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과 공구 남기고 떠난 19살 노동자..애도 물결
[경향신문]
지난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19살 김모씨의 가방에서 작업 공구와 함께 사발면과 스테인리스 숟가락, 젓가락이 나왔다. 컵라면은 어린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듯했다. 김씨 아버지는 컵라면에서 아들의 격무와 고통을 함께 느낀 듯하다. 서울메트로 외주업체인 은성PSD 노조 관계자는 “김씨 아버지가 소지품 사진을 촬영한 걸로 안다. 아들 가방에서 컵라면이 나오자 대성통곡을 하셨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그날도 종일 굶을까봐 컵라면을 싸가지고 다닌 것 같다”는 김씨 어머니의 절규를 전했다.
컵라면 사진이 공개되자 SNS에서는 애도 물결이 일었다. 컵라면이 누리꾼들의 누선을 자극했다. 한 트위터리안은 “끼니 때울 틈이 없어 가방에 컵라면을 넣고 다녔다는 청년, 편히 쉬기를 바란다”고 추모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은 “같은 남자로서 사고 시 현장에 있던 작업 가방을 보는 순간 울컥했다”고 했다. 생일을 하루 앞두고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만을 남기고 떠난 어린 노동자를 추모하는 글들은 사고 현장 포스트잇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김씨는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10월 지하철역 안전문 전문 유지보수 업체인 은성PSD에 취직했다. 은성PSD는 서울메트로 관할 121개 스크린도어 설치역 가운데 97개역 안전문 유지보수를 맡아왔다. 인원은 10명. 노조 관계자는 “고장 신고가 몰릴 때면 끼니조차 챙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언젠가 서울 메트로의 정직원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로 격무를 견뎌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버틴 정규직 꿈은 사고와 함께 사라졌다. 그가 사고를 당한 다음날은 김씨의 생일이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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