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 내수차별 논란에도 정부 '수수방관'

배동주 기자 2016. 6. 2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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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수출용차 범퍼 안전보강장치 내수용에는 없어..전문가 "스몰오버랩 평가 도입검토해야"

 

미국이 선정한 가장 안전한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만 유효하다. 국내 사정은 다르다. 미국과 한국의 충돌 안전성 평가 방법과 기준이 다른 탓이다. 그럼에도 완성차 업체는 미국의 안전 평가를 가져와 국내 판매 차량 홍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스몰 오버랩 평가(small overlap test) 결과를 공개하고 23일 한 장의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 북미 수출용 차량에는 보강 장비 좌우측 모서리 부분이 연장돼 있는 반면 내수용 차량에는 좌우측 연장이  없다. 사진을 본 국내 소비자들은 국내에 판매되는 현대차 SUV 투싼 모델과 전방 범퍼 충돌 보강 장비가 완전히 다르다며 현대차가 내수 차별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스몰 오버랩 평가(small overlap test) 이후 게재한 사진. 범버 보강재 연장이 푸른색으로 표시돼 있다. / 사진 = IIHS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현대차 내수 차별 사진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소부위 충돌 안전 평가인 스몰 오버랩 평가를 국내에선 실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스몰오버랩 평가는 시속 64㎞ 속도로 차량 운전석 앞 부분 25%를 장애물과 충돌시키는 시험이다. 미국 IIHS는 교통사고 사망자의 25%가량이 국소부위 충돌에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2012년부터 새롭게 추가했다.

문제는 완성차 업체가 국내에서는 유효하지 않은 미국 IIHS 평가 결과를 국내 시장 차량 홍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막을 국내 안전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월18일 현대차는 싼타페가 미국 IIHS 차량 충돌 시험 결과 가장 높은 안전 등급을 획득했다고 발표하며 국내 시장에 출시된 싼타페 더 프라임은 차체 보강재를 확대 적용하고 차체 구조를 개선해 스몰오버랩 평가도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범퍼 보강재 길이가 다른 현대차 SUV 산타페 DM 북미 수출형(위)과 내수용 차량. / 사진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범퍼 충돌 보강재 좌우측 연장이 스몰오버랩 평가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며 “차체 구조를 보강한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스몰오버랩 평가 국내 도입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수 차별이 일어나지 않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업에게 바랄 수 있는 자발적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국토부가 왜 도입을 미루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중국은 2018년 스몰오버랩 평가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국토부는 스몰오버랩 평가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4월 국토부는 현대차 아반떼와 싼타페, 한국GM 올란도와 말리부, 기아차 K7, 르노삼성 SM5 등 6개 차종에 대한 스몰오버랩 평가를 실시하고 결과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다만 미국과 동일한 조건임에도 결과가 지나치게 좋다는 지적을 받고 즉시 삭제했다. 미국 IIHS 국소부위 충돌 평가에서 각각 양호와 미흡을 받은 현대차 아반떼와 쉐보레 말리부가 국토부 평가에선 우수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국토부는 연구용 시험 결과를 잘못 올린 것이라고 해명한 뒤 40% 정면 충돌 평가 등 이미 안전성에 대한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도입을 연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스몰오버랩 평가와 같은 국소 충돌 시험은 안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사고 순간 핸들을 틀지 않고 정면으로 부딪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보행자 사망 사고가 많은 국내 교통사고 현황에 따른 조치라는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전체 교통사고 중 보행자 충돌 사고는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이다. 인구 10만명 당 보행자 사망자 수도 3.9명으로 폴란드 3.0명 미국과 일본 1.5명과 비교해 많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국은 보행자 충돌과 관련한 실험은 없다”며 “각 나라 상황에 맞는 평가 기준이 도입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협회 관계자는 “보행자 충돌시 안전이 중요하다면 차체 강성 강화도 말이 안되는 것”이라면서 “중요한 것은 미국과 다른 보강재로 인해 겪는 소비자 불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토부의 행태는 국내 자동차 업체를 배려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차량 안전 평가라는 것 차체가 소비자에게 알권리를 주고 완성차 업체가 안전한 차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 의무는 아니다”라며 “차량 안전 평가 요소 자체는 미국보다 국내가 더 많다”고 했다.

 


 

배동주 기자 ju@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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