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가족 채용..도덕성에 발목 잡힌 2야
[경향신문] ㆍ국민의당, 오늘 박선숙 검찰 출두…왕주현 구속 여부 결정
ㆍ김수민 측과 ‘진실게임’ 속 당 개입 사실 땐 정치적 타격
4·13 총선 승리와 ‘여소야대’로 승승장구해온 야당들이 도덕성 문제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의혹’으로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서영교 의원을 향해 제기된 각종 특권 논란의 불길 차단에 부심하고 있다. 두 사건은 일찍이 의혹이 제기됐지만 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사태를 키운 점도 닮았다.
■창당 이후 최대 위기 국민의당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은 27일 최대 고비를 맞는다.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최측근인 박선숙 의원이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김도균 부장검사)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총선 때 박선숙 당시 사무총장 밑에서 회계실무를 총괄한 왕주현 사무부총장의 구속 여부도 결정된다.
검찰은 박 의원과 왕 부총장이 리베이트 수수 및 회계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놓고 “당과는 무관하다”는 왕 부총장과 “왕 부총장이 허위진술 및 허위계약을 지시했다”는 김수민 의원 측이 진실게임에 돌입한 상황에서다. 검찰이 당 핵심부인 ‘박 의원-왕 부총장 라인’을 사건의 몸통으로 판단하고 두 사람의 혐의 입증 및 사법처리에 주력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은 왕 부총장 등 주요 피고발인 조사 때마다 대검 공안부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법리검토를 지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치’를 내건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이미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박 의원의 지시·개입 사실이 드러나거나 왕 부총장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후폭풍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결국 당이 비리의 ‘몸통’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당이 선제적으로 의혹을 밝힐 기회를 날린 것도 뼈아프다. 이번 사태의 정치적 책임 소재와 수습 방안을 둘러싸고 당이 계파 갈등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서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당헌·당규에 따라 엄격히 처리하겠다”며 “국민 정서와 당헌·당규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더민주, 뒤늦은 당무감찰
더민주는 26일 서영교 의원에 대한 당무감찰에 착수했다. 김조원 당무감사원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서 의원과 관련해 제기된 의혹이 사실일 경우 이는 균등한 기회와 공정성을 추구하는 당 가치와 강령에 어긋나고, 당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서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잇달아 제기되고 당으로 불똥이 옮겨붙을 조짐을 보이자 차단에 나선 것이다.
서 의원은 2013년 자신의 딸을 인턴으로 채용하고, 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둔 뒤 인건비를 지급해 논란을 빚고 있다. 보좌관 월급을 후원금으로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미 4·13 총선 공천 때 공천관리위원회에 제보돼 당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공관위는 서 의원을 불러 몇 차례 소명을 듣고 공관위 내부적으로 투표를 벌여 ‘법적 책임보다는 도덕적 책임에 가깝다’고 결론 내고 따로 문제 삼지 않았다. 당의 초기 대응이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제혁·김한솔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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