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서 면죄부' 남상태, 어쩌다 철창 위기 처했나

김정우 입력 2016. 6. 29. 04:52 수정 2016. 6. 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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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태 前 대우조선 사장 영장

2009년 검찰 납품비리 수사

부인만 한차례 조사 뒤 종결

2010년 정부 실세들에 연임로비

천신일ㆍ김윤옥 여사 등 연루 의혹

사실무근 결론 사법처리 피해

29일 법원 심문 구속여부 결정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28일 남상태(66) 전 대우조선 사장에 대해 20억원대 뒷돈 수수(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09년 이후 검찰 수사선상에 수 차례 오르면서도 번번이 형사처벌을 피해 간 그는 7년 만에 결국 철창 신세를 지게 될 위기에 처했다.

2006년 3월 취임한 남 전 사장이 의혹의 주인공으로 떠오른 계기는 2010년 7월 불거진 ‘연임 로비’ 의혹이었다. 그는 이명박(MB)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3월 연임에 성공했는데, 이를 두고 당시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2009년에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개입된 남 사장 연임 로비 의혹을 조사하다 외압을 받고 중단했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이 협력업체인 임천공업에 지급한 선급금 570억원 중 수십억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했고, 남 전 사장은 이를 이용해 천 회장 등 MB정권 실세들에게 연임 로비를 펼쳤다는 게 골자였다.

실제로 검찰은 당시 해당 의혹에 대한 내사를 마친 상태였다. 선급금 570억원 의혹, 그리고 천 회장이 임천공업과 그 계열사 2곳의 지분(26억여원 상당)을 자녀들 명의로 보유 중이라는 첩보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2010년 8월부터 시작된 수사의 결과는 사뭇 달랐다. 천 회장과 임천공업 대표 이모씨는 원래 친분이 있었고, 이들의 주식거래는 임천공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 성사 로비 명목이었으며, 선급금도 정상적으로 쓰였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었다. 천 회장은 이씨로부터 47억여원의 금품을 수수한 개인 비리로만 구속기소됐고, 남 전 사장은 사법처리를 피했다. 이때쯤 강 의원은 “이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가 남 사장의 연임 로비 과정에서 1,000달러짜리 아멕스 수표 다발을 받았다”고 추가 폭로했지만, 정치적 파장만 컸을 뿐 수사로 이어지진 못했다.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은 ‘사실무근’으로 판명됐다.

사실 남 전 사장에 대한 내사는 이보다 한참 전에도 이뤄졌다. 2009년 대우조선 납품비리 수사 당시, 이창하(60)씨로부터 “2004년과 2007년, 남 사장 부인 최모씨에게 각각 8,000만원과 2만 유로를 건넸다” “남 사장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등의 진술을 확보(본보 2011년 9월 23일자 1, 10면)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직전 최씨를 한 차례 불러 조사한 뒤 “돈을 받은 적이 없다”는 진술만 받고 사건을 종결했다. 그는 단 한 번도 검찰에 소환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밖에도 2012년 3월 퇴임 때까지 정치권과 사정기관 주변에선 남 전 사장 비자금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MB정부 하에서 남 전 사장은 모두 면죄부를 받았고, 2011년 말부터는 3연임까지 시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무산되자 그는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측에 “내부 출신 인사를 차기 사장으로 선임해 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후임은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고재호(61) 전 사장이 됐다.

그러나 대우조선 부실 사태가 터지면서 남 전 사장은 이제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처지가 됐다. 전날 소환조사 도중 그를 긴급체포한 검찰은 이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개인 비리와 관련한 중요 증거물을 제3의 장소에 은닉하고, 관련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의 구속 여부는 29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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