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환경부 "디젤차 850만대 미세먼지 주범.. 경유값 올려야"

김영주 기자 2016. 5. 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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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 "효과 적고 증세 반발 불보듯.. 사회적 합의 우선"

경유값 인상 논란

2005년 경유 승용차 판매가 허용되면서 당시 565만 대였던 경유차는 현재 850만 대까지 급증했다. 경유차가 증가한 데는 정부의 경유차 규제 완화 조치가 주효했다. 유럽 등 해외에 비해 경유 환경 기준이 엄격했던 탓에 2005년 이전까지 한국 시장에서 경유 승용차 판매는 거의 없었다. 정부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추진과 경유차 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했다. 자동차 업계는 배출가스 기준을 강화한 경유차를 ‘클린디젤’로 치켜세웠다. 경유차가 휘발유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라는 인식도 경유차 확산에 한몫했다. 하지만 최근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클린디젤’은 ‘더티디젤’로 전락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사태로 경유차의 대기오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어 대다수 경유차가 인증 기준보다 10∼22배 많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가 논란을 가열시켰다. 경유값 인상을 통해 경유차 수요를 억제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이유다. 경유값 인상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봤다.

1 경유란

탄소와 수소 화합물인 석유는 끓는점에 따라 서로 다른 형태의 연료로 추출되는데, 이 중 하나가 바로 경유다. 화학적으로 입자 개수가 많을수록 입자 간 당기는 힘이 세고 발생하는 에너지도 크다. 경유는 분자를 이루는 탄소 개수가 휘발유보다 많다. 이 때문에 같은 양의 휘발유보다 더 큰 힘을 낼 수 있어 일반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과 선박 등에 주로 쓰인다. 문제는 경유차에서 액셀러레이터를 급히 밟을 때 배기구에서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이 다량 뿜어져 나온다는 것이다.

2 유가는 어떻게 결정되나

정부는 수입원가에 교통에너지환경세와 교육세, 주행세, 부가가치세 등 일명 ‘유류세’라고 불리는 세금을 부과해 유가를 책정한다. 예를 들어 경유 가격은 출고가(수입원가+관세+수입부담금)에 ℓ당 교통에너지환경세 375원, 교육세(교통세의 15%) 56원, 주행세(교통세의 26%) 98원이 붙고, 출고가와 이들 세금을 더한 액수의 10%가 부가세로 추가된다.

휘발유 가격도 책정 구조는 같지만 교통에너지환경세 529원, 교육세 79원, 주행세 138원 등 경유보다 더 높은 세금을 매긴다.

3 유종 간 가격차이 왜 생기나

2000년 이전까지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가격의 절반 이하 정도였다. 자동차 연료로만 쓰이는 휘발유와 달리 경유는 난방용, 산업용, 발전용 등으로 사용되는 ‘서민 에너지’라는 점에서 낮은 세율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휘발유 가격은 고정된 반면, 경유 가격은 꾸준히 올랐다. 정부는 2000년 무렵만 해도 100대 47 수준이던 휘발유와 경유 간 가격비율을 2006년까지 100대 75로 조정하려다가, 2005년 경유 승용차 시판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100대 85까지 높이기로 확정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비율이 유지되고 있다.

4 외국의 유종 간 가격차이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휘발유 가격 대비 경유 가격이 낮은 구조다. 실제로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기준으로 한국의 휘발유 대비 경유 가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3개국 중 16위 수준으로 83%를 기록했다. OECD 주요 국가들의 평균 휘발유와 경유 가격 비율은 100대 91 정도였다.

가장 높은 국가는 영국(101%)이고 가장 낮은 국가는 뉴질랜드(61%)로 나타났다. 일본(85%)도 한국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5 경유 가격 인상 움직임 왜 ?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 부문에서 발생한다. 이 중 경유차가 76%를 차지해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005년부터 수도권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미세먼지 농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 왔다. 10년간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미세먼지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환경부는 2005년부터 시판이 허용된 경유차가 850만 대까지 늘어난 것이 미세먼지 공습의 주원인이라고 본다. 이에 따라 경유 가격을 올려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방안을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6 경유 가격 인상 왜 어려운가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보다 15%가량 저렴한 데다 연비 좋은 수입 경유차도 쏟아지기 시작했다. 2009년 이후 생산된 경유차는 배출 기준을 충족할 경우 연간 10만∼30만 원에 달하는 환경개선부담금도 면제된다. 이 같은 정부의 경유차 우대 정책에 힘입어 경유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졌다. 갑자기 경유 가격을 올린다면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애꿎은 소비자에게 돌린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에너지 가격 인상은 물가와도 직결되는 문제여서 더욱 민감하다. 경유는 승용차뿐 아니라 화물차·트럭·버스 등에도 널리 쓰여 서민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7 부처 간 이견은 왜 ?

기획재정부는 서민 증세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유 가격 인상에 반대한다. 화물차 등 운송업계와 자영업자의 반발이 클 것이라는 우려도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류세 조정은 경유차 사용자, 자영업자 등 이해관계자가 많아 사회적 의견 수렴 절차나 합의 없이 덜컥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경유 가격 인상이 산업 전반에 초래할 여파를 우려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환경부는 경유 가격을 조정하는 방법 외에 현실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일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난감한 모양새다. 부처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미세먼지 종합 대책 발표도 늦어지고 있다.

8 환경개선부담금

199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환경개선비용부담법에 따라 환경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건물주나 차량 소유주 등에게 복구비용을 부담시키는 제도다.

100대 85로 굳어진 휘발유 가격 대 경유 가격비율을 수정, 사실상 경유 가격을 인상하려는 환경부와 달리 기재부는 세율 조정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이 반발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대신 기재부는 경유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지금은 경유에서 거둔 세금의 15%만 환경개선에 쓰이지만, 환경개선부담금을 신설해 부과하면 100% 대기질 개선 등에 쓸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을 올리는 것이나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 모두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사실상 증세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는 경유 가격 인상이든 환경개선부담금이든 경유차 수요를 줄이는 방안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개선부담금 역시 유사 조세에 해당하는 만큼 이를 추진하는 데 기재부의 동의가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 과거엔 반발 어떻게 누그러뜨렸나

2005년 휘발유의 절반 수준이던 경유 가격을 휘발유의 8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이 있었다. 당시 화물연대가 공청회를 수차례 무산시키고 시위를 이어가는 등 격렬하게 반대하자 정부는 경유 가격 인상분만큼 유가보조금을 화물업계에 지급하는 타협안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정부는 경유 인상분을 버스와 화물차에 유가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경유에 붙는 세금이 100원 오르면 유가보조금도 100원 올리는 구조다. 현재 고속버스와 화물차는 ℓ당 345.54원, 일반버스는 ℓ당 380.09원을 보조금으로 받고 있다.

10 가격 올리면 미세먼지 감소할까

기재부는 경유 가격을 인상해도 정작 미세먼지 감축에는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2005년 경유 가격 인상이 한 차례 있었지만, 미세먼지 문제는 여전하다. 현재 전체 경유차 850만 대 중 버스·화물차가 314만 대로 37%에 달한다. 조세 저항을 줄이기 위해 생계형 경유차에 과거와 유사하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미세먼지 감축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또 중국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가 50∼60%에 이르는 만큼 중국과의 공조 없는 대기질 개선은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경유차 폐차와 질소산화물 저감장치 감독 강화, 산업시설 오염물질 배출 차단 등 기존 미세먼지 대책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영주·박수진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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