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반세계화·신고립주의.. 유럽 넘어 지구촌 흔든다

입력 2016. 6. 26. 18:23 수정 2016. 6. 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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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외신 분석보니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선택한 배경인 반이민, 반세계화 정서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의 결정은 수십년간 당연시됐던 세계화에 반기를 든 역사적 사건이며 고립주의 경향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주요 외신들은 분석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의사당 앞에서 유럽연합(EU) 잔류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EU 탈퇴를 주도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의 총리 후보 거론에 반대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25일(현지시간) 사설에서 “영국인이 EU 탈퇴를 선택하면서 EU는 부정당하고 패배했다”면서 “EU는 안에서부터 약해졌으며 밖으로도 쇠퇴하는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남은 27개 EU 회원국이 브렉시트 국민투표 전처럼 (변화없이) 그대로 해 나가면 최악의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며 “안전과 국경 강화 요구 등 투표에 드러난 민심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날 사설에서 “영국민의 절반은 자국과 EU에서 권력과 부, 특권을 휘두르는 계층들과 자신들을 쥐어짜고 있는 열강들을 향해 분노와 좌절을 터뜨렸다”고 브렉시트 배경을 분석했다. 특히 영국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한 가장 큰 이슈로 외신들은 반이민·반세계화를 거론했다.

EU의 관료주의자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던 영국은 세계화로 인한 이민자 증가와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남유럽발 재정위기로 유럽 전역에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청년실업률이 치솟았다. 장기불황으로 양극화가 심해진 가운데 2011년 ‘아랍의 봄’을 계기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북아프리카와 중동발 난민이 급증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파리 테러 등 무슬림 이민자의 테러까지 잇달아 터지면서 이민자에 대한 경계 목소리가 커졌다.

나이절 패라지 영국 독립당(UKIP) 당수 등 브렉시트 찬성파들은 이민자 문제를 EU와 연결시켰다. 이들은 이민자들에 투입되는 사회보장 비용과 일자리 감소 등을 근거로 개방보다 새로운 고립을, 다자보다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하는 ‘신고립주의’를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영국 내에서 이민자들이 영국인과 같은 권리를 누리는 것에 대한 반감이 EU 내에서는 해소 불가능하다는 주장에 여론이 몰렸다.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모리가 지난 4월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7%의 응답자가 이민자 문제가 영국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답했으며, 브렉시트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은 이민자 문제가 주요 이유라고 답했다. 현재 영국 내 이민자는 전체 인구의 약 13%인 840만명에 달한다.

영국이 EU 탈퇴로 양도했던 주권을 되찾고 이민자와 난민을 국경에서 차단할 수 있게 되자 유럽 각국의 극우정당은 ‘영국을 따르자’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결과 직후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 포퓰리즘 정당들은 자국에서도 EU 탈퇴를 위한 투표를 촉구하고 있다.

EU 회원국들의 도미노식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다음달부터 EU 순회의장국을 맡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먼저 탈퇴 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독일 dpa통신에 따르면 네오나치 계열의 극우정당인 슬로바키아국민당(SNS)은 슬로바키아의 EU 탈퇴(슬렉시트)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운동을 조만간 시작한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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