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맞을 경우 통증이 있고 회피하고 싶음'..물대포 안전성 '셀프 테스트'로 진행한 경찰
[경향신문]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 때 백남기 농민을 중태에 빠뜨린 물대포의 안전성 검사가 경찰의 ‘셀프 테스트’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이 29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05년 이후 국내에서 물대포를 제작해 사용하면서 외부 기관을 통한 ‘과학적인’ 안전성 실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내부 직원들을 동원해 자체 테스트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2008년에 붐대형 물포(2005년식) 2대에 대해 실험한 ‘물포 안전성 실험’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셀프 테스트’는 직사 살수시 거리에 따라 느껴지는 통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실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10~30m 거리에서 물살세기 1000~3000rpm 으로 물포 운용요원과 자원 경찰관이 직접 물을 맞아본 식이다.
경찰청이 박 의원실에 제출한 실험 자료에는 물을 맞는 경찰관 사진과 함께 10m 거리에서 1000rpm 살수 시 ‘물줄기가 약해 별다른 충격은 없음’, 2000rpm 살수 시 ‘견딜만 하고 뒤로 밀릴 정도는 아님’ 등의 실험 결과가 적혀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직수 시간이나, 물을 맞는 신체 부위에 따라 통증이나 충격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이고 과학적인 내용의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신체 안면이나 전면에 살수됐을 때 신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실험도 진행되지 않았다. 백남기 농민의 경우 머리 부위에 직수를 맞고 현재까지 의식 불명 상태다.
경찰은 2008년 ‘20m 이내 근거리 직사 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물포 운용 지침’을 통해 10m 근거리에서도 직사 살수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바 있다. 하지만 박 의원실에 따르면 해당 규정 삭제 이후 진행된 물포 안전성 실험도 ‘셀프 테스트’로 진행됐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런던시장이 독일에서 수입해 온 중고 물대포 살수차 3대의 도입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는 물대포 사용에 따른 의학적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근거로 1년4개월간의 장고 끝에 사용을 불허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물대포를 차살상무기로 분류하면서 코와 입, 귀에 고압의 물이 들어갈 경우 신체조직이 다칠 위험성 등을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원은 “경찰청이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물대포에 대해 셀프 테스트로 안전성을 검사했다면 누가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물대포를 포함한 경찰청의 위해성 장비 전반에 대한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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