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왜 80대가 우리 일 결정하나, 미래 빼앗겼다" 분노

홍주희 입력 2016. 6. 27. 01:56 수정 2016. 6. 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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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권 없는 10대들 "난 유럽인" 시위나이 많은 지방 거주 중하위층들"엘리트가 무시하고, 이민자에 치여"기득권 정치에 반발해 찬성표

‘크리스마스에 찬성하는 칠면조(Turkey voting for Christmas)’.

미국의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이렇게 비유했다. 잡아먹힐 걸 알면서도 크리스마스가 좋다는 칠면조나,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한 영국이나 도긴개긴이란 얘기다.

경제는 위축되고, 위상은 하락하고 불확실성은 커진다. 전 세계가 만류했다. 그러나 영국인들은 불합리한 선택을 했다. 대체 52%의 영국인은 왜 스스로 불구덩이에 뛰어든 걸까.

세계를 놀라게 한 영국의 선택에 대한 분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주요 외신은 엘리트 집단을 향한 대중의 불신임, 기득권 정치의 실패가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보고 있다.

투표 사흘 전인 20일 뉴욕타임스(NYT)는 “브렉시트 논의는 영국 주류 정치세력을 향한 반기득권·반엘리트 정서를 담고 있다”고 분석했다. 브렉시트 결정 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브렉시트는) 서구 주류 정치세력을 전복하는 반기득권 세력의 승리”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국민투표가 물은 것은 EU 잔류냐, 탈퇴냐였지만 유권자의 답은 주류 엘리트 심판이었다는 것이다.

투표가 다가오면서 대부분의 정치인과 기업인, 중앙은행 등은 브렉시트가 초래할 결과에 대해 경고했다.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이를테면 영국 재무부는 브렉시트 땐 각 가정이 매년 4300파운드(약 688만원)의 비용을 치를 것이라 전망했고, 투자의 대가인 조지 소로스는 브렉시트의 악영향이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할 것이라 경고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학문적·이론적 전망은 52%의 유권자들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이들을 설득한 건 독립당의 나이절 패라지 등이 내세운 ‘독립’이나 ‘주권’처럼 모호한 개념이었다.

주류 엘리트를 불신한 52%는 지역·연령·계층에서 뚜렷한 특징을 드러냈다. 나이가 많고 지방에 거주하며 중·하위층이었다. 엘리트에게 무시당하고, 이민자에 치여 도태되고 있다고 느껴온 이들이다. 젊은이나 도시민들이 체감하는 세계화나 통합의 혜택에서 소외돼 있던 이들에게 전문 지식으로 무장한 주류 인사들의 말은 맹목적 불신의 대상이 됐다. 복스는 “이들에게 엘리트는 오히려 ‘문제’의 일부분으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 25~34세 62%가 EU 잔류 선택

투표는 세대 갈등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여론조사기관 로드 애슈크로프트에 따르면 25~34세 유권자의 62%는 EU 잔류를, 65세 이상은 60%가 탈퇴를 선택했다.

24일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선 투표권이 없는 10대들이 모여 ‘나는 영국인이 아니라 유럽인이다’는 피켓을 들고 브렉시트 항의 시위를 벌였다. EU 잔류 여부에 따라 향후 학업과 일자리 조건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대학은 연구비의 16%를 EU로부터 지원받고 있다. SNS에서는 “다음 세대의 미래를 결정하는 데 왜 80세 이상이 투표하는지 모르겠다” “젊은이들은 미래를 빼앗겼다”는 등 분노 섞인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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