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1억 주고 5∼6점 사".. 代作 안 팔았다던 조영남씨 해명 거짓으로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2016. 5. 28.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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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그림 산 컬렉터 인터뷰
조영남씨가 직접 그린 그림인줄 알고 1억원에 작품을 구입한 컬렉터 김모씨(오른쪽)가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이광형 문화전문기자에게 작품 ‘가족여행’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종학 기자

가수 겸 화가 조영남(71)씨가 무명화가 송모(61)씨에게 그리게 한 뒤 판매한 ‘대작(代作)’ 실물이 국민일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대작 스캔들’이 불거지자 조씨가 “송씨가 일부 그림을 그린 것은 사실이지만 한 점도 판매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내용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그림인줄 알고 1억원을 지불하고 구입한 컬렉터 김모(58·여·서울 강남구)씨는 27일 기자와 만나 그림 구입 경위 등에 대해 속속들이 밝혔다. 김씨는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신분 노출 우려 때문에 수차례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으나 설득 끝에 취재에 응했다.

김씨는 4월 초 조씨의 강남 작업실에서 1억원어치 그림을 사기로 하고 2013년작 ‘가족여행’과 1973년작 ‘청계천’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림값은 수표로 건넸다. 그는 “다른 사람이 그린 작품이라면 당연히 사지 않았을 것”이라며 “송씨가 10만원을 받고 그려준 작품을 점당 2000만원꼴로 1억원에 샀으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송씨가 주장한 내용과 조씨의 이전 작품을 비교해보니 대작임을 알 수 있었다”며 “‘가족여행’도 30여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화투그림 중 ‘光’(광)자를 송씨는 삐침이 있는 정자체로 그렸는데 조씨는 삐침 없이 비뚤하게 그렸고, 말의 다리도 송씨는 말굽을 선명하게 그린 반면 조씨는 선만 그은 형태로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왜 작품을 구입하려 했나.

“30년간 일본에서 살다가 6개월 전 귀국했다. Y대 최고경영자(CEO) 과정 수업을 들으면서 갤러리 카페를 하고 싶어 가게를 보러 다니고 있었다. 카페를 하려면 그림이 있어야 하는데 CEO 과정에 같이 다니는 분의 소개로 조씨를 만나게 됐다. 소개한 분은 조씨와 학교 동창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왜 조씨 작품을 구입했나.

“종로구 팔레 드 서울 갤러리에서 조씨 개인전이 끝나고 4월 초 그의 집에 갔다. 옷에 물감을 잔뜩 묻히고 캔버스 앞에 앉아 있더라. 당연히 직접 그리는 줄 알았다. 유명세도 있고 내가 열려고 하는 카페가 7080 스타일이어서 조씨의 그림을 걸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에 어떤 그림을 샀나.

“그림이 100점 넘게 있더라. 소개시켜준 분이 하나에 2000만원 정도 하는데 할인도 가능하다고 하더라. 1억원을 주고 ‘가족여행’과 ‘청계천’ 두 점을 가져왔다. 나중에 대여섯 점 더 받기로 했는데 사건이 터진 것이다.”

-검찰 수사는 받았나.

“여러 번 전화가 왔고 녹취도 한다고 하더라. 며칠 전 수사관이 집에도 왔다. 그림을 확인하고 문답식으로 조서를 작성했다.”

-환불 관련 조씨 측 연락은 없었나.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아무 연락이 없기에 답답해서 매니저한테 전화했다. 환불해주겠다는 문자가 왔다. 조건으로 검찰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말하라는 요구는 없었다. 사기죄 여부에 관계없이 1억원 환불만 된다면 처벌은 원하지 않는다.”

김씨는 “이번에 속고 나서 분하고 치가 떨린다”며 “조씨도 그렇고 소개시켜준 사람도 다 괘씸하다. 갤러리 카페고 뭐고 모두 접고 일본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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