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조현병 치료 24시' 정신병원 그곳엔..

안지현 입력 2016. 5. 30. 21:37 수정 2016. 5. 3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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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강남역 살인 사건을 비롯해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이들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데 조현병 환자들이 선뜻 치료에 나서지 못하는 데엔 정신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이번엔 정신병원에 찾아가 봤습니다.

안지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7일. 강남역 인근의 화장실 계단을 서성이던 남자는 결국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리고 8일 뒤, 서울 대림역에서는 한 남성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고, 같은 날 부산의 또 다른 남성은 가로수 지지대로 여성을 내리쳤습니다.

세 사건 피의자의 공통점은 조현병. 모두 치료를 받지 않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이곳은 정신응급진료실입니다.

일종의 정신 질환자를 위한 응급실인데요, 현재 시각은 밤 11시 30분,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곳은 이처럼 24시간 365일 열려 있다고 합니다.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새벽 5시. 경찰과 함께 응급실에 한 여성이 들어옵니다.

안정실로 들어간 이 여성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주먹으로 위협하는 등 조현병 의심 증상을 보입니다.

[응급실 간호조무사 : 여기 와서 폭력성을 나타냈었거든요. 볼펜을 뺏으려는 행동도 있었고요.]

국내 최초 국립정신병원인 국립건강정신센터에서 치료받는 조현병 환자는 지난달 기준 3000명이 넘습니다.

[이종일 과장/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 조현병이라는 것은 과거에 정신분열증으로 칭했던 병입니다. 뇌의 기능이 일정 부분 이상이 나타나서 생기는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청과 과대망상 등이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조현병 환자 : 심했을 때는 자살을 빨리 해야 되는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조현병 환자 : 벽에서 소리가 나는 거예요. 벽에 대고 '생각을 멈춰라' 이러면서 없어져서 막 돌아다니면서 벽에 대고 '생각을 멈춰라' 이랬던 거예요.]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자해 위험이 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도 제일 끝에 마련된 이곳은 조현병을 비롯해 조울증 등 급성기 환자가 입원하는 보호병동입니다.

이처럼 문이 잠겨 있는 폐쇄 형태의 입원실인 건데요.

저희는 사전에 허가를 받은 만큼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펴보겠습니다.

운동기구 등을 비롯해 편의시설이 마련돼 있습니다.

일반 병실과는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안쪽에 들어와 보시면 화장실 아랫부분에는 투명한 창문이 마련돼 있습니다.

만에 하나 사고가 날 경우 안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인데요, 화장실 안 샤워기의 줄은 최대한 짧게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입원실 가장 안쪽에는 창문이 마련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처럼 다 열리지가 않습니다.

입원 환자 가운데 절반이 조현병 환자지만, 약물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완화돼 평균 50일 만에 퇴원합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오히려 일반인의 범죄율인 1.2%보다 낮습니다.

[이종일 과장/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사회재활과 : 조현병은 약물치료를 비롯한 재활치료에 잘 반응합니다. 폭력성 같은 경우 약물치료를 통해서 거의 대다수의 환자분들이 줄일 수가 있기 때문에…]

다만 재발률이 높은 만큼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합니다.

전국적으로 224개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도 이들을 돕고 있지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손모아 팀장/광진구 정신건강증신센터 : 저희가 6명이 한팀이 돼서 조현병 가진 분들 190명 정도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원은 턱없이 부족하고 인력도 부족해서 어려움이 많죠.]

현재 제대로 치료받지 않는 조현병 환자는 2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어렵게 치료를 시작하더라도 무엇보다 편견을 이겨내야 합니다.

[조현병 환자 어머니 : 자기 아이가 당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거에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건(조현병은) 아주 특별한 사람만 생기는 병인 줄 알았죠.]

[하규섭/국립정신건강센터장 : 정신장애라는 게 사회로부터 격리돼야 하는 게 아니라, 치료하고 관리하면서 같이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종류의 병입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맞은편에는 올해 2월까지 사용했던 옛 건물이 있습니다.

이 건물 창문에는 이처럼 쇠창살도 그대로 남아있는데요. 쇠창살은 정신장애는 무조건 가두고 숨겨야 한다는 우리의 편견을 말해줍니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이들이 병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체계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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