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소장 삼국유사 서울시, 국보지정 추진
23일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이 연세대 박물관에 보관 중인 삼국유사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시는 보물 제1866호인 삼국유사를 국보로 승격하기 위해 7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검은색 장갑을 끼고 누렇게 바랜 책을 살펴보던 서정문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원이 만족스럽다는 듯 먼저 말을 꺼냈다. 이어 오용섭 인천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책 귀퉁이를 어루만진 뒤 하늘하늘 얇아진 종이를 한 장씩 조심스럽게 넘기며 말했다. “기존 책보다 더 오래돼 보이는데요. 다른 판본(목판으로 인쇄한 책)의 오·탈자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되겠어요.”
이들이 보던 책은 고려의 승려 일연(一然)이 충렬왕 7년(1281년)에 지은 ‘삼국유사’ 1, 2권이다. 2010년 별세한 손보기 연세대 사학과 교수가 1980년대 충남 공주시에서 구입한 것이다. 2013년 유족이 연세대에 기증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손 교수의 호(號)를 따 ‘파른본’으로 불린다. 2015년 보물(제1866호)로 지정됐다.
서울시가 삼국유사 파른본의 국보 승격을 위해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앞서 삼국유사를 기증받은 연세대는 올 4월 파른본의 국보 승격을 의뢰했다. 서울시에 국보 승격 의뢰가 들어온 건 2007년 달항아리 백자 이후 처음이다. 서울시 문화재위원회는 7월 중 국보 신청 여부를 결정해 문화재청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삼국유사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정사를 담은 ‘삼국사기’와 함께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책이다. 삼국사기가 삼국의 정치사를 담았다면 삼국유사는 ‘유사(遺事·정사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사에 담기지 못한 설화와 야사를 담고 있다. 단군 신화가 기록된 역사서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서울시와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23일 서대문구 연세대 박물관에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 참여한 서울시 문화재위원회 위원들은 삼국유사 파른본이 2003년 국보(제306-2호)로 지정된 삼국유사 정덕본(1512년)보다 약 10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고려시대에 찍힌 삼국유사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 삼국유사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판본일 가능성이 높다”며 “책이 깨끗하게 보관돼 있어 정덕본과 비교해 잘못된 표현이나 표기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미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인 만큼 충분한 검토와 심의를 거쳐 국보 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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