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춘추전국시대..현금도 카드도 스마트폰 속으로

선명수 기자 2016. 6. 26.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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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결제·송금·세금 납부 등 금융권 영역 잠식하며 성장세

현금 대신 전자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모바일 지급결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삼성페이’는 지난 5월 출시 9개월 만에 누적 결제액 1조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제공

출근길, 지갑을 두고 왔다고 가정해 보자.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 스마트폰이 있다면 무리없이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모바일 결제에 익숙한 ‘엄지족’이라면 말이다.

출근길 대중교통은 휴대전화에 탑재된 ‘모바일 T머니’를 이용하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는 현금이나 카드 대신 미리 스마트폰에 등록한 ‘○○페이’를 직원에게 건넨다. 동료들과 점심값을 갹출하고 나선 거래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한다. 예전엔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필수였지만, 이젠 미리 등록해 놓은 6자리 핀번호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갑자기 상가에 갈 일이 생겨 꼭 현금이 필요하다면? 인근 자동화기기(ATM)를 찾아 휴대전화를 터치해 돈을 뽑을 수 있다.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엔 ATM을 찾기가 모바일 송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현금 사용 비중이 해마다 줄어들면서 ATM은 은행들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2016년, 한국인의 지갑 속에선 현금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신용·체크카드 등 각종 카드도 빠른 속도로 스마트폰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넘어 ‘지갑 없는 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신용카드도 지폐도 ‘스마트폰 속으로’

한국은행의 ‘2015년도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이 평소 보유하는 현금은 평균 7만4000원으로 전년보다 3000원이 줄었다. 지폐는 줄어든 대신, 신용카드 이용은 크게 늘어나 결제건수에서 신용카드(39.7%)가 현금(36.0%)을 추월했다. 모바일 카드의 보유율 증가도 두드러진다. 모바일 카드 보유율은 지난해 6.4%로 전년(3.7%)보다 2배가량 늘었다. 한은이 올해 처음으로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모바일 뱅킹 및 결제 서비스 이용 경험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1년 내 이용을 시작했다.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도 2014년 말 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7조4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태동기였던 모바일 결제 시장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달아오른 ‘페이의 전쟁’

지난 1년은 ‘페이(pay)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금융사가 아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간편결제 서비스의 편리함을 내세워 초기 시장을 주도했고, 이동통신·전자·유통 대기업까지 너도나도 뛰어들며 ‘페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카카오페이는 최근 출시 1년9개월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민 메신저’ 격인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이용하면 계좌번호를 몰라도 채팅방에서 송금이 가능하고, 택시·대리운전 등 O2O(온·오프라인 연계)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카카오페이와 함께 ‘페이 3강’으로 불리는 네이버페이·삼성페이도 폭넓은 온라인쇼핑몰 가맹점과 압도적인 오프라인 가맹점을 내세워 결제액 1조원을 돌파한 지 오래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페이 서비스도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지급결제뿐 아니라 송금, 공과금 수납, 세금 납부 등 전통 금융권의 영역까지 잠식하며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견제모드였던 금융권도 이젠 제휴에 적극적이다. KB국민·롯데카드 등 주요 카드사가 줄줄이 삼성페이와 제휴을 맺었고, 은행들과도 제휴하며 삼성페이를 이용해 ATM에서 입출금이 가능해졌다. 신한카드는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와 손잡고 실물카드를 내놨다. 페이회사의 송금 서비스에도 시중은행들과의 제휴가 이어지고 있다.

■‘돈의 익명성’ 사라진다 …기대와 우려

각종 ‘전자지갑’이 활성화되면서 동전 없는 사회도 곧 다가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2020년까지 매년 발행액이 1000억원대에 달하는 동전을 없앨 방안을 모색 중이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편의점이나 마트, 약국 등 동전을 많이 사용하는 가맹점을 중심으로 거스름돈을 고객의 전자지갑이나 선불 교통카드로 넣어주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그러나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전자결제로 옮겨가면서 지하경제에서 유통되는 이른바 ‘검은돈’이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돈의 익명성 상실’로 누가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모든 정보가 고스란히 남아 개인의 돈흐름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는 ‘빅브러더 사회’ ‘CCTV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자결제 기록을 활용한 ‘빅데이터’도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비식별 정보(누군지 알 수 없는 정보)를 개인 신용정보에서 제외해 기업이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도록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비식별 정보의 ‘재식별화’ 우려도 세계 각국에서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2012년 미국 뉴욕타임스에는 여고생의 임신 사실을 부모보다 먼저 알게 돼 아기용품 광고 전단을 보낸 한 업체의 이야기가 실렸다. 여학생의 인터넷쇼핑몰 검색 키워드를 통해 임신 사실을 먼저 알아챈 것이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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