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스 "리먼급 재앙 덮칠것" vs 라가르드 "극렬한 공포는 없다"

이지용,문재용 2016. 6. 2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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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스 "검은 금요일로만 끝나지 않아"블레어 "유럽 분열이 또다른 화약고"리커창 "수단 충분해..中 경착륙 없어"

◆ 브렉시트 / 글로벌 빅샷들 긴급 경제진단 ◆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전 세계 투자자들을 공포의 '블랙홀'로 빨아들이고 60년 유럽연합(EU) 체제를 붕괴시키는 대재앙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정치적 불협화음 속에서 발생한 영국과 EU의 균열로 일시적 위기에 그칠 것인가.

지난주 영국민의 국민투표 결과가 '탈퇴'로 나왔지만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EU 탈퇴라는 것이 '미증유의 길'인 데다 그마저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해당사자 간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학계·금융계·정치계 거물들이 기고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놓은 전망과 사태 해법을 분석해봤다.

헤지펀드계 '전설'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 후폭풍과 관련해 가장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1992년 영국과 독일이 유럽 내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통화전쟁이 촉발되자 파운드화 하락을 예상하고 100억달러 이상을 베팅해 10억달러(약 1조1790억원)에 이르는 차익을 남겼다.

그는 26일(현지시간) 기고 전문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를 통해 "브렉시트 혼란으로 인해 세계 경제가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EU와의 교역량이 전체 교역의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핵폭탄급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파운드화 폭락으로 환율이 저렴해진 장점은 있지만 금융기관 '엑소더스(대이탈)'가 일어나면서 직원들이 인근 스위스·스코틀랜드 등 다른 유로존 허브로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충격은 이런 장점을 뒤덮고도 남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이런 상황 속에서 당장 런던의 주택시장부터 망가지면서 런던 시민들은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소로스의 비관적 시장 전망에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도 올라탔다. 서머스는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하면서 "국민투표에 이어 시장은 엄청난 변동성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며 "검은 금요일만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황이 그렇게 절망적이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6일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앙은행 총재들은 충분한 유동성을 풀어 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수행했고 정책 입안자들도 시장 참여자들에게 '상황이 통제권 안에 있다'는 확신을 줬다"고 평가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파운드화가 10%까지 폭락하는 등 폭력적이고 잔혹하며 즉각적인 거대한 움직임이 있었다"면서도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극렬한 공포는 없었고 중앙은행들은 각자가 준비한 작업을 잘 수행했다"고 말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전 핀란드 총리 역시 "증시를 통한 '1차 충격' 여파도 리먼브러더스 부도로 닥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미치지 못한다"며 "브렉시트가 당장 특정 국가를 망하게 할 정도의 강도는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관적인 시장분석가들은 브렉시트 충격으로 위안화 절하가 계속되고 결국 중국의 대외부채가 늘어나고 자본 이탈도 커지면서 시장이 주저앉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상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리커창 중국 총리는 27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2016 뉴챔피언 연차총회(하계다보스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전방위적 방어에 나섰다. 리 총리는 "필요시 브렉시트라는 또 다른 외생 변수 맞바람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이 충분하다"며 "브렉시트로 새로운 불확실성이 발생했지만 중국 경제 경착륙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무엇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후 가장 우려되는 것은 EU 질서의 와해와 이 과정에서 고립주의·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이다. 소로스는 "재앙적인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화했고 유럽의 분열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역시 시각은 비슷했다. 그는 "상식을 가진 현실적인 사람들이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일을 할 때 여파는 훨씬 오래간다"며 "영국과 유럽은 끈질기게 발목을 잡는 경기 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고'와 싸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톈진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 26일 매일경제와 만난 자리에서 "EU가 더 강력한 통합과 느슨한 통합이란 선택지를 놓고 방향을 제대로 못 정하면 결국 해체 수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결국 빙산의 한 부분을 떼어낸 후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느냐, 아니면 그대로 심해로 가라앉느냐의 분기점은 EU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얘기다.

블레어 전 총리는 25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유럽의 분열이 또 다른 '화약고'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블레어 전 총리의 과거 집권기에 영국은 오랜 두통거리였던 북아일랜드 분쟁을 해결하는 역사적인 '굿프라이데이(성 금요일) 협정'을 체결했고 그 결과로 테러와 피로 얼룩졌던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거리에선 총소리가 멎었다. 블레어 전 총리는 "이제 영국의 EU 이탈로 북아일랜드에서 잠잠했던 급진적 독립주의자들이 다시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정치인으로서나 한 개인으로서 대단히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미국도 이번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라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공화당 대선 경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를 두고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생겨날 불확실성에 비하면 브렉시트로 인해 세계 경제가 입을 피해는 그 무엇이든 비교적 사소한 일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제프리 색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후보가 브렉시트 덕을 많이 볼 것으로 분석했다. 브렉시트 배경 중 하나가 서민·블루칼라의 엘리트·고소득층에 대한 분노인데 신자유주의 노선 아래 급성장한 미국 월가를 향한 미국인의 분노 또한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지용 기자 /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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