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강아지 자가치료 못한다고?'..속타는 애견맘

입력 2016. 6.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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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료 금지 법 개정 움직임..농림부 "사례검토, 여론수렴중" "동물도 의사가 돌봐야 vs 돈 없으면 강아지도 못키우나"..찬반 팽팽

자가진료 금지 법 개정 움직임…농림부 "사례검토, 여론수렴중"

"동물도 의사가 돌봐야 vs 돈 없으면 강아지도 못키우나"…찬반 팽팽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생후 3개월 된 유기견을 입양한 A(45·여) 씨는 최근 귀를 자주 긁는 강아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수의사는 귓속에 진드기가 가득하다며 주사와 먹는 약을 처방하고 1주일 뒤에 다시 방문해달라고 당부했다.

병원비로 7만원을 지불한 A 씨는 각종 병치레와 예방접종으로 매달 수십만원이 드는 강아지 병원비에 경제적 부담을 느꼈다.

그는 동물보호단체에 도움을 청해 동물약국에서 1만2천원 정도에 파는 연고만으로 강아지를 치료하는 방법을 찾았다.

'부신피질호르몬 성분이 포함돼 있으니 적정량을 사용해야 한다'는 설명서를 따라 약을 3일 간격으로 세 번 발라줬을 뿐인데 가려움증은 깨끗이 사라졌다.

A 씨처럼 저마다 사정으로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애완동물을 직접 치료하는 애견인들은 앞으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이 어미 개 300마리를 가두고 강제 임신, 새끼 불법판매, 불법마약류를 사용한 제왕절개 수술을 자행한 '강아지 공장'을 고발하면서 무자격자의 동물 치료 행위를 처벌하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 "동물도 아프면 의사가 돌봐야"

동물 자가진료 금지를 주장하는 수의사계와 시민사회는 아픈 사람을 의사가 진료하듯, 병 든 동물 역시 수의사가 돌봐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전문지식 없는 자가진료로 병을 키우거나 멀쩡한 장기를 다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수의사법은 동물 무면허진료행위를 금지하고 있지만, 자신이 사육하는 동물의 진료행위는 허용하도록 시행령에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A 씨를 비롯한 많은 애견인이 이러한 법적 근거로 직접 약을 구해 집에서 동물을 치료하거나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약국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운영하는 애견용품가게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인터넷에는 사용방법, 가격, 효능 또는 부작용 등 관련 정보가 넘쳐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개 번식장 논란이 커지면서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에 한해 자가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시행령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케어 활동가는 "자가진료 금지는 원칙적으로 옳다"면서도 "사람도 감기약 정도는 편의점에서 살 수 있듯 자가진료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생충 예방약 복용 등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자가진료 행위까지 금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직은 내부 방침 없이 국외 사례를 살펴보며 이해단체 목소리를 듣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 "돈 없으면 강아지도 못 키우나"

동물 자가진료 금지에 반대하는 이들은 법 개정이 수의사단체의 숙원사업을 해결하기 위한 '꼼수'라며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동물보호협회에 따르면 개 예방접종을 하려고 동물병원을 찾으면 평균 3만원이 들지만, 동물약국에서 파는 백신을 사서 직접 주사를 놓으면 7천원 안팎에 해결할 수 있다.

개가 매달 평생을 먹어야 하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은 병원에서 한 알에 9천원 정도에 팔지만, 대형동물약국 소매가는 2천500원대에 형성돼있다.

개 수명을 10년으로 가정하면 어렵지 않게 먹일 수 있는 심장사상충 예방약을 사는 데만 동물병원이 동물약국보다 90만원 정도 비싼 셈이다.

또 다리 골절 수술에 100만∼200만원이 드는 등 비싸기도 하고 병원마다 천차만별인 치료비용도 수의사를 찾는 대신 자가진료를 선택하는 이유다.

최정아 동물보호협회 대표이사는 "자가진료 금지는 한 마디로 돈 없는 사람은 애완동물을 키우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아지 공장' 사례는 수의사법이 아니라 동물보호법 개선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의료수가체계부터 바로잡아야"

일각에서는 자가진료를 금지하면 경제적 부담 때문에 의료방임에 놓이거나 거리에 버려지는 동물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다.

그렇다면 동물 의료보험제도와 공중보건소 같은 의료시설 도입은 자가진료 금지의 제도적 보완책이 될 수 있을까.

이러한 방안은 동물을 기르지 않는 사람도 자신이 낸 세금을 써도 좋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작다.

동물을 위한 민간의료보험이 등장하기도 했으나 가입률이 낮은 데다 병원마다 다른 치료비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동물단체는 자가진료 폐지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의사 사회가 사회적 책임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자가진료 금지는 수의사의 집단이기주의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주장이 있다"며 "부르는 게 값인 중구난방 의료비를 수의사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수의사회 관계자는 "정부가 1999년 관련 법을 만들면서 기존의 동물 의료수가체계를 없애고 병원 자율에 맡겼다"며 "수의사 사회가 임의로 상한가를 두는 등 치료비를 맞춘다면 담합행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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