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이야기]출구 없는 저소득층 위기는 아래로부터 온다

입력 2016. 6. 29.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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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4분의 1이나 되는 불평등 구조. 임금 상·하위 격차는 더 벌어졌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불평등도 심각. 모든 위기가 저소득층에 집중되는 현상, 극복 방안은 없을까?

김도익씨(35·가명)가 직장생활보다 먼저 정리한 것은 가정이었다. 김씨가 다니던 직장에서 ‘다음 달까지만 일하고 그만 나오라’는 통보를 받은 것은 지난 2월. 아내와 갈라서기로 결정한 것은 통보를 받고 얼마 안 지나서였다.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이혼절차를 밟으러 가정법원까지 가지 않아도 되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결혼생활 2년이 채 되지 않아 ‘돌싱’이 된 김씨는 주변 사람들이 이유를 물으면 ‘성격 차이’라며 얼버무렸지만, 사실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돈이었다. 아내가 먼저 실직하면서 가계는 기울기 시작했고, 빚과 함께 불화도 쌓여갔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사람 사이에서도 그대로 맞는 게, 당장 통장이 비고 현금이 없으니까 마음 쓰는 것도, 말 한마디 하는 것도 점점 짜증만 늘게 되다 보니….” 김씨는 왼손 손가락에 작은 장애가 있어 안정적인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했다. 어렵사리 직장에 들어가더라도 경기에 민감한 서비스업종이나 소규모 제조업 공장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월급이 밀리다 가게나 공장 문을 닫은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내 역시 여러 일자리를 전전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아내가 마지막으로 다니던 네일샵이 문을 닫고 김씨의 수입만으로 생계를 꾸리기 어려워지면서 다툼도 잦아졌다. “처음엔 적은 수입이라도 둘이 같이 벌어서 모으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갑자기 외벌이가 되니까 부담이 감당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나마저 직장에서 잘려버리니깐 뭐.” 김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면 각자 따로 사는 길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전세보증금을 빼 빚을 갚기로 뜻을 모으고 김씨는 작은 원룸으로, 아내는 친정집으로 돌아갔다. 한 부부의 가정생활은 그렇게 없었던 일처럼 정리됐다.

매출 감소로 폐업한 경기도의 한 의류 매장 앞 도로에서 화물차량이 점포 내 물건을 싣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고소득층 가구로 부가 쏠리는 현상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위기가 경제와 산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는 이미 위기의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다. 일자리를 잃거나 떠나는 것은 물론, 임금수준은 제자리에서 머물러 있고, 생계에 필수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물가는 올라 결국 빚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악순환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한계에 달한 저소득층 가구는 경제위기가 가장 큰 파괴력을 발휘할 한국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다.

경제적 위기가 저소득층에 먼저 닥쳐오는 가장 큰 이유는 소득불평등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정체되어 있는 반면 기업이나 고소득층 가구 위주로 부가 쏠리는 현상은 심해지고 있다. 임금노동자만 놓고 봐도 최근의 소득불평등 현상은 급격히 심해지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이 통계청의 올해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를 분석해 발표한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보고서를 보면 임금수준 하위 10%의 월 임금총액은 3년 전인 2013년 3월 이후로 80만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반면, 상위 10%의 월 임금총액은 같은 기간 4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상위 10%와 하위 10% 임금격차는 5배에서 5.63배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상·하위 10% 임금격차인 5.25배에 비해서도 1년간 급격하게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깔세’라고 불리는 단기임대 매장까지

저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규모는 452만명에 달한다. 전체 노동자 1923만명 가운데 23.5%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유럽연합(EU) 저임금고용연구네트워크가 정의하고 있는 저임금 기준인 ‘중위소득의 3분의 2 미만’으로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전체의 4분의 1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이 수치 역시 3년 전인 2013년 3월과 비교하면 21.7%에서 23.5%로 올랐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 중 정규직은 72만명, 비정규직은 380만명이다. 비정규직의 절반에 가까운(45.3%) 노동자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소득은 저소득층일수록 정체되어 있지만 물가는 오히려 저소득층일수록 더 올랐다.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인 0.7%를 기록했지만 저소득층의 체감물가와는 동떨어져 있었던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저물가의 가계 특성별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분위별 물가상승률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 1.1%, 2분위 0.9%, 3분위 0.9%, 4분위 0.7%, 상위 20%인 5분위에선 0.4%로 나타났다. 소득이 많을수록 저물가의 수혜를 크게 받는 데 비해 반대로 소득이 적으면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것이다. 최근 4년간 추이를 살펴봐도 전반적으로 저소득층이 직면하는 물가상승률이 고소득층보다 높았는데, 이 격차는 2014년에는 0.0%포인트로 전혀 차이가 없던 것이 2015년 0.7%포인트로 높아졌다.

이러한 격차는 소득계층에 따라 소비지출의 비중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가구는 식료품·주거·보건·담배 등에 지출을 많이 하지만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교통·오락문화·교육에 많은 돈을 쓴다. 지난해에는 특히 담뱃세 인상으로 이 부문 물가상승률이 50.1%에 달한 반면, 교통 부문에서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물가가 7.8% 하락했다.

저소득층, 소비 줄여 버티는 수밖에

물가 변동이 소득계층에 따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는 현실은 주거문제에서 특히 심각하다.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 탓에 전세물량은 줄어들고 월세로의 전환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거비용은 물가 흐름과는 무관하게 치솟기만 했다. 전세로 집을 빌려 살고 있었지만 전세보증금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월세로 옮기게 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월세 임대료 부담이 커진 것이다. 서울을 떠나 경기도 의정부로 이사한 구모씨(56)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브랜드 의류 소매점을 운영하던 구씨는 영업실적이 악화되면서 가게를 접었다. 살고 있던 집의 전세보증금 일부도 가게 정리에 들어갔다. 남은 돈을 가지고는 서울을 벗어나서도 월세로 옮겨야 겨우 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

“당장 월세가 30만원씩 나가는데, 그 액수도 액수지만 (이전에 비해) 그만큼 쓰는 걸 줄여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는 거니까. 밥상에 고기 구경 못하게 된 지가 벌써 오래됐지.” 구씨는 의류 유통업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수입도 규모도 예전과는 큰 차이가 있다. ‘창고정리’를 내세우며 헐값에 파는 재고물품을 떼다가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파는 것이 구씨의 일이다. 한 곳에서 매장을 빌려 꾸준히 영업할 사정이 안 되니 이른바 ‘깔세’라고 불리는 단기임대 매장을 빌리느라 이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 구씨는 “요즘 경기가 안 좋아 건물 임대가 안 되는 공실이 많아서 ‘깔세’ 주고 장사할 자리가 다양해진 건 맞는데, 그만큼 장사가 안 되기도 해서 돈이 안 모인다”고 말했다.

월세 전환 추세 때문에 저소득층이 부담하는 임대료 비중은 전체 소득의 30% 이상으로 치솟고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가 국내 가구주의 소득수준에 따른 소득 대비 임대료 비중을 분석한 결과 가장 소득이 낮은 1·2분위에서는 전세에서 월세로 바꾼 후 소득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어서, 다른 소득계층에 비해 부담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저소득층이 감당해야 하는 과도한 월세부담은 이들의 자본축적 기회까지 빼앗기 때문에 임차에서 자가로 이어지는 일반적인 주거 사이클 자체가 깨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침체와 위기국면의 무게를 더욱 혹독하게 짊어져야 하는 저소득층은 당연히 소비를 줄여 버티는 수밖에 없다. 침체국면의 시작점인 2011년 8월 이래 저소득층의 소비심리는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5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현재의 위기는 1997년의 외환위기 직후 겪었던 29개월간의 경기수축 국면보다도 2배 이상 긴 상황이다. 장기간의 불경기를 겪으면서 경기가 정점을 찍은 2011년 8월의 소비지수를 100으로 했을 때 지난해 4분기 저소득층의 비내구재 소비는 88.0으로 크게 위축됐다. 고소득층은 95.8, 중산층이 97.1로 소비 감소 폭이 크지 않았던 것과 비견되는 수치다. 가계의 서비스 소비 역시 고소득층과 중산층은 각각 104.4, 102.6으로 경기 정점 시기보다 증가했지만 저소득층은 86.7로 크게 감소했다.

소득이 줄어드니 소비도 줄여야 하건만 아무리 줄여도 더 줄일 수 없는 소비는 결국 빚으로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1300조원에 육박하는 한국 경제의 가계부채 증가속도와 규모는 이미 곳곳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 그리고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 역시 저소득층에서 더욱 극명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가계부채의 규모 자체는 고소득층일수록 높지만 저소득층일수록 부채 상환에 사용하는 금액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경제위기 국면에서 실제 생활에 미치는 부채의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된 최근 5년간의 가계부채 증가율을 봐도 저소득층의 빚은 고소득층보다 더욱 빠르게 급증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취약계층 가계부채 풍선효과 위험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저소득층의 담보대출은 최근 5년간 63.9% 증가해 전체 가구의 증가율(39.6%)을 크게 앞질렀다. 반면 같은 기간 저소득층의 신용대출은 61.8% 급감했다. 금융기관들의 대출심사 강화로 신용대출이 어려워진 저소득층이 담보로 대출을 늘린 것이다. 대출이 늘어난 만큼 오롯이 빚을 갚는 데 쓰인 돈도 늘었다. 하위 20% 저소득층의 5년간 부채원리금 상환액은 192.7% 증가해 전체 가구 평균인 94.7%보다 크게 높아졌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 대비 부채상환액 증가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이다. 조 위원은 “소득과 담보 측면에서 신용도가 낮은 취약계층은 비은행권 대출, 신용대출, 집단대출 등을 늘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저소득층 가계부채가 부실화되면 소비 위축, 신용유의자 증가 등 경제에 미칠 파장은 더욱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경기 불황으로 협력업체들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경남 거제시 고용노동부 거제고용센터가 실업급여 신청을 하기 위한 실직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저소득층 자살 생각, 4.3배나 높아

제1·제2 금융권에서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이 결국 대부업체로 향하게 되는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높은 금리 탓에 원리금 상환에 애를 먹으면서도 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되지 않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대부업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등록된 대부업체에서 풀려나간 대출잔액만 해도 2011년 8조7000억원에서 2013년 10조원으로, 2015년 6월 말에는 12조3000억원까지 늘었다. 이용자 수는 252만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록되지 않은 대부업체를 통한 대출 액수는 집계조차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저소득층 부채 문제는 심각하다.

부채로도 막아낼 수 없는 경제적 위기의 끝은 극단적인 선택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말까지 경남 거제에서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자로 일한 권모씨(33) 역시 줄어들지 않는 빚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소자본 창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권씨는 한동안 채권자들을 피해 몸을 숨기는 도피생활을 하다 거제의 조선소까지 흘러들어가게 됐다. 배에 페인트 칠하는 도장 일을 하면서 1년 동안 모은 돈을 서울에 있는 가족에게 보내서 결국 빚은 다 갚았지만 빚을 갚고 나니 오히려 우울증이 생겼다. “빚을 갚는 동안은 삶의 목표 같은 게 유지가 됐는데, 갚고 나서도 계속 이런 힘든 생활을 계속해야 하는 게 너무 답답해서 일하러 가기가 싫더라고요.” 하루이틀 출근을 못할 정도로 우울감이 심해지고 결국 사표를 낸 뒤 집에 틀어박혀 지내던 권씨를 동생이 와서 집으로 데려갔다. 권씨는 “아무것도 할 의욕이 안 나서 ‘이럴 바엔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하던 참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권씨처럼 자살 생각으로 고통받은 비율은 저소득층이 다른 소득계층보다 크게 높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한국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소득층 15명 중 1명 꼴인 6.22%가 지난 1년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저소득층을 제외한 응답자 가운데에서는 1.43%만이 자살 생각을 했다고 응답해 저소득층의 자살 생각 비율은 4.3배나 높았다. 저소득층 중 지난 한 해 동안 자살을 계획한 사람은 1.0%,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0.16%로, 일반 응답자의 0.12%, 0.02%보다 높았다. 우울감을 느끼는 정도 역시 저소득층이 일반 응답자보다 2.7배나 높았다.

경제위기가 문화가 되어버린 시대, 해법은 없나저소득층 가계에 먼저 닥쳐오는 경제위기의 이면에는 소득불평등이 있다. 그리고 소득불평등은 기업에서 만들어낸 부가 가계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데서 시작한다. 최근 조선·해운업을 필두로 국내 산업 전반의 위기와 구조조정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은 최근까지도 생산성이 가장 크게 오른 나라다. 올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펴낸 ‘OECD 경제 전망(OEC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5%로 분석대상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그러나 생산성이 높아진 만큼 그 열매가 노동자에게 돌아갔는지를 보면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중위 노동소득 상승률은 생산성 상승률에 못 미치는 3.7%에 그쳤는데, 노동생산성 상승률에 못 미치는 1.3%포인트의 격차는 회원국들 가운데서 가장 큰 수치였다. 요컨대 노동자들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 데 비해 가장 푸대접을 받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이다.



한 사회에서 생산한 부가 기업으로만 쏠리는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정부와 같은 공공부문의 역할이다. 그러나 공적 투자를 통해 가계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정도 역시 한국은 꼴찌였다. ‘OECD 경제 전망’에 따르면 공적 투자가 가계의 가처분소득 향상에 기여하는 영향이 한국은 0%였다. 가장 높은 이스라엘은 15%, OECD 평균이 5%인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하지만 0%라는 수치 때문에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공적 투자가 활발한 나라일수록 고소득층 가계와 저소득층 가계에 미치는 효과의 차이도 커지는 불평등한 결과가 나타나 이스라엘은 2%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나 한국은 소득계층을 막론하고 공적 투자의 효과가 전무하다 보니 모든 계층이 똑같이 아무런 혜택도 못 받는 평등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고 고소득층 중심으로 먼저 부가 분배되면 저소득층으로도 부가 이전된다는 ‘낙수효과’ 논리가 소득불평등을 낳고, 소득불평등은 다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분석은 이제 정설이 되어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980년부터 2012년까지 전 세계 159개국의 소득과 경제성장 관련 자료를 토대로 실증 분석한 ‘소득불평등의 원인과 결과’ 보고서는 “하위 20% 저소득층의 소득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포인트 늘면 5년간 0.38%의 경제성장 효과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상위 20% 고소득층의 소득 비중이 1%포인트 높아지면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은 0.08% 낮아지는 결과가 나왔다. 소득수준별로 소득증가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소득 하위 20%인 1분위에서 0.38%,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0.33%, 0.27%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는 반면, 4분위는 성장 효과가 0.06%에 그쳤고, 5분위에선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소득불평등 확대가 저소득층 교육기회 감소로 이어지고 그에 따라 노동생산성 저하를 불러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키는 연쇄작용이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소득이 한쪽에 집중되면 총수요가 줄어 성장률을 낮춘다”며 “부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중산층과 저소득층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현상이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장·단기 경제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이를 막으려면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리고 중산층 공동화 현상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한국의 사회적 불평등이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보다도 더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복지지출을 늘리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사회적 배제의 원인 분석’ 논문에서 소득불평등과 실업률, 고용률, 사회지출 등의 항목을 종합한 사회적 배제 정도가 34.6%에 달해 경제위기를 겪은 그리스(27.7%), 아일랜드(27.3%) 등의 나라보다도 높은 불평등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 비용이 9%로 비교 대상국 중에서 가장 낮았다”면서 “사회적 통합을 위해서는 소득불평등과 실업률 완화, 복지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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