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은 왜 진품이라고 말하나

윤창희 입력 2016. 6. 30. 14:16 수정 2016. 6. 3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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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이우환 화백 화풍을 따라 그린 위작으로 발표한 K옥션의 2015년 12월 15일 출품작인 ‘점으로부터’



파면 팔수록 의문이 커지는 사건이다. 경찰은 위작이라며 갖가지 증거를 내놨고, 위조범도 죄를 실토해 재판에 회부했다. 하지만 작품을 본 화백은 "내가 그린 그림이 맞다"며 경찰 수사를 반박하고 있다.

김환기, 박서보 화백과 함께 국내 추상화 분야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이우환 화백의 위작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 화백은 29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2차 출석해 경찰에 압수된 작품 13점에 대해 "모두 내가 직접 그린 진품"이라고 주장했다.

이 화백은 이날 경찰에서 4시간 넘게 위작으로 지목된 13점의 작품을 감정한 뒤 진품이 틀림없다고 밝혔다.

그는 "작가는 자기 작품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다"며 "붓이나 물감을 다른 것으로 쓸 때도 있고, 성분과 색채가 다를 수도 있다. (위작 논란은) 경찰 수사가 잘못 꼬여서 부풀려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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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위작으로 보는 이유

이에 대해 경찰은 위작이 틀림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위조총책 현 모 씨와 위조화가 이 모 씨는 위조작 13점 중 4점에 대해 위조 방법을 재연하면서 죄를 실토했다고 한다.

경찰은 캔버스와 나무 틀을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덧칠한 흔적이 보이고, 1960년대 이전에 생산된 수제 못과 80년대 생산된 타카(고정침)가 한 작품에 혼용된 점, 그리고 표면질감, 화면의 구조, 점과 선의 방향성이 진품과는 다르다고 결론냈다.

특히 일부 작품의 캔버스에는 2010년 이후 제작된 수입 캔버스 천에 찍힌 도장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K옥션으로부터 압수한 그림(왼쪽)의 캔버스 측면(오른쪽 위)과, 캔버스를 벗겨 본 나무 틀 측면의 모습(오른쪽 밑). 캔버스의 측면에는 고정 핀(타카)의 흔적이 없는데 반해, 나무 틀에는 이미 여러 차례 사용됐던 고정 핀들의 흔적이 다양한 형태로 남아 있다. 헌 나무틀에 캔버스를 씌운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거래 끊긴 이우환 화백 작품

이 화백은 지난해 10월 김환기 화백의 점화가 최고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국내 작가 최고가 기록을 가지고 있던 유명 화가다.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아 2014년 11월 소더비 경매에서는 1976년 작 '선으로 부터'가 216만 5000달러(약 23억 7000만 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이우환 화백 작품 ‘선으로부터’



승승장구하던 이우환 화백 작품이 지난해 초부터 경매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 화백의 작품 중에 위작이 유통된다는 소문이 미술계에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이다.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위조범들이 검거됐다.

이번에 위작 논란이 제기된 이우환의 작품들은 대부분 1977~1979년 선(From Line)시리즈와 점(From Point)시리즈다. 대부분 작품이 화랑에서 5억 원을 넘었던 고가 미술작품들이다.

그렇다면 왜 이우환 화백은 왜 위조업자들조차 실토한 작품에 대해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걸까.

이우환 화백이 위작 논란을 빚은 작품에 대한 검증을 위해 29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도록을 가지고 들어서고 있다.



미술계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경찰 수사의 오류 가능성이다.

경찰이 제시한 위작이라는 유력한 근거 중 하나가 유리의 주성분인 규소(SI)다. 경찰은 이우환 화백은 물감에 유릿가루를 넣지 않는다고 진술한 반면 위조범들 작품에서는 반짝반짝한 질감을 위해 유리를 빻아서 넣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규소 성분이 다른 안료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만큼 결정적인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더구나 위작으로 지목된 그림 중 한 개에 써 준 작가 확인서에 대해서 이 화백은 "내가 쓴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가 확인서가 진품 감정서와 같은 효력을 갖는 세계 미술계의 관행을 볼 때 경찰 수사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미술계 일각에서는 감정업계 분석과는 달리 이 화백이 진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위작 논란이 가져올 자신의 명성과 작품 가치에 대한 타격 때문에 이번 사건을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갖고 있다.

결과야 어쨌든 이번 위작 파문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과 함께 한국 현대 미술사의 대형 스캔들로 남을 전망이다.

천경자 회백의 ‘미인도’(좌)와 이우환 화백의 ‘점으로부터’ 최근 미술계 위작 스캔들에 휘말린 작품이다.



'미인도' 사건의 경우 천 화백이 유통되는 작품에 대해 '진품이 아니라'고 주장한 반면, 이번 사건은 이 화백 자신이 유통되는 작품에 대해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상반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창희기자 (thepla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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