 이외의 콘텐츠 부족도 여전하다. 비슷한 이유로 한동안 주목을 끌었던 3D TV는 내리막길을 걷다 2013년 자취를 감췄다.

그러나 3D와 달리 VR 분야에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는 사실은 업계 내에서도 이견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VR 시장은 아직 걸음마도 안 뗀 상황이라 실패를 속단하는 건 너무 이른 이야기”라며 “IT 업체뿐 아니라 모든 기업과 개인이 5∼10년 뒤 다가올 가상현실 세계를 준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상과 현실이 뒤섞이고, 나아가 뒤바뀔지도 모르는 VR 전성시대를 대비하라는 뜻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하드웨어를 제외한 플랫폼과 컨텐츠 측면에서 글로벌 VR경쟁력이 매우 낮은 상황이라 시대 변화에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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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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