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상징물 조각한 작가 "계란 던질 줄 알았지만"

최지용,권우성 입력 2016. 5. 31. 09:55 수정 2016. 5. 31. 11: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독인터뷰] 홍대 조소과 홍기하씨 "일베 옹호·비판 아니다"

[오마이뉴스 글:최지용, 사진:권우성, 편집:장지혜]

▲ 홍대 정문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 상징물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조각상은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징하는 자음 'ㅇ'과 'ㅂ' 모양을 하며 회원을 인증하는 손 모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조각상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 과제로 제작되어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5.31~6.20)에 출품한 것으로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제목을 붙였다. 30일 오후 설치된 작품에는 음료수와 달걀을 던진 흔적과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항의 메모지도 붙어 있다.
ⓒ 권우성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현재 계란과 음료수 등이 던져져 훼손됐다. 철거를 요구하는 포스트잇 쪽지도 붙어 있다.
ⓒ 최지용
[기사보강 : 31일 오전 10시 23분]
"홍대 '일베 상징물', 옹호-비판 위한 것 아니다"

홍익대학교 정문 인근에 설치된 극우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베를 상징하는 석고상을 설치한 것은 조소과 4학년 학생 홍기하씨(22)로 밝혀졌다.

홍씨는 31일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작품 의도를 묻는 질문에 "일베를 옹호하려는 것이냐, 비판하려는 것이냐 논란이 있는데 그런 단편적이고 이분법적 해석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라며 "일베는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는 현상이고, 부정할 수 없는 실재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베라는 건 실재 하지만 그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가상의 공동체 같은 것인데 그걸 보고 만질 수 있는 실체로 만들어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홍씨는 "작품에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했었다, 계란을 던질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실제로 일어나는 걸 보고 놀랐다"라며 "일베를 상징하기 때문에 계란을 던지거나 부숴야 한다는 말 등에는 표현할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작가의 의도와 여론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학생들이 철거를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작가로서 작품을 철거할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일베를 상징하는 손 모양을 형상화 한 홍씨의 작품 제목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이고, 조소과 '환경조각연구'라는 수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조소과는 매년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을 열고 있고, 홍씨의 작품도 수업의 과제로 만들어져 출품된 것이다. 조각전은 이날 오후 1시30분 개막제를 열고 오는 6월 20일까지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홍씨의 작품의도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석고상에 계란을 던지거나 음료수를 붓는 등 항의 행동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현재 석고상에는 음료수를 뿌린 흔적, 계란을 던진 흔적이 남아 있다. 또 조각상에는 작품의 철거를 요청하는 포스트잇 쪽지도 붙어 있다. 홍익대 13학번이라고 밝힌 이가 쓴 이 쪽지엔 "작가의 의도와 무관하게 본 작품은 설치된 장소, 조형물의 형태가 부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의 자유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본교 학생인(학번) 저는 post-it을 작품에 부착함으로 해당작품 철거를 요청합니다"라고 쓰여있다.

"계란 팔아요 개당 500원"이라고 적힌 쪽지도 조각상 밑에 붙어 있다. 계란을 던진 이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는 "아직 오픈식도 진행 안 된 작업에 너무들 하시네요", "작업은 의도를 들어봐야 아니까요"와 같이 작품 훼손을 비판하는 글도 적혀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는 30일 "작가는 작품의도를 설명해 주길 바란다"는 성명서를 냈다.

총학생회와 9개 단과대 학생회, 총동아리연합회는 "일베는 그동안 특정지역차별과 성차별, 그리고 그들이 가진 정치적 편향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와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라며 "학교 정문에 일베 조각을 설치한 것은 홍대 학생들이 일베와 같은 성향을 지니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홍익대 구성원들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 홍대 정문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 상징물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조각상은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징하는 자음 'ㅇ'과 'ㅂ' 모양을 하며 회원을 인증하는 손 모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조각상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 과제로 제작되어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5.31~6.20)에 출품한 것으로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제목을 붙였다. 30일 오후 설치된 작품에는 음료수와 달걀을 던진 흔적과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항의 메모지도 붙어 있다.
ⓒ 권우성
  지난 30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현재 계란과 음료수 등이 던져져 훼손됐다. 철거를 요구하는 포스트잇 쪽지도 붙어 있다.
ⓒ 최지용
  지난 30일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현재 계란과 음료수 등이 던져져 훼손됐다. 계란을 던진 이들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에는 “아직 오픈식도 진행 안 된 작업에 너무들 하시네요”, “작업은 의도를 들어봐야 아니까요”와 같이 작품 훼손을 비판하는 글도 적혀 있다.
ⓒ 최지용
▲ 홍대 정문에 설치된 '일베' 상징물 조각상 31일 오전 마포구 홍익대 정문에 극우성향 사이트 '일베' 상징물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조각상은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징하는 자음 'ㅇ'과 'ㅂ' 모양을 하며 회원을 인증하는 손 모양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조각상은 조소과 4학년 홍기하씨가 '환경조각연구' 수업 과제로 제작되어 '환경조각연구 야외조각전'(5.31~6.20)에 출품한 것으로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다'는 제목을 붙였다. 30일 오후 설치된 작품에는 음료수와 달걀을 던진 흔적과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항의 메모지도 붙어 있다.
ⓒ 권우성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 자발적 유료 구독 [10만인클럽]

모바일로 즐기는 오마이뉴스!
☞ 모바일 앱 [아이폰] [안드로이드]
☞ 공식 SNS [페이스북] [트위터]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