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뛰어넘는 뮤지컬,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김미연 2016. 6. 28. 06: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해밀턴`
[비즈니스 인사이트-92] 최근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핫한 뮤지컬을 꼽는다면 '해밀턴'을 들 수 있다. 해밀턴은 미국 건국의 주역이자 초대 재무부 장관이었던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2015년 2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후 6개월 만에 브로드웨이로 진출했다. 그리고 1년이 채 안 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뮤지컬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어워즈'에서도 해밀턴은 올해 11개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차지했다. 미국의 영부인 미셸 오바마도 "내 인생에서 본 예술 문화 공연 중 통틀어 최고의 작품"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해밀턴의 성공은 뮤지컬 시장이 할리우드 영화 시장을 능가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대표적인 예다. 실제로 영화 중 미국 내에서 10억달러 이상 매출을 올린 작품은 없다. 반면 '오페라의 유령' '라이언킹' '위키드' 등 유명한 뮤지컬들은 10년 이상 공연이 진행되면서 모두 10억달러 매출을 넘겼다. 이 뮤지컬들은 지금도 공연되고 있기 때문에 영화 매출과의 편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영국 런던에서 처음 공연된 후 브로드웨이 등 전 세계로 진출하면서 지금까지 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금까지 전 세계 가장 매출이 높은 영화 '아바타'가 올린 매출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언뜻 보기에는 뮤지컬 시장이 영화 시장과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흔히 영화를 보러 가지만 뮤지컬은 그만큼 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영화는 한 번 상영이 시작되면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매일, 여러 번 반복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 반면 뮤지컬은 많아야 하루에 두 번 공연할 수 있으며 한 공연에 기껏해야 2000석 이하로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뮤지컬의 희소성이 가격 차이를 낳는다. 뮤지컬은 보통 한 번 보는데 영화 비용의 5~10배 가까이 되는 100달러(약 12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그리고 인기 있는 뮤지컬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끊임없이 공연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30년이 넘어가는 지금도 일주일에 1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렇지만 뮤지컬 시장이 언제나 수익성 있는 전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연 5개 중 1개 정도 작품만이 수익을 올리고 있고, 6개월 이상 가는 공연이라면 운이 좋은 케이스다. 뮤지컬 배우들에 대한 개런티도 얼마나 자리가 찼느냐와 상관없이 늘 같은 비용이 든다. 결국 뮤지컬도 일종의 도박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뮤지컬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공할 수 요인은 어떤 요소가 있을까.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뮤지컬 산업 관련 데이터를 분석해 그 요소들을 분석했다.

 우선 첫 번째는 영화를 뮤지컬로 각색하는 것이다. 일례로 라이언킹을 들 수 있다. 디즈니 영화로 성공을 거둔 라이언킹은 1997년 처음 뮤지컬로 상영됐다. 이렇게 영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은 일반 뮤지컬보다 첫 주에 약 14만5000달러를 더 벌어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번째는 스타 기용이다. 뮤지컬 '럭키 가이'는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톰 행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2013년 공연이 시작된 후 3개월 동안 매진 사례를 이뤘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유명 스타를 공연에 내세울 때 예상 티켓 판매율을 21%에서 59%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A급 스타의 경우는 92%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예전에 흥행했던 작품을 내놨던 작가나 작곡가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뮤지컬은 성공의 요인으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한 비평가들의 좋은 리뷰를 받은 작품도 흥행과 큰 관련이 없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 그렇지 않은 작품보다 더 표가 잘 팔릴 확률은 6% 미만이었다"고 분석했다.

 물론 '해밀턴'은 이런 공식을 다 깨는 작품이다. 영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도 아니고, 유명한 스타도 없다. 그럼에도 해밀턴은 뮤지컬이 성공한다면 영화보다 훨씬 수익성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고 있다.

[김미연 산업부 기업경영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