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적 논란에 애꿎은 태극기만..롯데타워 결국 철거

입력 2016. 6. 29.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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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경 기업·애매한 감독기관·편협한 주장의 합작"

"무신경 기업·애매한 감독기관·편협한 주장의 합작"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불법 광고물인지를 놓고 사회적 논란을 빚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초대형 태극기가 결국 철거 수순을 밟는다.

현행법 등을 면밀히 따지지 않은 기업의 무신경, 서울시 등 감독 기관의 애매한 태도,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시민단체들의 편향성 등이 뒤섞여 불필요하게 소모적 논란을 키우고 애꿎은 '명물' 태극기만 조기 퇴장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월드타워 관리사 롯데물산은 28일부터 타워 외벽에 붙은 태극기 철거 작업에 들어갔다. 철거 작업용 곤돌라 운영 대수에 따라 가변적이지만, 이르면 30일께 철거가 모두 마무리될 예정이다.

당초 롯데물산은 올해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태극기 아래 새로운 나라사랑 주제의 메시지를 붙이고 캘리그래퍼(글씨 예술가) 강병인씨의 공개 퍼포먼스를 비롯해 다양한 관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도 태극기 철거와 함께 모두 무산됐다.

롯데물산은 지난해 8월초 광복절을 앞두고 공사 중인 롯데월드타워(완공 후 123층) 외벽에 가로 36m, 세로 24m짜리 초대형 태극기를 처음 붙였다. 태극기 바로 밑에는 서울시 광복 70주년 기념 슬로건인 '나의 광복' 문구도 가로 42m·세로 45m 크기로 새겼다.

이후 롯데물산은 태극기를 유지한 채 아래 공간(42m×45m)에만 '통일로 내일로(작년 10월)', '도약! 대한민국'(올해 1월), '대한민국 만세!(3월)' 등의 문구를 차례대로 바꿔 달며 이른바 '나라사항 캠페인'을 펼쳤다. 이들 문구 하단에는 롯데 엠블럼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난 4월 4일 시민단체 '위례시민연대'는 이 월드타워 외벽 부착물과 관련, 서울시와 송파구에 "옥외광고물법, 건축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아울러 이 단체는 민간기업이 영리목적, 인지도 향상 등의 목적으로 국기를 이용하지 말 것을 명시한 국기 훈령 18조에도 맞지 않는다며 철거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롯데물산은 태극기와 나라사랑 시리즈 문구 밑에 새겨진 롯데엠블럼이 옥외광고물법에 저촉될 가능성을 인정하고 5월 8일 월드타워 외벽에서 당장 엠블럼을 지웠다. 바로 다음날인 9일 서울시에 "(태극기를 포함해) 월드타워 부착물을 5월 중 모두 철거하겠다. 다만 고층건물 특성상 철거가 지연될 수는 있다"는 취지의 답변도 보냈다.

하지만 논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태극기 철거 계획이 알려지자, 롯데물산에는 "태극기를 철거하지 말라"는 구국채널, 엄마부대 등 시민단체의 시위가 이어졌고, 같은 생각을 가진 일반인들의 문의와 민원도 쇄도했다.

더욱이 지난달 25일에는 국가보훈처(서울지방보훈처)까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문구를 이달 말까지 유지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롯데물산과 서울시에 보냈다.

결국 롯데물산은 당초 약속한 철거 시한(5월말)을 넘겨 6월 말까지 태극기와 '대한민국 만세!' 문구를 유지하다가 28일부터 철거에 나섰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재계 관계자들은 "당장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 기업은 건물 등에 기념 이벤트로 태극기를 걸어도 괜찮은 것인지 궁금하다"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사실 정부 기관인 국가보훈처까지 태극기 연장 게재를 요청했을 정도인 만큼 태극기 자체를 건물 외벽에 붙이는 행위는 옥외광고법이나 국기훈령 등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불필요한 태극기 논란이 촉발된 데는 우선 롯데에 책임이 있다.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더라도 기업 엠블럼을 태극기와 함께 사용해 옥외광고법 위반 소지를 제공하고, 태극기를 기업 이미지 광고에 활용한다는 오해를 불렀기 때문이다.

아울러 서울시의 애매한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서울시는 위례시민연대가 제기한 민원을 받고 롯데물산에 "허가(신고) 대상임에도 절차를 거치지 않았을 경우 정비하거나 관계법령에 의한 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어떤 법 규정을 위반한 것인지, 태극기의 경우 문제는 없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한 해석이나 판단을 제시하지 않았다.

여기에 "자기 말만 옳다"는 시민단체의 강성 행동이 더해지면서, 뚜렷한 불법 여부 판단이나 행정조치 하나 없는 상태에서 감독기관과 여론에 대한 '눈치보기' 끝에 기업이 스스로 서둘러 국내 최대 규모의 초대형 태극기를 떼어내는 '해프닝'이 벌어진 셈이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나라사랑 캠페인이라는 순수한 취지로 시작한 일이 의도하지 않게 태극기 철거 논란으로 번져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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