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 개설 막고·공단 저지..황금박쥐 진천서 10년째 '둥지'

2016. 6. 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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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황금박쥐 서식 폐동굴 보호 정성..올해도 43마리 동면 확인
황금박쥐 [연합뉴스 DB]
황금박쥐 생태조사 [연합뉴스 DB]

주민들 황금박쥐 서식 폐동굴 보호 정성…올해도 43마리 동면 확인

(진천=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대전지방 국토관리청 보은국토관리사무소는 우여곡절 끝에지난해 12월 충북 진천군 진천읍∼충남 천안시 동면의 국도 21호선을 확장하는 '충남·북 도계∼진천도로 건설공사' 기본 설계를 마쳤다.

이 도로는 처음 계획과는 다르게 설계됐다.

애초 진천읍 구간에서 금암리 일대를 통과하는 노선이 검토됐다.

그러나 금암리에 멸종위기 1급이면서 천연기념물(452호)인 황금박쥐(학명 붉은 박쥐)가 집단 서식하는 폐 동굴이 고민을 안겼다. 계획대로 도로가 개설되면 황금박쥐 서식지는 고스란히 파괴되는 처지였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암리 주민들이 노선 변경을 강력히 요구했다.

보은국토관리사무소는 결국 주민들의 요구를 수용, 도로 계획을 재검토해 금암리를 통과하지 않도록 노선을 조정했다.

지난해 4월에는 금암리 일대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3개 회사가 8만4천여㎡의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계획을 진천군에 제출했다. 사업 예정지는 '황금박쥐 동굴'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이다.

역시 금암리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산업단지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결국, 이 업체는 지난해 9월 산업단지 조성계획을 포기했다.

자칫 각종 개발로 파괴될 처지에 놓였던 황금박쥐 서식지가 주민들의 적극적인 보호활동으로 위기를 넘기게 됐다.

금암리 동굴에서 황금박쥐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07년 1월이다.

당시 주민이 동굴에서 오렌지 색을 띤 박쥐를 발견해 진천군에 신고했고, 한국 자연환경연구소가 조사에 나서 39마리의 황금박쥐가 있다는 것을 공식 확인했다.

금암리 주민은 멸종위기동물이 마을에 서식한다는 소식을 반기며 자발적으로 입구에 쇠로 된 철문을 만들고 동굴을 폐쇄했다. 출입문을 잠가 놓고 사람들이 드나들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주민들의 노력으로 이곳이 10년째 황금박쥐의 '보금자리'가 됐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 4월 30일 '멸종위기동물 분포조사'를 한 결과, 43마리의 황금박쥐가 동면하는 것을 확인했다. 관박쥐도 1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이후 국립생물자원관 등 환경기관들이 이곳을 모니터링했고, 매년 30∼40여 마리의 황금박쥐가 발견됐다. 황금박쥐의 안정적인 집단서식지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동굴은 겨울에도 내부 온도가 섭씨 12∼13도로 유지되고, 습도가 90%를 보이는 등 좋은 서식 환경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이 사람들의 접근까지 차단해 황금박쥐가 동면 장소로 계속 찾는 것으로 분석된다.

황금박쥐는 일반적으로 10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동굴에서 동면한다. 동면하지 않는 시기에는 동굴 인근 숲 등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진천군의 한 관계자는 "금암리 폐 동굴이 황금박쥐의 서식지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보호활동으로 주변 환경이 안정적으로 보전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bw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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