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미다 성동명·홍상아 가족의 마음이 쉬는 집

입력 2016. 6. 24. 15:02 수정 2023. 3. 27.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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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바오미다의 듀오 디자이너 성동명·홍상아 부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지난 6개월간 신중히 고쳐 완성한 새집에서 가족은 마음까지 편히 쉰다.

장고 끝에 묘수를 찾다

공간 디자이너 성동명·홍상아 부부는 <키친>, <내 사랑 내 곁에> 등 다양한 영화 속 공간을 만들어내는 세트스타일리스트로 인테리어를 시작했다. 현장에서 차곡차곡 다져온 세트 연출 감각을 토대로 자연스럽게 홈 드레싱과 리노베이션 등 생활공간으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나갔다. 두 사람은 캐릭터를 분석하고 세트를 만들던 패턴대로 취향과 생활 방식 등 클라이언트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본 삼아 새로운 공간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두 사람의 결과물은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두 사람은 지난해 결혼 7년 만에 첫 내 집을 장만하고 반년에 걸친 고심 끝에 가족을 위한 공간을 완성했다. 집의 컨디션을 살피고 그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을 잡아가는 방식으로 서두르지 않고 짜임새 있게 공간을 만들어갔다. 천장 라인을 잡을 때도 먼저 뜯어내고 그 안의 상태를 보면서 디자인을 고안하고 추후 시공을 진행하는 식으로, 한 구역 한 구역 띄엄띄엄 완성해나갔다. 그렇게 완성된 집은 두 베테랑 디자이너가 머리를 맞대고 찾아낸 묘수가 공간 곳곳에 담겨 있다. 그간 바오미다가 보여준 스타일과는 어딘지 달라 보여 호기심이 인다.

집의 컨디션을 살피고 그에 맞춰 가장 효과적인 디자인을 잡아가는 방식으로 서두르지 않고 짜임새 있게 공간을 만들어갔다.

1. 키친에서 바라본 다이닝 공간.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오랫동안 고민하던 차에 찾은 펜던트 조명이 공간에 힘을 실어준다. 덴마크에서 수입한 제품으로 와츠에서 구입했다.

2. 상부장과 후드가 없는 주방. 아일랜드 조리대 위에 후드 대신 욕실용 환풍기를 달았고, 부족한 수납공간을 해결하기 위해 냉장고 옆에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폭 깊은 팬트리를 숨겼다.

3. 현관과 다이닝 사이 벽면을 가로막고 있던 붙박이 신발장을 철거하고 큰 창을 내 주방과 현관이 서로 들여다보이도록 연결했다.

4. 일곱 살 하랑이와 다섯 살 하울이가 자는 침실 작은 문에서 내다보이는 주방.

5. 거실을 중심으로 양쪽에 배치된 아이들의 놀이방과 침실은 거실의 평상 위로 쉽게 오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

6. 하랑, 하울이가 잠을 자는 침실. 원래 있던 도어를 떼어내고 복층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출입구가 생겼다. 아이들은 그 작은 문을 통해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와 소통한다.

기발한 공간 활용의 기술

추상적인 이미지를 시각화하고, 기술적으로 구현한 뒤, 시공과 감리까지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일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늘 빠듯한 일정과 타이트한 예산 안에서 바쁘게 일하다 보면 퇴근 시간은 보통 밤 10시.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부부도 지쳐 잠들기 일쑤인 바쁜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두 사람에게는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스타일리시한 감각을 뽐내기보다 더 많이 덜어내고 과감하게 비워냈다. 가장 먼저 집 안에서 불필요하거나 대체 가능한 것부터 없앴다. 놀이 공간과 두 아이의 침실은 과감히 문을 떼어냈다. 침대와 TV장, 소파 등 없어도 되는 가구 역시 최소화했다. 주방 상부장도 달지 않았다. 덜어내고 남은 여백의 공간에는 보이지 않게 기능을 넣었다. 냉장고와 주방 조리대 사이 빈 벽 뒤에는 넉넉한 수납이 가능한 팬트리가 있고, 현관 입구 평범한 벽처럼 보이는 공간에도 신발장이 숨어 있다. 또 TV와 거실장을 뺀 거실 벽면은 빔 프로젝트의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집 전체를 통틀어 가구는 테이블 3개와 크고 작은 수납장 3개, 의자 8개가 전부. 가구를 줄이면서 그 쓰임과 기능을 구조적으로 공간에 녹여냈기 때문이다. 침대 프레임 대신 바닥을 돋우고 매트리스를 놓아 침실을 만드는가 하면, 벽에서 직각으로 튀어나온 구조물이 거실의 소파와 다이닝 룸의 벤치가 된다. 두 아이의 침실 역시 복층으로 구조를 나눈 다음 위쪽 공간은 침실로 활용하고 그 아래쪽엔 책장과 옷장을 빈틈없이 짜 넣어 방 전체가 벙커 침대 같다. 평면적인 마감 위에 가구로 공간을 채우기보다 구조적인 설계와 디테일한 디자인으로 공간 안에 가구의 기능과 역할을 녹여낸 기술이 과연 수납 강자로 통하는 바오미다답다.


1. 그림 그리기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놀이방 바닥은 물감이 묻어도 쉽게 지워지고 관리가 편한 타일을 시공했다.

2. 복층 구조로 만든 아이들 침실. 계단 아래 남는 공간에는 잠자기 전 읽게 되는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책장을 짜 넣고 옷장 대신 행어를 설치해 옷도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공간을 구성했다.

3. 놀이방에는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공부할 수 있는 긴 책상을 두었다. 놀이와 공부가 한곳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게 꾸몄다.

4. 바오미다가 가장 좋아하는 컬러는 블루. 새집에서도 포인트 컬러로 톤 온 톤의 블루 컬러를 사용했다.

큰 방 하나, 3개의 컨셉 룸이 되다

새집은 방 3개, 욕실 2개로 구성된 38평형 아파트다. 지어진 지 10여 년 된 곳으로 폭이 넓게 빠진 베란다 등 서비스 공간이 넉넉해 같은 평형 대비 공간 활용도가 높아 선택했다. 성별이 다른 두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공간을 분리해 사용할 것을 대비해 방 2개는 놀이방과 침실 등 아이들의 공간으로 꾸몄다. 그리고 가장 넓은 방에 부부의 공간을 마련했다. 일반적으로 방 하나에 부부의 생활공간을 들일 때는 침대를 중심으로 가벽을 세워 드레스 룸이나 간이 서재를 배치하곤 한다. 부부는 침실과 드레스 룸, 서재 등 기능과 쓰임이 다른 공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모두 독립적으로 분리했다. 베란다 달린 큰 방 하나가 3개의 방으로 나뉜 셈이다. 폭이 넓게 빠진 베란다를 확장하고 침대 하나가 들어가는 침실을 만든 다음 유리 도어를 달았다. 또 한쪽 벽을 가벽으로 막고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드레스 룸을 넣었다. 침실과 드레스 룸을 만들고 남은 공간은 벽면을 따라 길게 선반과 책상이 달린 부부 서재로 완성됐다. 공간을 세분화하고 나니 안방에서 필요한 가구는 의자 하나. 구조적인 설계만으로도 가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는 바오미다의 의도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

1. 바닥을 돋워 평상 형태의 좌식 공간을 만든 다음 매트리스만 올려도 훌륭한 침대가 된다.

2. 긴 벽면을 따라 크기가 다른 무지주 선반을 달고 책장과 책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서재.

3. 부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서재를 중심으로 침실과 드레스 룸으로 나눴다.

Designer's Tip

성동명·홍상아 디자이너의 인테리어 팁

1. 데커레이션 스폿 정하기 비싼 장식장 없이도 집 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소품들이 한데 모일 자리만 마련해줘도 데커레이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빈 벽에 길게 커팅한 두툼한 대리석 자재를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액자와 화기 등을 올리니 멋진 스폿이 완성된다.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마다 콘셉트를 바꿔 꾸미면 공간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다.

2. 욕실에 숨은 벽장 찾기 홍상아 실장은 샴푸, 린스는 물론 치약과 칫솔 등 보통 욕실에 나열해두고 쓰는 모든 집기들을 수납장에 넣어두고 쓸 때만 잠깐 꺼낸다. 수납공간만 확보하면 공간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그녀는 4인 가족의 부족한 욕실 수납을 해결하기 위해 따로 수납용 가구나 욕실용품 거치대를 구매하는 대신 벽면에 수납장을 매입해 넣었는데, 여기에 바로 비밀이 숨어 있다. 아파트 화장실에는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수도관이 매입된 벽이 있는데, 대부분 벽돌로 쌓은 벽이라 그 일부를 드러내고 수납장을 짜 넣으면 내부 공간을 훨씬 넓게 활용할 수 있는 것. 이때 아이들도 스스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게 아이 눈높이에 맞는 낮은 곳에도 수납장을 하나 더 만들어두면 유용하다.

3. 선택과 집중, 팬트리 ㄷ자로 설계된 주방 중 개수대를 제외하고 조리대 전체가 아일랜드 형태로 빠지면서 상부 수납이 불가능했다. 그 대신 집중적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팬트리 공간을 만들었다. 이때 공간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슬라이딩 도어를 달고 매끄럽게 여닫을 수 있도록 레일에 스토퍼를 설치했다. 팬트리 공간 안에 들어가는 수납 시스템은 자유자재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찬넬 선반을 설치해 필요에 따라 레이아웃에 변화를 주면서 맞춤 수납이 가능하다.

4. 벽으로 위장한 수납공간 집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현관 입구 수납은 의외로 까다롭다. 홍상아 실장은 어느 집에나 있는 붙박이 신발장 대신 도장한 벽과 똑같이 마감된 슬라이딩 도어를 달고 안쪽에 시스템 슈즈렉을 설치해 신발을 수납했다. 깔끔하게 비워져 있는 벽면처럼 보이지만 그 공간을 그냥 버리지 않고 수납 등의 기능을 숨겨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고민했다.

5. 가구 같은 세면대 현관 입구, 아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게스트 욕실만큼은 깔끔하기만 한 공간 대신 감각적인 요소를 더해 보여주고 싶은 욕실로 꾸미고 싶었다. 홍상아 실장이 택한 방법은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세면대에 힘을 주는 것으로,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구로철판 위에 대리석을 얹고 블랙 컬러 수전을 달아 가구 같은 세면대를 직접 제작해 넣었다. 샤워 수전도 세면대 수전과 같은 블랙으로 통일감을 주었다.


기획 : 전수희 기자 | 사진 : 김덕창 | 디자인과 시공 : 바오미다(baomid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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