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던 靑, 19代서 손쓸 수 없는 날 거부권"

황대진 기자 입력 2016. 5. 28. 03:08 수정 2016. 5. 2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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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상시청문회 거부권은 꼼수"] - 黃총리 "상시청문회법 위헌 소지" "행정부 견제 넘어 통제 위한 것.. 권력 분립 헌법 정신 위배된다" - 野 "거부권 행사 원천 무효" "재의결 불가능한 19代 폐막 직전 대통령도 없는데 임시 국무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상시(常時) 청문회를 가능케 하는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왜 하필 이날 했을까"라는 얘기가 나온다. 19대 국회 임기가 29일까지이고 28~29일이 주말이어서 사실상 27일이 일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인데 이날 재의(再議) 요구를 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을 요구한 것이란 지적이다. 야당은 "꼼수 행정의 극치"라며 "법적·물리적으로 재의결이 불가능한 상황을 택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황 총리 "불가피한 선택"

황교안 국무총리는 27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은 행정부에 대한 '견제'를 넘어 '통제'를 위한 것이란 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제도'에 대해 "입법부가 행정부에 대한 새로운 통제 수단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권력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했다.

황 총리는 상시 청문회 도입으로 △헌법상 국정조사제도가 유명무실화될 우려가 있고 △방대한 자료 제출, 증인 출석 등의 부담으로 행정부 업무 마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청문회 과정에서 국책 사업 입지 결정, 사업자 선정 등 행정 행위의 중립성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했다. 황 총리는 "청문회 대상에도 제한이 없어 기업인, 일반인들도 증인·참고인이 될 수 있다"며 "이는 재판 또는 수사에의 관여, 개인 사생활 침해 등을 초래할 소지가 크다"고 했다. 황 총리는 "개정안 내용에 위헌 소지가 있어 불가피하게 정부의 의견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野 "거부권 행사는 원천 무효"

그러나 야권(野圈)은 이 같은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일제히 '꼼수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물리적으로 19대 국회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게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규탄한다. 나라를 정직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야당은 우선 30일로 예정된 정기 국무회의를 기다리지 않고 이날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한 점을 문제 삼았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부재 중에 난데없는 임시 국무회의를 갑자기 소집한 행위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면서 "19대 국회가 (사실상) 폐회되는 마지막 날 재의를 요구한 것은 19대 국회가 더 이상 역할을 못 한다는 걸 알고 악용한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도 "대통령의 해외 순방 기간, 19대 국회와 20대 국회가 연계되는 현시점에 임시 국무회의까지 소집해 가며 거부권을 의결한 의도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법적으로도 국회가 상시 청문회법을 재의결하려면 본회의를 소집해야 하고 그러려면 국회법상 임시회 소집 공고 기간(3일)이 필요하다. 상시 청문회법은 지난 19일 본회의를 통과해 23일 정부로 이송됐다. 청와대는 통과 직후에는 마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검토할 시간도 충분했다. 이 때문에 "일부러 시간을 끈 것"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24일에 바로 거부권을 행사했을 경우 본회의 개최 및 재의결은 가능할 수도 있었다. 기 대변인은 "법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며 법률적으로도 효력이 없다"고 말했다.

◇왜 하필 27일?

이에 대해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시 청문회법은) 지난 19일 여야 합의 없이 기습적으로 본회의에 상정됐다"며 "10여개월간 보류됐던 법안을 기습 상정한 것이 꼼수인지, 이송된 날로부터 3~4일 만에 재의 요구를 한 것이 꼼수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위헌성 여부를 검토하려면 최소한 3~4일이 걸리고, 따라서 이날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청와대와 여권 내부에서는 "재의결 절차로 가면 비박(非朴)들이 또 이탈할 가능성이 있어서 겁난다"는 말이 있었다. 이 때문에 아예 재의결을 시도할 수 없는 19대 국회 마지막 날을 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상시 청문회법은 사실상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51조는 국회의원 임기 만료 시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폐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원내 대책 회의에서 "19대 국회의 문제는 19대에 끝내는 것이 순리"라며 "20대 국회에서 재의결하는 것은 국회법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여당과 정부의 법 논리대로라면 20대 국회로 넘겨서 의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19대 국회에선 날짜 부족으로 재의결을 할 수도 없는 날을 골라서 거부권을 행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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