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실력으로 벅 쇼월터 반성문 이끌어냈다

이환범 2016. 5. 29.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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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강명호기자] 7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보스톤 레드삭스와 볼티모어 경기에서, 볼티모어 김현수가 스윙연습을 하고 있다. 2016.03.07.
[스포츠서울 이환범선임기자] 김현수(28·볼티모어)가 실력으로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의 반성문을 이끌어냈다. 벅 쇼월터 감독은 29일 클리블랜드와의 원정경기에 김현수를 4연속 경기 선발 출전시키기로 결정한 후 “김현수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내심을 갖고 있다. 4할 타율의 타자를 뺄 정도로 난 바보가 아니다”라며 그를 당분간 중용할 뜻 내비쳤다.

볼티모어 지역지 볼티모어선과 온라인매체 MASN은 29일(한국시간) 김현수의 4연속경기 선발 출전과 관련된 기사를 실었다.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벅 쇼월터 감독은 “김현수는 타석에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인내심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4할 타율을 치는 선수를 뺄 이유가 없다. 나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 타수수 안타수 같은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지금은 그의 활약을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현수가 제한된 출장속에서도 꾸준히 맹타를 휘두를 때도 꿈쩍 않던 쇼월터 감독이기에 이런 김현수에 대한 이런 코멘트는 이례적이다.

쇼월터 감독은 “나보고 그에 대한 보고서를 쓰라면 종이를 찢어버리는 수밖에 없다”며 “우리팀의 누구도 (그에 대해 평가할 수 있을 만큼) 똑똑하지 않다. 김현수에겐 헤쳐나가야 하는 과정이 있다”며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김현수를 지켜보고 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의 예가 있다. 인내심을 가지고 그들을 지켜본다면 그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어떻게 출발해서 어떻게 결과를 냈는지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스프링캠프 당시 김현수의 침묵이 길어지자 그에 대해 다소 평가절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던 쇼월터 감독이기에 이런 평가가 더욱 낯설게 느껴진다.

김현수는 4월에 고작 6경기에 출전했고, 그 중 4번 선발로 나서 15타수 9안타 타율 0.600에 출루율 0.647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활약에도 불구하고 쇼월터 감독의 기용 패턴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김현수가 꾸준히 타격감을 유지하면서 26일 휴스턴전에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를 하자 처음으로 다음날 경기에도 선발로 출전시켰다. 김현수는 다음날에도 4타수 2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며 타율을 0.444까지 끌어올렸다. 이쯤되니 쇼월터 감독도 그를 선발로 기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타순도 9번에서 8번, 그리고 테이블세터의 일원인 2번타자로 격상됐다. 지난 27일 클리블랜드전에선 3타수 무안타 사구 1개로 1득점에 그쳤고, 29일에도 5타수 1안타에 그쳤지만 타석에서 끈질기게 투수와 씨름하고 변화구와 빠른 볼에도 적응력을 보이는 점을 쇼월터 감독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듯하다.

쇼월터 감독이 이런 태도 변화를 보인데는 김현수 대신 주전 좌익수로 나섰던 조이 리카드의 부진이 한몫했다. 리카드는 시범경기에 이어 4월 개막후에도 미친 듯한 활약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루키의 한계를 드러내며 부진에 빠져있다. 4월 0.280의 타율을 기록한데 이어 5월엔 타율 0.213에 그치고 있다. 최근 7경기 타율은 0.100, 최근 30경기로 범위를 넓혀도 타율 0.208로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다. 김현수가 시즌 개막전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해 미운 털이 박혔다고 해도 그를 벤치에 앉히고 리카드를 계속 주전 외야수로 기용하기엔 감독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다. 팀도 시즌 개막 초반 연승가도를 달리다 지금은 최근 10경기에서 4승6패로 주춤하고 있다. 변화의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그 선택이 김현수로 보인다.

연속 선발 출장 기회를 얻으면서 김현수도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통역 대니 리를 통해 김현수는 “ 기술적인 것부터 내가 하고 있는 잘못된 것에 대해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게 도움이 되고 있다. 굳이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고, 실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며 “여전히 타석에서 생각이 많지만 이전보다는 조금 더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 지금 이 느낌을 유지하며 계속 기여하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라고 현재의 마음 상태를 전했다.

하지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볼티모어이기에 아직 김현수가 안심할 때는 아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어렵게 잡은 선발 기회를 실력으로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느낌은 좋다. 단순히 타율이 높은 것이 아니라 시범경기 때에 비해 조급한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타석에서 자신 특유의 선구안을 발휘하며 끈질긴 승부를 하고 있고, 빠른 공에도 비교적 배트가 잘 따라가고 있다. 최소한 6월에도 지금과 같은 활약을 이어가야 입지가 훨씬 더 단단해질 수 있다.

whit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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