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반발에..시작부터 후퇴만 하는 '설탕과의 전쟁'

임지수 2016. 6. 2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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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단맛을 줄이면 인생이 달콤해진다' 정부가 지난 4월 '설탕 줄이기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건 구호입니다.

[손문기/식약처장 : 정부의 당류 저감 목표는 2020년까지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예, 설탕과의 전쟁은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업계 반발로 후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애초 학교에 커피 자판기 설치를 금지하겠다고 했는데, 커피 판매만 제한하고 그러니까 커피 빼고 다른 음료는 허가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당분 표시를 '의무화'하겠다고 했던 것도 '확대 추진'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대체했고 당도 높은 식품에 '경고 딱지'를 붙이겠다던 계획은 '추진 검토'로 물러섰습니다. 이것도 일종의 기업프렌들리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요즘 정부가 연일 강조하는 '경제살리기'라는 구호에 결국 국민건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대책 발표 석 달이 지난 지금, 과연 뭐가 변했는지 임지수, 박창규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공원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들.

음료수를 사러 매점으로 몰려드는 학생들.

[중학생 : (탄산음료는) 목마를 때 먹으면 더 기분 좋아지고. 더울 때, 더울 때 맨날 먹어요.]

정부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석 달.

[손문기/식품의약품안전처장 : 당류를 줄인 식품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현장에서는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식약처가 내세웠던 대책들도 업계 반발로 후퇴했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많은 곳에서 당 함량 높은 음식을 못 팔게 하겠다는 건 업체 자율에 맡겼습니다.

학교와 학원 주변에선 소용량 음료를 팔게 하겠다던 계획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사후 점검 계획도 없습니다.

[식약처 관계자 : 업계에선 권고 수준만으로도 타격이 크다고. 부정적인 멘트 하나가 나가면 매출이 금방 차이가 난대요.]

시행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시행했어야 할 방안들도 지지부진합니다.

이번 달부터 운영하겠다던 당분 줄이기 민관협의회는 구성원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커피전문점에 자율영양표시제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내용을 전달 받은 곳도 없습니다.

9월 입법예고 예정인 학교 내 자판기 커피 판매 금지안도, 자판기를 뺄지 말지조차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설탕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했다가 시작부터 물러서고 있는 식약처, 이유가 있습니다.

판매 하락을 우려하는 업계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대책안이 후퇴하는 동안 업계의 대비 전략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

정부의 설탕 대책 발표 뒤 식품업체들은 이런 저설탕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습니다.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이런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높아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는 무설탕 저지방 요거트. 100g 한 컵엔 당분 9.2g이 들었습니다. 각설탕 3개 넘는 분량입니다.

무설탕 표시가 붙었지만 정작 설탕이 들어간 제품과 당분량도 비슷합니다. 

100% 과즙이라는 주스. 한 번 마실 양엔 당분 21g이 들었습니다. 각설탕 7개 분량입니다.  

뒷면 성분표를 봤더니 설탕보다 더 단 액상과당이 들었습니다.

과즙 100%란 다른 과즙을 섞지 않고 해당 과일 과즙만 썼다는 뜻일 뿐입니다.

열량이 없다는 제로칼로리나 당분 0 표시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한 번 먹을 량 기준으로 5cal, 당분 0.5g 미만이면 0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열량은 거의 없으면서 설탕보다 200배 강한 단맛을 내는 합성감미료 아스파탐을 넣기 때문입니다.

설탕을 줄였다고 내세우면서도 설탕보다 더 논란이 되는 원료를 넣을 만큼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단맛.

식품 기업들의 저설탕 마케팅에 정작 국민 건강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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