造船 부실감사한 회계社가 구조조정 실사

윤주헌 기자 2016. 5. 28.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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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은 대우조선, 삼일은 현대상선, 한영은 한진해운 '겉핥기 감사' 미공개 정보로 주식매매까지.. 당국 "실사 맡겨도 될지 골머리"

"기업의 생사가 달린 중요한 시점에 회계법인들에 그대로 실사(實査)를 맡겨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27일 한 조선사 채권은행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사정은 이렇다. 금융권에 따르면 삼정KPMG와 삼일PwC는 각각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벌이고 있다. 삼정KPMG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금융 당국이 주도하는 조선업 구조 조정에서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가 해당 기업을 자율협약에 넣을지, 법정관리에 넣을지 등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회계법인들이 내놓는 실사 결과를 과연 믿을 수 있느냐다. 회계법인들이 그동안 부실 감사를 벌여 부실기업의 체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최근엔 감사인 직위를 이용해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부실 책임 있는 회계법인이 실사 담당

최근 벌어지는 기업 구조 조정 과정에서 책임론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곳이 바로 회계법인이다. 회계법인들은 기업의 외부 감사인을 맡아 어떤 기업이 적절하게 회계처리를 하고 있는지, 부실화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정확하게 짚어내야 한다. 오래전부터 '자본시장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고 불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만 국내 대형 회계법인들이 정작 중요한 시점에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은 지난 2010년부터 조선업 구조 조정의 시발점이 된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담당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대우조선해양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감사 이후 '적정' 의견만 제시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에 문제가 없다고 한 것이다. 그래 놓고 안진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되자 올해 3월 '추정 오류'를 범했다면서 2조4000억원 손실을 2013~2014년 대우조선 실적에 뒤늦게 반영해 흑자를 적자로 바꿨다. 기업이 계속 존속 가능한지에 대해서도 '불투명하다'고 말을 바꿨다. 대우조선해양이란 환자는 수년간 골병 들어가는데, 주치의는 전혀 발견하지 못하고 상황을 방치해 온 것이다.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한 해운업에서도 회계법인은 부실 감사를 했다. 현대상선의 외부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3월 '기업으로 존속할 수 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냈다. 그로부터 100일이 안 된 지금, 현대상선은 기업 생존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용선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자칫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도 있고 다른 회사와 합병설도 나온다. 한영회계법인도 올해 4월 감사를 맡았던 한진해운에 '존속 가능'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4월 말 한진해운은 "정상적인 경영이 힘들다"면서 제발로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회계법인들은 "기업에서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감사 업무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한다. 그렇지만 회계법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차갑기만 하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박사는 "회계법인은 과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기 때문에 수주량 등 미래의 일을 예측해야 하는 조선업 등에 대해서 제대로 된 감사를 하기는 힘들다"면서 "부실 감사에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하는 방법 외에는 현재 상황을 바로잡을 만한 뚜렷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법행위에도 손 뻗쳐

작년 말부터는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 외에 또 다른 면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바로 감사 업무 과정에서 얻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의 실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의 안경태 회장은 최근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최 전 회장이 안 회장과 통화한 직후 주식 매각 지시를 내린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 관계자는 "안 회장은 최 전 회장과 원래 친분이 있었고 당일 통화에서는 자율협약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금융권에서는 "안 회장이 민감한 시기에 통화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검찰 수사에서 안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최은영 전 회장에게 제공했다고 확인되면 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금융위는 회계사 자격정지까지도 내릴 수 있다.

회계사들이 기업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매매에 가담했다가 부당이득을 올린 사건은 작년부터 올해까지 계속 적발되고 있다. 이렇게 업무 능력뿐 아니라 도덕성도 시험대에 오른 회계법인들이 기업 실사 등 구조 조정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데 대해 금융 당국도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총체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에 빠진 회계법인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서 "회계법인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하고 체질 개선을 할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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