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표심은 변화보다 안정 선택..선거결과 6개월 전과 판박이(종합)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작년 12월 총선거 이후 정부 구성 실패로 26일(현지시간) 다시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도 과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은 없었다.
경제난과 부패 등으로 집권당을 포함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지난 총선을 계기로 30여 년 지속한 양당 체제는 붕괴했다.
하지만, 23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유럽 선거에서 스페인 유권자들은 반 긴축을 주장하는 '불안한' 신생 좌파 정당 대신 불만족스럽지만, 경제적 안정을 가져온 중도 우파 집권당의 손을 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총선 때와 거의 똑같은 선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정치 혼란이 당분간 더 지속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중도 우파 집권당 약진, 반 EU 극좌정당 제자리…연정 구성 협상할 듯
스페인 내무부는 개표 완료 결과 국민당이 하원 350석 가운데 과반(176석)에 못 미치는 137석을 얻어 제1당에 올랐다고 발표했다.
국민당에 이어 중도 좌파 사회노동당(PSOE·이하 사회당)이 85석으로 제2당을 차지하고 반 긴축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Podemos·우리는 할 수 있다) 좌파 연합이 71석, 친 시장 성향의 중도 우파 정당인 시우다다노스(Ciudadanos·시민)가 32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작년 12월 총선 결과와 비교해 국민당은 14석이 늘었으며 사회당은 5석, 시우다다노스는 8석이 각각 줄고 포데모스는 의석 변화가 없었다.
스페인에서는 6개월 전인 작년 12월 총선이 시행됐으나 이후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이날 재선거가 치러졌다.
지난 4년 동안 집권한 국민당은 작년 총선보다는 다소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과반 의석에 모자라서 재집권하려면 연립 정부 구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 소속의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대행은 개표 결과 후 승리를 발표하면서 "국민당이 통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당은 성향이 비슷한 시우다다노스 등과 연립정부 구성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당과 시우다다노스를 합치면 169석으로 소수 정당을 끌어들여 7석만 추가하면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제2당인 사회당의 페드로 산체스 대표는 그동안 국민당과 대연정 가능성은 배제했으나 선거 당일 "사회당 의원들이 공공 이익을 위해 행동할 수 있다"고 해 국민당의 정부 구성에 협조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브렉시트 불안에 스페인 유권자 변화보다 안정 선택
이번 선거에서도 작년 12월과 마찬가지로 양당 중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제난, 부정부패에 대한 시민 불만이 표출됐다.
그러나 브렉시트 직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반 긴축, 반 부패를 내세우는 극좌 정당인 포데모스가 제2당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의석 변화없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유권자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포데모스는 경제 위기와 긴축 정책, 부패에 분노한 젊은이들이 2011년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 시위를 벌인 뒤 만든 정당으로, 작년 12월 총선에서 약진하며 국민당과 사회당의 30여 년 양당 체제를 무너뜨렸다.
올해 37세인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스페인의 은행 구제금융 채무 경감을 위한 국제채권단과 재협상을 주장하고 반부패와 긴축반대를 내세웠다.
남유럽 재정위기 여파로 은행 구제금융을 받은 스페인은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 지난해에는 3.2%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또 실업률도 2013년 1분기 역대 최고인 26.9%에서 올해 1분기 21.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금융·재정위기의 상처는 아직도 서민과 청년층에 여전히 크게 남았다.
실업률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서민층까지 그 온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여전히 EU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다음으로 가장 높다. 특히 25세 이하 청년 실업률은 45%로 평균 실업률의 배가 넘는다.
또 정부의 긴축 정책으로 보건과 공교육 서비스의 질 등이 낮아지면서 서민 삶은 어려워졌으며 빈부 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펠리페 6세 국왕의 누나가 연루된 탈세 사건과 여야 주요 정치인의 부정부패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민의 분노는 커졌다.
이런 가운데 라호이 총리 대행은 이번 선거 기간 포데모스를 겨냥해 "경제 회복을 위태롭게 해서는 안 된다"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했다.
결국, 유권자들은 포데모스가 약속한 급격한 변화보다는 기성 정당인 국민당의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됐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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