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1930년대 '세계대공황' 때와 닮아갈까

송윤경 기자 2016. 6. 2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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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과거 ‘세계 경제위기’와 비교해 본 브렉시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확정된 지 하루 만에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2조800억달러가 증발할 정도로 세계 경제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 브렉시트 결정에는 민족주의, 보호무역주의 정서가 깔려 있다는 점에서 전간기(戰間期·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인 1930년대 세계 대공황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하는 세계 장기침체의 ‘2차 충격’으로 보는 진단도 있다.

브렉시트는 중하층의 경제적 불만과 독일 주도의 EU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제에 충격을 미친 반면, 세계 대공황은 경제적 궁핍이 국제정치적 격변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우경화와 국수주의가 대두하고,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은 세계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 브렉시트는 돌발적인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에선 보호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인기를 끌며 ‘신고립주의’ 무드가 형성되고 있다. 각국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통화가치 절하에 나서고 있는 것은 세계 대공황 때 횡행하던 근린 궁핍화정책(beggar my neighbor policy)을 연상케 한다. ‘세계화’로 상징되는 국제 경제질서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도 공통점이다.

1929년 10월2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은 과잉생산에 소비가 따라가지 못해 초래됐지만 세계가 이후 블록경제로 균열되면서 갈등과 대립이 전쟁으로 치닫는 결과를 낳았다. 브렉시트는 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대한 반성에서 만들어진 EU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경제 통합을 상징하는 동시에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EU가 근본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세계 경제가 암흑 속의 터널로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브렉시트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갈 정도로 세계 경제에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브렉시트가 2008년 1차 충격(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의 더블딥에 해당하는 2차 충격이 될 가능성이 있다”(김 교수)는 것이다. 1997년 한국과 태국 중심으로 전개된 아시아 외환위기 때와 달리 세계 경제 전반의 침체가 장기화·본격화되고 있다. 브렉시트로 엔화가치가 오르고 원화가치가 낮아지면 당장엔 수출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세계 교역이 축소되면 수출로 성장해온 한국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달리 중국의 완충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국이 ‘세계의 소비처’ 역할을 하며 위기를 넘기는 데 기여했지만 지금은 중국이 공급과잉 상태인 데다 세계 경제 전반이 아닌 영국과 EU의 문제라 중국이 당장에 나설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아직 ‘파국’을 걱정하기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세계화가 먹고사는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에 대한 반작용이 일어났다는 측면에서는 20세기 초와 비슷하지만, 그 당시와 달리 지금은 세계 경제 리더십과 협조체제가 있다”(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것이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는 “세계 정치·경제 지도자들이 어떻게 위기를 타개하느냐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기론의 확대재생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형주 연구위원은 “해외시장과 달리 한국에서는 과도하게 위기를 강조하는 것 아닌가 싶다”면서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를 브렉시트 탓으로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차분하게 사태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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