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선수 팬, 우리는 하나'..전북은 힐링중

2016. 5. 2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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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전주월드컵경기장, 이균재 기자] 상처를 치유하는 덴 여러 방법이 있다. 전북 현대는 하나가 됐다. 감독은 선수와 팬의 상처난 마음을 보듬었다. 팬은 감독과 선수를 목청껏 응원했다. 선수는 팬을 위해 끝까지 뛰었다. 돌아온 결과는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전북은 29일 오후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상주 상무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11라운드 홈경기서 먼저 2골을 내주고 잇따라 3골을 넣으며 짜릿한 3-2 역전승을 거뒀다.

전북은 이날 승리로 승점 25를 기록하며 FC서울(승점 23)을 따돌리고 선두로 올라섰다. 반면 상주는 승점 14에 그치며 7위에 머물렀다.

전북은 최근 구단 소속 스카우트가 2013년 심판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지탄을 받았다. 경기 전 만난 최강희 전북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지난 24일 멜버른 빅토리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서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뒤 5일 만이었다. 

최 감독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제일 피해자는 팬들과 선수들이다. 그간 설움을 많이 받던 전북이었지만 좋은 성적을 내며 팬들이 자부심을 가졌다. 한순간에 잃어버린 게 제일 안타깝다.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한순간에..."

전북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팬들을 위한 승리 뿐이었다. "선수단 분위기가 정상은 아니지만 끌어올리려고 애를 쓰고 있다. 멜버른전을 치른 뒤 팬들이 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외쳐주자 감동을 받은 이도 있다. 선수들도 다시 '좋은 모습을 보이면 팬들이 응원을 해주겠구나' 느꼈을 것이다. 경기장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밖에는 없다. 특히 홈에서는 쓰러질 때까지 뛰어야 한다. 그게 도리다. 팬들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해줘야 한다."

전북 공식 서포터즈인 매드 그린 보이즈(MGB)는 '이철근 최강희, 죽을 힘을 다해 끝까지 함께 하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단장님, 감독님 사랑해요'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걸개도 나부꼈다. 

전북의 상대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자랑하는 상주 상무였다. 실점도 많지만 득점도 많은 도깨비 같은 팀이었다. 게다 부대장이 전주성을 방문해 군인들의 전투력을 한껏 끌어 올린 상태였다.

최 감독은 멜버른전과 똑같은 선발 명단을 꺼내 들었다. "리그 홈경기라 총력전을 펼치기 위해 다 내보냈다. 멜버른전서 제 역할을 해줬던 선수들이고 정신적으로도 훌륭했다. 선수들을 믿고 가야 한다."

전북 선수들은 경기 시작부터 남다른 의욕을 보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이동국의 회심의 슈팅이 잇따라 상대의 육탄방어에 막혔다. 전반은 0-0, 소득 없이 마감됐다.

전북은 후반 들어 위기를 맞았다. 2분 만에 김성환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다. 곧바로 레오나르도가 이용의 두 번째 옐로 카드와 함께 퇴장을 이끌어내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했지만 7분 역습 찬스서 박기동에게 통한의 추가골을 허용했다.

전주성엔 침묵이 가득했다. 패배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찰나 레오나르도의 오른발이 번뜩였다. 후반 19분 로페즈의 패스를 받아 아크서클 근처서 절묘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 상단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전북은 거칠 것이 없었다. 5분 뒤 코너킥 찬스서 최재수의 크로스를 최규백이 헤딩 동점골로 마무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끝이 아니었다. 36분 기어코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최철순의 크로스를 로페즈가 감각적으로 오른발을 갖다 대 상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역전 결승골을 터뜨렸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뒤 팬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전북의 힘은 항상 팬들에게 있다. 운동장에서 보면 내가 지휘봉을 잡기 이전에도 전북을 응원해주셨던 골수 팬들이 선수들에게도 큰 힘을 준다. 분명히 팬들이 실망도 많이 하셨다. 우리가 갖고 있던 자부심을 놓게 되고 어렵게 됐는데 큰 함성으로 응원을 해주셨다. 팬들의 응원을 잘 알고 있다. 계속 노력해서 팬들의 열정과 함성에 보답하겠다."

전북이 하나로 똘똘 뭉쳐 상처를 치유하고 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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