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현대증권 팔아도 브랜드는 못 넘겨"

서민우 기자 2016. 5. 3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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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 '현대증권' 브랜드 인수 까닭은, 범현대가 시숙 등과 분쟁 겪으며, 현정은 회장 '현대' 브랜드에 애착, 다른 회사로 넘어가기 전 서둘러 인수, 현대그룹 "아이덴티티 유지위한 것"

현대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003450)’ 상표권을 현대상선으로부터 110억원에 사들인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회사 측은 “가치가 높은 상표권을 획득하고 미래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재계와 증권 업계는 5년간 사용 제한으로 로열티 수입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굳이 돈을 들여가며 인수한 속내는 따로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재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상표권 인수는 ‘현대’라는 브랜드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 범현대가(家) 계열 증권사로 넘어가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이 통합증권사의 사명(社名)에서 ‘현대’를 제외하기로 하면서 상표권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자 발 빠르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KB금융은 현대상선의 요청으로 ‘현대’라는 브랜드를 ‘5년간 사용 금지’를 전제로 현대 측에 넘겨줬다. 이에 대해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달리 채권단은 ‘현대’라는 상표권에 집착할 유인이 거의 없다”며 “채권단은 자금력이 좋은 범현대가 계열 증권사들 중 어떤 곳이라도 인수 의사를 내비치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현대상선 경영권을 장악하게 될 채권단이 브랜드를 매각할 가능성에 대비해 현대엘리베이터가 서둘러 인수했다는 해석이다.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상표권을 인수했다고 주장한다. 현대그룹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현대’ 브랜드를 보유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라며 “110억원에 상표권을 사들인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증권’을 비롯한 ‘현대’ 브랜드는 현대차(005380)그룹, 현대중공업 그룹 등 범현대가(家)의 복잡한 가정사와 엮이며 수난을 겪어왔다. 실제 현대차그룹이 2009년 인수한 신흥증권(현 HMC투자증권(001500))의 경우 현대증권과의 상표권 마찰로 사명을 세 번이나 바꿨다. 처음에는 ‘현대IB증권’으로 이름을 지었지만 현대증권이 상표권 사용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자 ‘현대차IB증권’으로 교체했고 이후에도 반발을 멈추지 않자 결국 HMC투자증권으로 변경했다. 현정은 회장과 범현대가와의 분쟁은 지난 2010년 현대가의 적통(嫡統)을 놓고 맞붙었던 현대건설(000720) 인수전에서 극에 달했다. 당시 현대그룹은 가장 많은 금액을 써내 인수를 눈앞에 뒀지만,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현대차그룹의 논리에 밀려 결국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재계는 현 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친 범현대가와의 분쟁을 겪으면서 오히려 ‘현대’ 브랜드에 더 강한 애착을 갖게 됐다고 분석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5년간 사용할 수 없는 브랜드를 사는 것은 회사는 팔더라도 ‘현대’라는 브랜드는 넘길 수 없다는 현 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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