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의 '6일']몸은 '대권 주자 행보'..말은 "과대 해석 말라"

김진우 기자·경주 | 유신모 기자 2016. 5. 30.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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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유엔 NGO 콘퍼런스 기자회견서 “추측 자제를” 수위조절
ㆍ“출마여부 반반에서 60% 총장으로” 여권 후보 기정사실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은 30일 “저의 국내에서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거나 이런 것은 좀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이날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6차 유엔 비정부기구(NGO)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방한은)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국제적 행사에 참여하고, 주관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관훈클럽 비공개 간담회를 했는데 그런 내용이 좀 과대·확대·증폭된 면이 없잖아 있어 저도 좀 당혹스럽게 생각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반 총장은 또 “제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 많이 추측들 하시고 보도하시는데 제가 무슨 일을 할 것인지는 저 자신이 제일 잘 아는 사람일 테고, 제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마지막까지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반 총장의 이 같은 언급은 방한기간 행보를 두고 사실상 대선 출사표를 낸 것으로 해석하는 데 대해 수위조절을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내고,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나면서 스스로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핀 것을 감안하면 반 총장의 해명은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 총장은 지난 25일 방한 첫 일정인 관훈클럽 간담회에서부터 작심한 듯 국내 정치권을 비판하고, ‘통합’ 화두를 제시했다. 28일엔 김종필 전 총리를 전격 예방했고, 29일엔 안동·경주 등 대구·경북(TK) 지역을 찾는 등 스스로가 대권 행보 논란을 조장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던 ‘충청·TK 연합론’도 유력한 설로 자리 잡았다.

‘과대해석’ 해명에도 불구하고 반 총장은 6일간의 방한 일정을 통해 스스로를 ‘대선 상수’로 자리매김시켰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입국했던 반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가 돼 출국한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30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그간 출마 여부가 반반, 50% 총장이었는데 이제 60~70% 총장으로 갔다”고 평가했다.

특히 반 총장은 이번 방한에서 여권 텃밭을 방문해 여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하면서 여권·친박 후보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4·13 총선 참패 후 여권 ‘잠룡’들이 사실상 궤멸된 상황에서 강력한 대안 후보로 자리 잡은 것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TBS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이 총선에 패배를 하고 친박·비박 전쟁 중에 있다가 반 총장이 나타나 이걸 일거에 평정해주고, 뉴스의 초점을 반기문으로 가져가는 효과를 가져왔다”며 “또 반 총장은 이렇게 만들어준 청와대와 여권에 대해 꽃가마 탄 기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시사하면서 대선 정국은 조기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논쟁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반 총장이 정치적 야심을 위해 유엔 사무총장직을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자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반 총장의 대선 출마 표명 뒤 이미지가 ‘좋아졌다’(19%)보다 ‘싫어졌다’(27%)는 응답이 더 많이 나오는 등 ‘역풍’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반 총장은 이날 경주 일정을 끝으로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고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김진우 기자·경주 | 유신모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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