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위기①]필립스 보다 특허많았던 국산 면도기업체 부도

양종곤 기자 2016. 6. 26. 07: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기업'도 수익악화..제2히트상품 부재·시장경쟁 치열 기업 부도덕성에 유해성 논란까지.."트렌드 못 쫓아가면 도태"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 1995년 설립된 조아스전자. 전기면도기 시장에서 외국산 브랜드의 유일한 대항마로 평가받은 국내 중소형 생활가전기업이었다. 2009~2013년 매출액 80억원을 유지하던 기업은 2014년 부도를 맞았다. 이 기업은 특허출원('중소형 생활가전 실태조사 보고서 기준) 이 128건으로 면도기 전동설계기술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필립스(약 80건)를 앞섰다. 약 60건을 기록한 삼성전자와 파나소닉의 두 배였다. 국내 전기면도기 시장은 외산브랜드의 독주체제다.

국내 중소형 생활가전시장의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기업도 실적이 부진하다. 반복되는 부도덕한 기업의 등장과 최근 불거진 공기청정기 유해성 논란은 산업 전체를 '코너'로 몰아세운 분위기다.

◇분야별 스타기업, 줄줄이 실적 고배 한경희생활과학은 2014년 71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6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이 기업은 2001년 스팀청소기를 개발하면서 스타기업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스팀청소기와 다리미의 뒤를 이을 히트상품이 부재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게다가 성장동력이었던 TV홈쇼핑으로부터 '유탄'을 맺었다. 이 회사의 2014년 홈쇼핑 판매 비중은 70%에 달했다. 홈쇼핑 산업이 예년보다 위축되면서 실적부진의 결과를 낳았다.

'위닉스뽀송이'로 제습기시장 점유율 1위인 위닉스도 최근 실적이 하락세로 전환했다. 2013~2014년 2000억원대였던 매출액은 지난해 1458억원으로 27% 줄었고 9년 만에 첫 영업손실(1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내수시장에 안주한 중소형 생활가전기업의 허약한 '체력'을 보여주는 예다. 마른장마와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한 내수 경기 침체가 이어지자 실적이 주춤했다.

휴롬은 녹즙기, 원액기가 성공을 거두면서 중소형 생활가전기업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기술 특허를 다수 보유한 덕분에 원가가 낮아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라고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2011년 21%까지 치솟은 영업이익률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이익률은 2012년 15%에서 2013년 13%로 줄었고 지난해 7%로 절반 수준이 됐다. 회사의 장점이었던 수익성의 빛이 바래고 있는 상황이다. 휴롬이 일궈낸 시장 파이를 노린 후발주자들의 진입 속도가 빨라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부도덕성-기업 불신-산업위축 '악순환' 잊을만하면 터지는 일부 기업의 부도덕성도 이 산업의 주요 위험요소로 자리잡았다.

한일월드는 지난해 10월 부도를 냈다. 운동기기 렌털 사기로 회사 대표가 구속돼 경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정수기렌털 상담이 전월대비 32% 뛰었다. 한일월드 관련건(1384건)이 절반에 달했다.

모뉴엘 사태는 소비자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키면서 중소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켰다. 모뉴엘은 2014년 10월 채권은행에 수출채권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3년 매출액 1조원이 넘는 회사의 갑작스런 법정관리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법정관리 과정이 더 큰 문제로 남게 됐다. 모뉴엘이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수출 실적을 부풀린 뒤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모뉴엘 사태로 인해 은행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대해 조심스러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올해 초 중소기업의 경계해야할 5대 이슈 중 하나로 자금경색을 선정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부 공기청정기 필터 내 유해물질이 함유됐다는 논란까지 제기되면서 산업환경이 악화됐다. 이로 인해 쿠쿠전자, 대유위니아에 이어 대기업인 LG전자까지 공기청정기 필터 무상 교환에 나섰다. 관련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은 제품이 아닌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다.

앞으로의 상황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중국가전업체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 대비 높은 품질이라는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는 올해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이는 개별기업의 상황이라고 시각을 좁히기 어렵다. 이같은 상황들이 하나둘씩 쌓여 산업 전체의 위축을 불러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인 GFK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소형가전 시장 규모는 698억달러로 전년 대비 9% 성장했다. 한국은 7% 역성장한 것과 대비된다. 신제품, 신기술 기업이 성장세를 이끌고 있는 반면 한국은 대기업이 주도하는 대형가전 시장으로 성장축이 기울어졌다는 분석이다.

최윤희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융합기획팀장은 "히트상품을 낸 기업이 후속제품을 내놓지 못해 성장세가 꺾이는 패턴이 이어지고 있다"며 "생활가전산업의 빠른 트렌드 변화와 소비자의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브랜드 제고, 틈새시장 개척, 수출 경쟁력 확보, 판로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gm1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