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13점' 위작 판명.. 미술계 "위작 더 많다"

김미리 기자 입력 2016. 6. 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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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경찰 압수된 작품들, 물감성분·캔버스 제작기법 달라" 조영남 代作 사건 이어.. 대중들 불신커져 미술시장 타격 우려

미술계의 시한폭탄이 터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 이우환(80) 화백 위작(僞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해 국내 미술관에 전시·보관된 이 화백의 진품 6점과 경찰이 압수한 그림 13점을 비교한 결과 '진품과 다르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떠돈다는 소문은 2012년부터 유력하게 나돌았으나 경찰이 "진품과 다르다"고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우환 화백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리 베르사이유 궁에서 개인전을 가질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화가다. 미술계에선 조영남 대작(代作) 사건에 이어 이우환 위작 등 잇단 악재가 터지면서 미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과수에 따르면, 경찰이 압수한 그림들은 물감 성분과 캔버스 제작 기법에서 진품과 달랐다. 경찰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압수한 그림은 개인 소장가가 구매한 4점과 유통·판매책이 보관 중이던 8점, 지난해 국내 경매 시장에 나왔던 1점 등 총 13점이다. 이 작품들은 한 점당 4억원대에 거래됐다고 한다.

◇이 화백, "위작 없다" 버티다 인정

경찰은 지난해 6월 "이 화백의 작품 가운데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 시리즈의 위작들이 존재하고, 이 위작들이 2012~ 2013년에 서울 인사동 일부 화랑을 통해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들어갔다. 1970년대 후반에 그려진 이 작품들은 이 화백의 대표작들이다. 가장 가격대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이 화백의 작품을 위조한 혐의를 받은 현모(66)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7월 일본으로 도피했다가 지난 4월 일본에서 검거돼 한국으로 송환됐다.

경찰은 지난 1월 국제미술과학연구소·민간감정위원회·한국미술품감평원 등 민간 기관 세 곳에 위작으로 의심되는 작품 12점의 감정을 했고, 개인 소장가 작품 1점을 더해 총 13점을 다시 국과수에 감정 의뢰했다. 경찰 조사에서 위조 총책으로 지목된 현씨와 그가 고용한 40대 위조 화가는 "압수된 13점 중 일부를 직접 위조했다"며 "50여 점을 위조해 유통책에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환 화백은 위작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내 그림 중 위작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다 지난 1월 최순용 변호사를 법률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불행히도 다른 작가의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우환 작품도 위조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위작 가능성을 처음 인정했다. 최 변호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현재 프랑스에 있는 이 화백이 이달 말 귀국해 국과수에서 위작이라고 판정한 작품들을 확인할 계획"이라고 했다.

◇"웬만한 大家들은 위작 나돈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은 다른 화가들의 위작은 또 없는지,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에 쏠려 있다. 위작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1991년 천경자 '미인도' 논란, 2007년 당시 경매 사상 최고인 45억2000만원에 낙찰된 박수근의 '빨래터' 위작 논란 등이 대표적이다. 미술계에서는 현대미술 작가 A씨와 서양화가 B씨 등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가들의 작품도 위작이 나돌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위작은 시장에서 그만큼 인기 있다는 걸 말한다. 인기 있는 작가라면 어느 정도 위작이 따른다는 건 이미 오래된 얘기"라고 했다. 서진수 강남대 교수는 "이우환 위작 문제가 개별 문제로 끝나지 않고 천경자 '미인도' 위작 논란을 재가열시키는 등 미술계 전체의 위작 문제로 번질 수 있다"고 했다.

미술 시장에 대한 불신은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 화랑 대표는 "위작 논란이 막 불거졌던 2012~2013년 뚝 끊겼던 이 화백 작품의 거래가 지금은 2007년 미술 시장 활황기 수준에 근접했다"면서 "국과수 위작 판정 때문에 손님들이 한동안 이 화백 작품 구매를 주저할 것 같다"고 했다. 경찰 감정에 참여한 최명윤 국제미술과학연구소 소장은 "국가가 나서 위작 전담 조사반을 만들고, 전문적인 감정 인력을 육성해 체계적으로 위작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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