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의 품격' 정근우, 보복구에 야구로 응수

입력 2016. 6. 22.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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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우, 벤치클리어링 이후 보복성 사구  
침착한 대처, 2차 충돌 막고 야구로 응수

[OSEN=이상학 기자] 지난 21일 KBO리그에서는 보기 드물게 2개 구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먼저 일어난 곳은 문학 LG-SK전. 5회말 LG 투수 류제국의 공에 왼쪽 옆구리를 맞은 SK 김강민이 1루로 걸어 나가다 눈이 마주치며 서로 언성을 높였다. 분을 참지 못한 김강민이 먼저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고, 류제국도 주먹으로 맞대응하며 벤치클리어링이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양 팀의 주장 선수들이 맞붙었고, 좀처럼 보기 드문 주먹질로 동반 퇴장을 당했다. KBO리그에서 2명의 선수가 함께 퇴장 조치된 건 2007년 5월4일 잠실 경기에서 두산 안경현과 LG 봉중근 이룬 9년 만이었다. 빈볼과 신경전도 야구의 일부분이지만 주먹다짐까지 간 것은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비슷한 시각 마산 한화-NC전에서도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6회말 NC 타자 박석민은 한화 투수 송은범의 2구째 공이 등 뒤로 날아들자 불만을 나타내며 마운드로 걸어갔다. 양 팀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대치했고, 이 과정에서 NC 용덕한이 송은범을 몸으로 거치게 밀치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7회초 NC 투수 최금강이 한화 타자 정근우를 상대로 작심한 듯 초구 직구를 허리에 꽂았다. 정근우도 맞자마자 '악!' 하는 비명소리를 낼 정도로 충격이 커보였다. 그 순간 3루 덕아웃 한화 선수들은 금방이라도 뛰쳐나올 태세. 2차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하는가 싶었지만 정근우의 손짓 하나가 막아섰다. 

정근우는 사구 직후 1루로 걸어 나가며 동료 선수들에게 괜찮다는 손짓으로 신호를 보내며 흥분한 덕아웃을 자제시켰다. 보복성 사구를 던진 투수 최금강을 외면하며 1루로 묵묵히 나갔다. 이어 이닝이 종료되고 공수교대 시간에는 투수 송은범에게 "하지 마"라며 보복성 사구를 말렸다. 양 팀 모두 감정적으로 흥분한 상황에서 정근우가 침착하게 대응했고, 경기는 더 큰 충돌 없이 잘 마무리됐다. 

정근우는 감정적인 행동 대신 야구로 응수했다. 7회말 손시헌의 잘 맞은 타구를 특유의 동물적인 감각으로 낚아채 땅볼 아웃시켰고, 9회초에는 좌전 안타로 출루한 뒤 포수 용덕한을 상대로 보란 듯 2루 도루에 성공했다. 김태균의 중전 적시타에 홈을 밟으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그가 3루 주자로 있을 때 박석민도 사과 의사를 표했다. 8-2로 승리한 한화는 NC의 16연승을 저지했다. 

경기 후 정근우는 "공을 맞은 것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다.  경기의 일부분이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팀이 승리해 기쁘고, 매 경기 선수단이 하나 돼 좋은 결과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복구와 벤치클리어링도 야구의 일부분이지만 너무 지나치며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감정적인 대응 대신 야구로 응수한 정근우의 성숙한 대처가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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