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희 칼럼] 펠레, 마라도나가 우승하지 못한 코파 아메리카

조회수 2016. 6. 1. 20: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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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시리즈 (1)

100주년을 맞이하는 코파 아메리카는 ‘축구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적인 국가 대항전’이다. 월드컵이 1930년, 유로가 1960년, 아시안컵이 1956년 각각 첫 테이프를 끊었던 것에 비해 코파 아메리카의 시작은 훨씬 이전인 19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당시의 남미 축구선수권 대회는 개최국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4팀의 창립 멤버들만으로 치러졌다. 이후 지금과 같은 ‘코파 아메리카’의 명칭이 붙여진 것은 1975년, 다른 대륙 팀들을 초청해 지금의 포맷을 갖춘 것은 1993년의 일이다.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Copa América Centenario)’는 사상 처음으로 남미 대륙을 벗어나 미국에서 거행된다. 개최국이 미국이니만큼 남미 대륙에서 열렸던 대회들에 비해 훨씬 더 큰 홍보 효과 및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규모 면에서도 이번 대회는 남미 10개국에 타 대륙 초청 팀 둘을 더하는 통상적인 12팀 포맷을 확장, 북중미 6팀을 참여시키는 16개국의 제전으로 펼쳐진다. 특히 북중미 팀들의 경우 중앙아메리카 컵, 캐리비언 컵, 그리고 북중미 골드컵 순위에 따른 플레이오프를 통해 참가 자격을 획득한 팀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일종의 예선 과정을 도입한 셈으로, 100주년을 맞아 ‘진정한 아메리카의 제왕’을 가리기에 적절한 방식이라 하겠다.

지금까지 44차례 대회가 치러지는 동안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팀은 ‘20세기 초반의 강자’ 우루과이다. 우루과이는 15차례의 우승으로 아르헨티나의 14회 우승을 능가한다. 반면 브라질의 우승 횟수는 이들보다 크게 떨어지는 8회에 그치고 있다. 얼마간의 이유들을 꼽자면 20세기 중반까지의 브라질은 코파 아메리카에 불참하는 경우가 잦았던 데다, 그들의 전성기라 할만한 1967년에서 1975년 사이에 대회 자체가 열리지 않았던 것도 한몫했다는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축구황제’ 펠레의 코파 아메리카 경력도 1959년 대회 득점왕에 올랐으나 팀은 준우승에 그친 것이 전부이며, 다른 전설들인 가린샤, 지쿠, 소크라테스 등에게도 코파 아메리카 우승 경력이 없다. 

‘3강’을 제외한 국가들 가운데에서는 파라과이와 페루가 각각 2회 우승, 그 다음으로 볼리비아, 콜롬비아, 칠레가 한 차례씩 정상에 올랐다. 남미 축구 연맹 창립 멤버인 칠레는 예상 외로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첫 번째 코파 아메리카 타이틀을 거머쥐는 기쁨을 누렸고, 1990년대의 강자 콜롬비아 또한 2001년 단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따라서 칠레의 세르히오 리빙스톤, 엘리아스 피게로아, 이반 사모라노,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발데라마, 프레디 링콘 같은 인물들도 코파 아메리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남미 국가이면서 여태껏 단 한 차례도 정상을 밟아보지 못한 두 팀은 에콰도르와 베네수엘라다. 21세기 남미 축구의 복병 에콰도르는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4위 두 차례가 최고 성적일 만큼 미진한 실적에 그치고 있으며, 1967년부터 대회 참가를 시작한 베네수엘라는 2011년 4위가 최고 성적이다.

한편, 1993년부터 가세하기 시작한 타 대륙 초청 팀들 중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세력은 역시 ‘사실상의 남미 축구’ 멕시코다. 지난 대회까지 아홉 차례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했던 멕시코는 준우승 2회, 3위 3회를 기록함으로써 남미의 강호들을 위협하는 실력을 선보였다. 어쩌면 미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야말로 멕시코에게는 최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는지도 모른다. 지금껏 세 차례 대회에 참여했던 미국은 1995년 4위가 최고 성적이지만 역시 이번 대회에서는 홈 팬들의 성원 속에 더 나은 도약을 희망한다.타대륙 초청 케이스로 코파 아메리카 무대를 밟아본 ‘북중미 이외’의 대륙 팀으로는 일본이 있으며, 2011년에 초청받았던 당시의 세계 챔피언 스페인은 선수들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참가를 고사한 바 있다.

펠레(1959년 참가)와 디에고 마라도나(1979년, 87년, 89년 참가)를 위시해 지쿠, 마리오 켐페스, 발데라마 같은 별들이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음에도, 유서 깊은 코파 아메리카의 역사는 축구사의 위대한 영웅들로 가득 차 있다.

펠레 이전의 브라질 축구황제라 일컬어질 법한 지지뉴(1949년 우승)를 비롯해, 1940년대의 ‘가짜 9번(false nine)’ 아돌포 페데르네라(1941년, 45년 우승), 페데르네라와 더불어 아르헨티나 역대 최고 선수들 중 한 명인 차로 모레노(1941년, 47년 우승), 1961년 발롱도르 수상자 오마르 시보리(1957년 우승), ‘페루의 펠레’ 별칭이 아깝지 않은 테오필로 쿠비야스(1975년), 우루과이의 우아한 황태자 엔조 프란세스콜리(1983년, 87년, 95년 우승), ‘바티골’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991년, 93년 우승), 브라질의 ‘신(新)황제’로 등극했던 호나우두(1997년, 99년 우승) 등이 모두 장구한 코파 아메리카 역사를 빛낸 주역들이다. 또한 우승컵을 획득하진 못했으나 펠레와 발데라마는 참여한 대회들에서 최우수선수에 오르며 실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한 세기의 마침표이자 새로운 시대로의 출발점인 이번 대회에서는 과연 어떠한 선수들이 역대 영웅의 계보를 잇게 될 것인지가 매우 흥미롭다.

한 준 희 (KBS 축구해설위원 · 성남FC 선수강화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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