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시곡리 주택

매거진 입력 2016. 6. 29. 16:30 수정 2016. 6.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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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집에서 얻은 새 삶

전원생활이 그리워질 나이. 그렇게 부부는 작은 마을에 새집을 지었다. 회색빛의 수수한 외관은 언제나 이곳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저녁 무렵이면 언제나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송학산(松鶴山) 남쪽 자락에 위치한 이 주택은, 정년 이후 새로운 전원생활을 원하는 부부의 의뢰로 설계되었다. 지인의 소개로 타향인 제천에 대지를 구매한 후, 우연한 기회에 매체에 소개된 목조주택이 마음에 들어 건축가를 찾았다고 했다. 빠르고 복잡한 도심에서의 생활과 다른, 느리고 소박한 전원생활을 원했던 건축주는 마을과 어울리면서 검박한 외향, 하지만 가볍지 않고 무게감 있는 건축물을 원했으며 단독주택 생활이 처음인 가족이 편리하게 유지·관리할 수 있도록 요청하였다.


PLAN - 1F (114.85㎡) 
PLAN - 2F (15.78㎡)  


1 주차장 / 2 현관 / 3 거실 / 4 안방 / 5 손님방 / 6 식당 / 7 주방 / 8 다용도실 / 9 욕실 / 10 정원데크 / 11 장독대 / 12 계단실 / 13 다락방 


회색 빛깔의 콘크리트블록과 전벽돌로 외벽을 마감했다. 
마을 경치와 잘 어우러진 주택의 모습  /  거실에서 바라본 아담한 정원


먼저 송학산을 북쪽으로 등지고, 서쪽으로 작은 구거(溝渠)가 흐르고 있는 대지 주변에는 농지, 임야, 창고, 양봉장 등의 농업시설물, 그리고 박공지붕의 농가들이 완만한 산자락의 경사를 따라 자리하고 있었다. 앞뒤 이웃집과의 경계는 인공의 높은 옹벽 대신 텃밭의 농작물, 과실수, 관목 혹은 자연스럽고 토속적으로 형성된 낮은 돌담으로 이루어져 있다. 신축되는 주택도 자연에 순응하고 이런 마을 전체와 융화될 수 있도록 형태, 높이, 재료를 선정해야 했다.

부부의 안방 그리고 서울에 거주하는 자녀들이 주말에 머물 수 있는 작은 손님방을 제외하고는 높은 박공천장의 거실이 동서 방향으로 길게 축을 이루며 공간들이 연결되도록 실(室)을 배치했다. 가지고 있던 물건을 최대한 정리할 수 있는 수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불필요한 보관공간은 지양하며 공간의 규모를 산정하였다.

목조주택을 원했던 건축주의 의견에 따라 자연스럽게 주요 골조 재료는 목재로 선정되었다. 외벽 구조는 2×6의 경량 구조재와 130×300 글루램 우드 빔을 지붕 보로 사용하였다. 8개의 보는 170×450 대들보에 연결되며, 천장의 구축선을 그대로 노출하고 보의 상부에는 *제혀쪽매 패널(tongue and groove panel) 천장재로 마감하였다. 특히 실내외 공간에서 노출되는 모든 선과 면 등의 건축요소들은 정교한 디테일 및 시공을 통해 세밀하게 연결되어 구축적 전이의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앙에 위치한 거실은 이러한 설계 개념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 공간으로, 내·외부 마감이 별도로 분리되지 않게 전벽돌 벽체가 그대로 집 안까지 연결되도록 했다. 거실 바닥과 외부 데크의 레벨 또한 동일하게 하여 안과 밖의 공간적 분할을 최소화하였다.


*제혀쪽매 패널

합판과 배향성 스트랜드보드(OSB)가 바닥덮개로 사용되는 경우, 장선과 장선 사이 빈 공간에서 상부하중을 효율적으로 지지하기 위해 패널 한쪽 측면에 홈을 파고 다른 쪽 측면에는 턱을 만들어 끼워 맞출 수 있게 제조된 패널


북측 다이닝 공간. 높고 낮은 천장고로 공간을 구분해 주었다.  /  식당 옆 별도로 마련된 주방
거실은 높은 천장 덕분에 한층 넓어 보인다.


HOUSE PLAN

대지위치 : 충청북도 제천시 / 대지면적 : 937㎡(283.44평) / 건물규모 : 지상 2층

건축면적 : 119.61㎡(36.18평) / 연면적 : 130.63㎡(39.51평) / 건폐율 : 12.77% / 용적률 : 13.94%

주차대수 : 2대 / 최고높이 : 7.35m / 공법 :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기초, 지상 - 중목구조, 경골목구조

구조재 : 벽 - 2×6 구조목, 지붕 - 130×300 구조용집성재(Glulam) / 지붕마감재 : VM징크 / 단열재 : 그라스울 24K 140㎜

외벽마감재 : 콘크리트블록, 전벽돌 / 창호재 : LG하우시스 AL시스템창호

시공 : 하우징플러스  www.housingplus.co.kr

설계 : 이윤희(이화여자대학교)  www.adslabplus.com / 조종우(이우건축사사무소) 02-2047-0510

총공사비 : 약 3억원


외부 전벽돌 마감이 내부 안방 벽체로 삽입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콘크리트 블록조와 전벽돌을 기본으로 사용하되, 내부 공간의 기능에 따라 외장재를 구별해주었다. 즉, 남쪽 파사드는 4인치 콘크리트 블록조 마감을, 평지붕의 공간(안방, 주방, 식당, 다용도실)은 전벽돌을 사용했다. 특히 전면부는 긴 스팬의 벽체를 기둥 없이 받칠 수 있게 130×460 글루램 보와 기둥을 ‘ㄱ’자형으로 배치하였다. 후면부 진남색 벽체는 후퇴시켜 벽면 공간의 깊이감을 높임과 동시에 데크의 처마로도 쓸 수 있게 했다.

면적인 요소가 강한 벽체와 달리 지붕은 2×10 서까래를 부분적으로 노출시켜 선적인 요소를 강조하였다. 평지붕, 전벽돌로 마감된 다용도실 입구는 12T 구로스틸처마를 전벽돌 벽체에 그대로 삽입시켜 벽돌의 수직면과 대조되도록 하였다.


다락으로 올라가는 원목계단  /  계단 아래로 거실이 내려다보인다. 


INTERIOR

내벽마감재 : 테라코트 플렉시텍스 슈퍼화인(테라코코리아) / 내부천장마감재 : 적삼목유절 제혀쪽매루버 / 바닥재 : 볼론(두오모코리아), 원목마루, 강마루

욕실 및 주방 타일 : 300×300 자기질타일 / 수전 등 욕실기기 : 아메리칸스탠다드 /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 세진인퍼스시스템가구(010-2258-1588)

조명 : 동명전기, 필립스 / 계단재 : T20 오크집성목 / 현관문 : LG하우시스 AL시스템도어

방문 : 문틀 - T30 홍송 도어프레임, 문 - 자작나무합판 위 스테인 / 데크재 : 방킬라이 데크재


본연 그대로에 충실한 것만으로도 깊은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인테리어를 위한 인테리어’는 지양하였다. 건축재료 본연의 재질이 온전히 드러날 수 있게 전벽돌, 목재패널 마감 등을 내부 벽면에도 사용하였으며, 자연의 목재의 색상과 크게 대비되지 않게 청색, 벼색, 은백색 등을 적용하였다. 거실의 높은 층고와 부피를 고려해 대형 상업공간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펜던트 2개를 사용하여 은은하게 공간을 비추도록 절제된 인공 조도의 공간으로 유도하였다.

거실 바닥은 외부 정원 데크와 높이를 동일하게 맞추어 내·외부 공간이동을 용이하게 했다. 또한 다른 공간은 거실에서 450㎜ 상승시켜 바닥면 높이 변화를 통해 공간의 영역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식당과 주방은 문 없이 오픈하되 공간을 형성하는 마감 재료에 변화를 주어 개별 공간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였으며, 주방의 문은 구조철판 프레임으로 대체하였다.


다락의 글루램 보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택의 동측 주출입구  /  거실과 이어진 넓은 데크는 볕을 쬐기 좋은 장소가 되어준다.
STRUCTURE DETAIL


이 주택은 건축, 인테리어, 조경, 구조, 설비, 조명, 가구 등의 다양한 스케일과 기능의 요소들이 하나의 완전체로 설계되고 시공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별개의 영역, 별개의 요소가 아닌, 영향을 주고 받는 마을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바람이 있는 공간, 빛이 있는 공간, 빗소리가 들리는 공간, 어둠이 있는 공간, 새소리가 들리는 공간, 초록의 냄새와 꽃향기가 스며드는 공간에서의 여유로운 삶이 우리가 기대하고 꿈꾸는 전원생활이 아닐까 한다. <글·에이디에스랩>


건축가_ 이윤희, 조종우

이윤희는 캔사스주립대학교에서 건축학사, 실내건축학사를 취득하고, 예일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뉴욕에서 실무를 익힌 후, 이화여자대학교 에이디에스랩(ADSlab) 기반으로 건축물에 대한 리서치와 개인 실무 프로젝트를 병행하고 있다. 조종우는 경북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경기대학교 건축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건축사사무소 힘마, 초이 건축사사무소에서 실무를 쌓은 후, 2010년 이우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취재_ 김연정   |  사진_ 남궁선(http://namgoongsun.com, 건축가 제공)

ⓒ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16년 6월호 / Vol.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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