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보내지 마세요.. 아이들이 상상하게 하세요"

이범구 2016. 6. 1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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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초대석]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아이가 스스로 자기시간 설계

이런 교육 이뤄져야 선진국 도약

단원고 존치교실 합의 지켜

학교 측에 이전과 수습 맡기자

교사 행정업무 대폭 줄이는 등

학교 정상화에 교육행정 초점

이재정 경기 교육감

“4ㆍ16 합의는 세월호 관련 최초의 사회적 합의입니다. 전례가 업는 비극 속에서도 유가족, 학부모, 종교단체가 인내심을 갖고 상호 의견을 존중하면서 이뤄낸 고귀한 사회적 유산입니다. 7개 기관 단체가 65일 간 9차례 회의를 하면서 단어, 토씨 하나 가지고도 틀어지던 이견을 하나로 결집해냈습니다. 지금 또 논란이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한 발씩 만 더 양보하면 분명 성숙한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저는 협약에 서명한 7개 기관 단체가 합의를 지켜낼 것을 믿습니다.”

이재정(72)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다시 논란을 빚고 있는 ‘존치교실’ 이전 갈등에 대해 이해와 양보를 구했다. 교육 정상화라는 대전제에 공감한 만큼 존치교실 이전과 수습을 학교에 맡기고 지켜보자는 조언이다.

“2014년 11월 협의를 시작한 뒤 1년 6개월 만인 지난 5월 협약식에 7개 기관 단체가 서명했습니다. 협약식장에서조차 피켓 시위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유가족은 유가족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이견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견이 있는 게 정상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견 속에서도 성숙한 자세로 합의를 해주셨습니다. 이견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 또한 넘어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 교육감은 미래를 볼 것을 호소하고 있다. 4ㆍ16 이후 경쟁과 줄 세우기식의 비정상적인 학교교육에서 벗어나 배려와 협동, 사랑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는 학교의 주인은 학생과 교사라는 믿음에 하반기 교육행정도 학교 정상화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은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를 다니고 교사는 자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돌볼 수 있도록 수업시간과 학교행정업무를 대폭 줄이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9시 등교처럼 혁신적인 방안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와의 대화 시간을 자주 갖는데 지난해랑 다른 모습이 눈에 띕니다. 학부모들이 사교육의 역효과를 직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10여 년 학원을 운영한 한 학부모는 사교육의 불필요함을 역설했습니다. (학생)상당수는 학원 다닌다고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자녀를 학원에 안 보낸다는 학부모들이 분명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는 변화의 바람이 작지만 확실히 느껴진다고 확신했다. ‘알파고’의 등장도 이런 변화에 부채질을 했다는 판단이다. 지금의 주입식, 암기식, 줄 세우기식 교육으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명확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영어단어 하나, 수학공식 하나 더 외우는 것 가지고는 무섭게 바뀌는 미래에 적응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제 곧 ‘SKY(서울대 고대 연대)’를 나와도 소용없는 시대가 될 겁니다. 물론 SKY를 나오는 게 유리할 수 있지만 곧 세상이 바라는 인재와 꼭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게 드러날 겁니다.”

그는 학교가 바뀌고 학부모가 바뀌는 데 교육부만큼은 요지부동이라고 아쉬워했다. 2017년이면 대학교 정원이 고교 졸업자수보다 많아지는데 이런 현실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4ㆍ16교육체제’ 학교 혁신방안에 귀 기울여달라는 요구다. 앞서 이 교육감은 지난 4월 특목고 폐지, 고교 의무교육 등 200여 가지 혁신방안을 담은 연구자료를 발표했다.

이 교육감은 한국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17개 시도교육감과 힘을 합치기로 했다. 협의회장을 맡은 것도 그 이유다. 교육부가 바뀌기 어렵다면 학교 현장에서부터 바뀌자는 것이다. 그 밀알을 경기도에서부터 싹 틔우겠다는 의미다.

그는 학부모에게도 당부의 말을 했다. “아이를 학원에 절대로 보내지 마십시오. 아이들이 상상하게 해야 합니다.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게 지금 당장은 좋아 보이지만 아이의 미래를 망치는 길이 될 겁니다. 아이들이 자기 시간을 자기가 계획해 쓰게 해야 합니다. 이게 제대로 된 교육이고 이런 교육이 이뤄져야 한국은 선진국이 될 겁니다.”

어린이 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거부로 지난해부터 교육부와 감사원으로부터 툭하면 감사를 받는 등 정치적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저는 정치적이 아닌데 교육 정상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저를 정치적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고 해명했다. 그는 “힘을 가진 사람을 정치적이라고 해야지 저는 그런 정치의 힘 앞에 약자로서 하소연하는 것일 뿐”이란다.

“통일부 장관 할 때보다 열 배는 힘듭니다.”

이 교육감은 장관 할 때는 대통령 한 분만 모시면 됐지만 지금은 학부모 한 분, 한 분이 다 대통령이라면서 전반기 2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조차 하기 힘들다고 엄살을 부렸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는다는 그는 “다양성과 공존을 존중하고 힘으로 획일화 하려는 그 어떤 시도도 반대한다”면서 “줄 세우는 교육과 사회가 없어지는 그 날까지 마지막 힘을 짜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교육을 이끈 전반기 2년의 점수를 묻는 말에는 “점수 매기는 교육에 반대하기 때문에 점수를 안 매기겠다”며 웃었다.

이범구 기자 eb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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