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반기문 총장 행보, 정말 '과잉해석'했나?

김필규 입력 2016. 5. 30. 21:55 수정 2016. 5. 31.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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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1부에서도 다뤘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오늘(30일) 기자회견 발언,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반기문/유엔 사무총장 : 정치적인 행보와는 전혀 무관하게 오로지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제적인 행사에 참석하고 주관하기 위해 온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과대, 증폭이 된 면이 없지 않아서 당혹스럽습니다.]

팩트체크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가 정말 과대해석이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거의 모든 매체가 반 총장의 대선 행보에 초점을 맞춰 이번 방한을 보도했는데, 이게 과대해석이고 추측일 뿐이라는 이야기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정말 그런가, 일단 공식 일정을 보면 25일 제주포럼과 관훈클럽 토론회, 26일엔 황교안 총리 면담 뒤 일본으로 건너가 G7 정상회의 참석한 뒤, 28일 김종필 전 총리를 만납니다.

29일엔 안동 하회마을 방문했고, 마지막 30일, 유엔 NGO콘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는 걸로 일정을 마쳤습니다.

반 총장 주장대로 사무총장 자격으로 꼭 참석해야 할 행사도 있었지만, JP 면담이나 경북에서 보낸 이틀 등, 정말 정치적 행보와 전혀 무관한 것인지 의문을 품게 하는 일정도 있었습니다.

[앵커]

다른 나라 팩트체크도 그렇습니다만, 사실 팩트체크가 태어난 이유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점검해보자 하는 차원에서 처음 시작이 됐던 거죠. 굉장히 중요한 인물임이 틀림없고, 또 그 사람이 한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팩트체크 하는 거는 어찌 보면 오늘 팩트체크가 초심으로 돌아간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JP 면담은 정치적으로 해석을 하지 않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 아니었던가요?

[기자]

서울 신당동에 있는 김 전 총리 자택에서 만났는데 바로 이틀 전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대선 도전을 시사한 뒤 이뤄진 거라 여러 정치적인 해석이 나왔습니다.

그러자 반 총장 측에선 "고향 선배를 만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고 해명을 했습니다.

[앵커]

두 사람이 고향이 같습니까?

[기자]

JP의 고향이 충남 부여고 반 총장 고향이 충북 음성입니다. 직선거리고 100㎞ 가까이 떨어졌고, 고속도로 타고 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인데 고향 선후배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앵커]

충북, 충남은 다르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뜻에 의해서 같은 고향이라고 얘기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죠? 그렇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기자]

그런데 다음날인 29일 오후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을 찾아 지역 정치인들을 만났습니다.

이번 방한의 주목적이라 할 수 있는 경주 유엔 NGO 콘퍼런스가 열린 게 30일이니까 그 전날 그렇게 서둘러서 갈 만큼 중요한 일정이냐는 의문이 나오는 거죠.

이를 과연 언론이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대부분 평론가들의 의견은 같았는데 대표적으로 하나 들어보시죠.

[최창렬 교수/용인대 정치학과 : 안동 하회마을 들른 것도 그렇고, 전 총리 등 국내 원로급 인사들과 만찬을 가진 것도, 그런 것들은 전체적으로 봐도 우리 정치적 문법으로 볼 때, 당연히 정치적 행보죠. 거기에 대해서 확대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그런 행위, 그런 발언 자체가.]

[앵커]

혹시 유엔이나 외신 등 밖에서는 어떻게 해석을 했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 달라고 그쪽에서도 확대해석을 안 하던가요?

[기자]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 따져봤는데요. 이번 반 총장의 일정이 5박6일이었습니다.

물론 G7 회의 일정이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 4박5일은 한국에 있던 셈인데, 2014년부터 현재까지 반 총장의 공식 해외출장이 모두 172회입니다.

평균 체류일수를 계산해 보니 2.6일, 즉 사흘 이하로 머무는 게 일반적이었으니, 이번 방한에 상당한 비중을 뒀다고 볼 수 있죠.

그럼 외신에선 이런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은 'UN 수장이 한국 방문을 통해 대선 출마 가능성의 불을 지폈다'고 보도했고, 외교잡지인 더 디플로맷은 '이번 방한에서 내년 대선 출마의 문을 열어둠으로써 국내의 관심을 더 끌어올렸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외신들 역시 이번 반 총장의 방한에 대해 국내 정치적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군요?

[기자]

중국이나 일본에서 특히 더 관심이 많았는데 중국 매체들은 '한국 대통령 되고 싶은 반기문?'이란 노골적인 제목의 기사도 내놓으면서 "갑작스럽게 충청지역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에게 호의를 보이는 등의 행동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김종필 전 총리가 충청 지역의 아직까지도 맹주인지는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이견들도 있기는 있습니다. 네. 아무튼 중국에서 한 것이니깐요.

[기자]

그리고 일본 매체들도 이런 내용을 비중 있게 보도했는데, 특히 우익 성향 산케이 신문은 유엔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번 방한은 이례적이며 중립성을 중시해야 하는 사무총장이 아시아 각국을 균형 있게 방문하는 관행을 어겼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산케이가 극우신문이라고 하기는 했습니다만 사실 저 부분이 많이 은유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죠. 같은 아시아 국가들이 이 문제를 좀 더 민감하게 볼 수 있겠군요. 결국 우리 매체들만 반 총장의 행보에 대해 과대해석하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는 결론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리고 게다가 대선 출마 여부를 묻는 많은 기자들의 질문에 한 번도 부정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반 총장은 "앞으로도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지 말아달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국민들이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는데, 앞으로 언론이 과대해석을 안 하고 어떻게 기사를 써야 하는 건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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